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 탐사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네그나 2018. 6. 7. 23:16


게임은 잉여소비에 크게 기대지 않을까?


엑스박스원을 샀을 때 해봐야 겠다고 느껴, 같이 구입한 게임이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와 기어스 오브 워 4였습니다. 패키지를 할인판매 하길래 물어놓고 서랍에 봉인시켰습니다. 여유시간에 비해 해야할 게임은 쌓여만 가기에 늘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패키지를 뜯어서 해야 한다는 귀찮음도 한 몫했습니다. 사놓고 하지도 않는 게임.


이런걸 볼 때 마다 생각하는데요. 게임산업을 지탱하는 건 잉여소비가 아닐까?  게임을 구입했으면 해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겁니다. 제대로 소비하지도 않음에도 추가적인 소비만 하는 행태입니다.


최신 엑스박스원 엑스를 구입하고선 "이야 잘 돌아가네." 성능 좋음을 확인하고 게임을 하지 않는 친구와 엑원S를 충동적으로 구입하고도 정작 켜보지도 않는 친구, 10개를 게임과 동시에 구입한 플스4는 그저 잠잠하다는 사람도. 하긴 스팀(steam)은 게임을 모으는 게임이라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지금도 게임은 쌓여가지만 할 시간은 없습니다.


재미를 못 느끼지도 못한 배틀그라운드. 하지도 않는 게임인데 엑스박스 버전을 추가로 구입했습니다. 재미있다고 느끼지도 않았는데 나는 왜 샀을까?


다르게 보면 게임산업을 지탱하는 한 축이 잉여소비가 아닐까 생각도 드는군요. 모든 사람들이 내가 할만큼, 필요한 만큼만 소비한다면 그러니까 합리적인 소비를 계획하고 실행 한다면, 무의미한 지출은 없어지고 지갑은 두툼한 상태로 남아있겠지만 게임사들의 수익은 감소할 겁니다. 


게임과 달리 사람들의 합리적인 소비로 돌아가는 시장이 출판/도서 시장이지 않을까요. 토익, 자격증 수험서, 공무원 교재 등 필요한 책은 반드시 구입하지만 불필요한 책은 사지 않습니다. 도서관에 빌려보던가 아니 아예 책을 읽지 않습니다.


허세로 사든가 읽지 않더라도 책장에 꽂아둘 용도로 아니면 그냥 산다는 행위가 없습니다. 잉여소비가 없으니 다양성이 떨어지고 반드시 팔리는 책만 시장에 나옵니다. 출판시장은 게임산업처럼 하지 않더라도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소비와 원할겁니다. 소비의 낙수효과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쨋든 구입해놓고 방치하다 정작 플레이한 건 천원 게임패스(GamePass) 였습니다. 패키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끝을 보았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구입하지 말껄 그랬습니다. 단돈 천원에 엔딩까지 할 수 있을줄은 몰랐으니.

 

 

 


 

환영할만한 더빙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의 특징적인 면이라면 한글 더빙이 되어있습니다. 많은 게임들이 한글화 되어 출시하지만 더빙은 흔하지 않습니다. 헤일로의 더빙은 꽤 좋았던걸로 기억됩니다.자막을 읽는데 익숙하다 보니 더빙을 좋아하지 않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더빙은 사용자에게 여럿 선택권을 준다는 면에서는 환영할만합니다. 무엇보다 자막을 읽지 않아도 되는 점이 생각보다 편했습니다. 게임은 이것저것 요하는 일이 많기에. 다만 성우 연기가 TV 드라마 느낌이 있어서 게임과는 어색해 보인다는 점. 제작비 때문이겠지만 몇명의 성우가 돌아가면서 연기하기에 몰입이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래픽은 좋습니다. 엑스박스원으로 해도 시베리아의 설산과 유적지의 내부묘사도 멋집니다. 멋진 그래픽을 볼 때 마다 단 한 볼 뿐이데 이렇게 묘사하다니. 이 분야의 갑은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시리즈입니다. 볼 때 마다 "와, 몇 초만 보고 지나가는 공간인데"


정작 탐사느낌은 들지 않는다


게임 방식은 기본적으로 퍼즐-> 액션 -> 전투입니다. 개인적으로 퍼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임할 때 머리 쓰는걸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퍼즐은 단순한 수준입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해결이 되는 수준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싫군요. 중간에 막히는 느낌 없이 쭉쭉 이어지는 리듬을 선호해서요.  퍼즐을 빼버렸으면 좋겠지만 툼레이더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정작 게임이 탐사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유적지를 탐사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어쌔신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는지 지도상에 보여지는 탐사품을 챙기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액션RPG인 다크소울이 탐사 느낌이 더 듭니다. 다크소울은 던전에 숨겨진 길이 여기저기 있고, 플레이 함에 따라서 길을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희귀한 아이템을 얻음에 따라서 능력치와 외모가 바뀌어서 탐사를 위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라오툼은 호미(...)로 동전캐고 문서를 찾고 무기를 완성할 수 있는 아이템 조각을 찾지만 구석구석 뒤져보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성취감도 느껴지지 않고요. 라오툼은 어쌔신 시리즈 보다 다크소울을 모방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2편이 1편보다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 걸 보면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게 아닌거 같습니다.


