생각나누기

해병대 캠프 사고, 극기를 강조하는 한국사회

네그나 2013. 7. 27. 09:30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교육을 받던 (훈련을 받던 이라고 표현을 해야겠지만)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고는 정부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은 사설 캠프라는 점, 허술한 안전조치가 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기관이 인증을 받았거나 혹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도 이런 사고는 일어났을 겁니다. 단지 시간 문제였을 뿐입니다.


아웃도어 열풍이 한국을 잘 보여준다고 쓴적이 있습니다. 아웃도어 열풍. 한국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한국인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 중 하나는 부끄러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해병대 캠프는 한국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엇을 동력으로 움직이지는 보여줍니다.


아이들을 해병대 캠프에 보내는 목적이 무엇이겠습니까? 캠프에 가는 건 공짜가 아니고 돈을 내야합니다. 돈을 내면서 까지 해병대 캠프에 참가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해병대 캠프에 보내는 것입니다. 부연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인내와 극기, 끈기입니다. 어려움과 고통을 맞서서 인내하고 참으면 무언가를 얻는다고 주장합니다.



군대 이런 활동이 필요합니다. 강한 군대일수록 특히 특수부대는 어렵거나 달성 불가능한 작전 완수를 요구받습니다. '안되면 되게하라'가 이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극기를 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극기를 요구하는게 군대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요구합니다.


해병대사지은 해병대 캠프가 아님. Foal Eagle 2007 훈련에서, 한미 해병대를 수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수륙양용장갑차들





극기와 근성을 요구하는 사회



6년간동안 한국 살며 삼성·LG 등 35개 업체 컨설팅한 가쓰키 요시쓰구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삼성전자에 일본 가전 기업들이 한 방에 무너지는 사태는 일본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2~3년 전부터 일본에서 한국 기업을 배우자는 열풍이 불었는데, 당시 한국에 있던 나는 '한국 기업 전체를 배우는 것은 답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모든 면에서 일본 기업보다 뛰어난 건 아니다'



그가 말하는 한국의 장점. 오너 경영은 돈 될 만한 걸 들여다 보다 기회를 발견하면 빠른 의사 결정과 자본력으로 밀어붙입니다. 이 같은 한국은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또한 한국인은 임기응변이 뛰어나고 어느 나라에 가서도 잘 적응한다고 말합니다. 임기응변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후쿠미사 원전사고입니다. 일본은 매뉴얼 사회라고 평가하는데 원전 사고에도 매뉴얼적 사고를 보여주었습니다. 물자를 배분하는 계획을 세운다고 시간만 낭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면? 결코 일본처럼 행동 하지 않았을겁니다. 사람들이  그 와 같은 모습을 보고 참고 있지도 않을겁니다. 한시가 급박한 판국에 회의나 하고 있냐고 몰아 붙일겁니다.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말 한마디 할 테고 빠르게 일이 처리될 겁니다. 일본과 한국을 들여다 보면 한국이 임기응변을 발휘하는데 더 뛰어난 모습을 보입니다. 매뉴얼 대로 움직이고 않고 융통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의 단점을 뭘까?


"한국 기업은 현재 상태와 목표 딱 두 가지만 중시하는 것 같다. '이것과 이것을 분해해서 그다음은 이것, 그다음은 이것'이라는 식의 과정이 있는데, 한국은 그런 프로세스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다. 이게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예를 들어보자.


능력 있는 사람은 그런 프로세스를 회사가 굳이 안 만들어도 일을 잘한다. 문제는 회사 내에 절대다수인 '능력이 출중하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다. 한국 방식이라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계단'이 없는 셈이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 놓으면 처음 하는 사람이나 잘 못하는 사람도 일정 수준 업무가 가능해진다. 한국은 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에게 이 정도 해야 한다고 말로만 한다. 또 못하는 사람에게는 '왜 그렇게 못하느냐, 당신 근성(根性)이 모자라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도 선진국인데 항상 근성으로만 일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국은 임기응변이 강한만큼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없습니다. ( 물론 모든 조직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세우기 보다 순발력, 근성을 강조합니다. 왜 이렇게 행동할까? 한국은 이런 방식으로 성공했기 때문입니다.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고 남는 건 사람밖에 없습니다. 가난을 벗어나야 했고,다른 나라, 다른 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근성, 극기를 발휘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한국은 강력한 의사결정과 자본력, 극기로 성장을 했습니다. 이 같은 방식은 성공적이었지만 조만간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할 대상이 있을 때만 성공적인 방식입니다. 삼성이 누구를 보고 따라 할까요? 이미 세계 최고입니다. 가쓰키 요시쓰구는 한국의 방식은 따라잡는데 유리했지만 무엇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데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 일본도 비슷하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말처럼 언제까지 항상 근성만으로 일을 할 생각입니까? 근성만 요구할 생각입니까?




극기 패러다임은 변할것인가?



해병대 캠프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과거와 현재의 한국 패러다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근성과 극기를 발휘하고 힘들어도 노력하면 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공을 해왔던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에 올라가 있고 자신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사고와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하지 않았던 사고와 경험을 이해한다? 그건 아주 힘든 일입니다.



이런식으로 해도 잘된다면 모르겠으나 더 이상 극기를 강조해서 나아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왜 창조, 창조 할까요? 창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혁신처럼 창조가 구호에 그치고 있지만 필요한 시점인것은 사실입니다.)  애플이 부사장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와 대적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천 명을 모아서 굴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기관총에 무작정 돌진하는 병사처럼 나가 떨어질 뿐이겠죠. IT만 이런것도 아닙니다. 제조업도 융합일어나고 있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과는 다른 능력을 발휘하기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이 강조하고 있는 극기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안 변할겁니다. 여태까지 잘 해왔는데 그냥 변하지 않습니다. 어떤 시스템이든 문제는 있는 법이고, 사고체계나 시스템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현재 상태를 고수하기 마련입니다. 



변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붕괴입니다. 산산히 부서지면 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현재 시스템. 사고를 지배하던 있던 신 자유주의에 회의가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전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저항이 없었을까?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시당했습니다. 시스템에 늘 사소한 문제는 있기 마련이고 그럭저럭 잘 굴러갔기 때문에 유지되었습니다. 금융위기로 인해서 붕괴가 되자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구글극기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구글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미국도 비슷한 과정을 격었습니다.  미국은 신경제, 인터넷 시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서 부활했습니다. 미국이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침공을 걱정해야 했습니다. 미국의 제조업은 일본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았고 거인처럼 진격하는 일본에 대해서 경계의 눈초리를 보냈습니다. 미국은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하기를 요구받았고 그렇게 했습니다. 한 예로 , 영 리포트가 나와 새로운 시스템의 미국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삼성과 애플이 특허소송중인데, 특허권자의 권리가 강화된 것도 영 리포트 이후라고 합니다.



한국이 변하는 과정도 이렇게 될겁니다. 후발주자에게 따라잡히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폭삭 망하는 겁니다.)위기감이 생겨야 할겁니다. 물론 위기가 왔다고 해서 당장 변하지는 않을겁니다. 다시 한 번 과거로 돌아가서 해병대 캠프에도 보내보고 극기를 재차 강조하면서 '할 수 있다' 외치게 만들겁니다. 그렇게 했을 때에도 결국 안 된다는 걸 알게되면 그 때 부터 변할겁니다. 과거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할 겁니다.

그전까지는 변하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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