연출은 화려하지만 스토리는 지루


영생을 비밀을 찾기 위해서 모험하는 라라의 스토리는 보고 있자면 옛날 인디아니 존스 최후의 성전과 같습니다. 익숙한 스토리이다 보니 이런식으로 진행되겠다 네. 생각하면 바로 그런식으로 갑니다. 악역들도 너무 익숙한 포지션이라 매력이 덜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증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사이드 퀘스트가 나오는 건 별로입니다. (역시 어쌔신) 재미도 없는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한 단순한 미션에 불과합니다. 무시하고 게임 진행을 하기를 추천합니다. 반복적인 연출을 통해서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는 게임은 좋은 점수를 못 주겠습니다. 기어즈 오브 워 4가 이 구성입니다. 후반부에 가니깐 '이제 그만해라'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의미없는 퀘스트로 늘어뜨려 놓아 "어때. 많지?" 하는 건 이제는 싫군요. 식탁에 반찬 가지수를 늘어놓는 것과 유사합니다. 선택이 많으면 만족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결혼식 뷔페 식당 처음에는 좋아도 점점 돈이 아깝다고 느끼는 것 처럼, 식탁에 많은 반찬이 있어도 정작 자기가 먹는건 한정되어 있습니다. 가짓수를 좁혀  만족감을 높이는게 낫습니다.



전투는 생각보다 어렵웠습니다. 패드로 조작을 하는데 조준이 쉽지 않습니다. 게임마다 조준하는 미묘하게 느낌이 달라서 익숙해 지는 것도 일입니다. 게임 구성은 적절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투가 지겨워 질만하면 액션이 나오고 그 다음은 퍼즐. 다만 그놈의 의미없는 퀘스트가..


DLC는 비추. 안사도 됩니다.


결론부터, 본편만 해도 충분합니다. DLC 컨텐츠로는 Baba Yaga: The Temple of the Witch (바바 야가: 마녀의 사원). 크로프트 저택입니다. 마녀의 사원은 소련시설 위 2번째 동굴로 가면 됩니다. 2~3시간 분량인데 그냥저냥입니다. 흥미로운 스토리도 아니고 결말까지 예상되는터라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안사되 될만한 dlc


 

크로프트 저택은 라라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어드벤처와 액션은 라라의 악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재미가 없습니다. 그마나 액션은 화끈하게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바이오 하자드 느낌인데 몇 번 하다 관둠. 이럴 줄 알았으면 DLC 구매하지 않을텐데. 괜히 샀어요.



시즌패스는 구입하지 않다도 무방합니다.


흑인 병사. 문제는 디테일


게임에서 눈에 띄는 점으로 적병사로 흑인이 등장했습니다. 보통 백인 남성이 일반적인데 흑인이 등장하는 것은 다양한 인종과 성별을 등장시키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전에 1988년작 파이날 파이트(FINAL FIGHT)를 했는데 흑인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일본계 캐릭터가 한명 나올뿐입니다.  캡콤이 아니었다면 아시아계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을지도요.



사실, 요즘 다양한 인종과 성별이 등장하는 구성에 말이 많습니다. 정치적 올바름(PC라고 하는 ) 보이는 컨텐츠들이 있으니까.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만 해도 논쟁이 있었으니까요. 저는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 저에게는 스타워즈 노잼영화입니다. 공짜로 보여준다고 해도 전 안감) 스타워즈가 정말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출연시켜 자신의 올바름을 보여주겠다는 생각. 자칭 진보들에게 흔히 보이는 사고입니다.



물론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요. 허나 사상이 작품의 완성도보다 위에 있기에 이런 작품을 보면 디테일이 떨어집니다. 비슷하게 EA의 최신작 배틀필드V 도 디테일이 떨어집니다. 2차대전에 여성캐릭터가 등장하니 현실에 동떨어져 보입니다. 여자가 없네? 그러면 한 명 넣어볼까? 문제는 배틀필드는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현실적인 전쟁물이라는 겁니다.


이와 달리 제임스 카메룬의 에일리언2를 보면, 시대 배경은 우주를 항해하는 미래입니다. 주인공이 여성인 리플리[각주:1]이고 바스퀘즈 이병[각주:2]은 배역에 아주 어울리는 캐릭터입니다. 어울리다 못해 이 둘 캐릭터는 이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보면 그럴듯합니다.

바스퀘즈 이병매력저인 캐릭터

 

PC 적인게 비판을 받느먀 하면 기본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캐릭터에 맞는 배역을 생각하는게 아니라 저울 재듯이 흠. 동양인이 없구만. 그러면 한 명 넣자. 여자는? 장애인은? 생각하니 디테일이 떨어집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배우의 매력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이 배우 빼고 동양인 넣자 이럴 수 없습니다. 여러 인종 넣어준다고 좋아해줄까요? 대중은 이념을 소비하는게 아니라 재미있는 작품을 소비할 뿐입니다.


다양한 인종, 연령, 성별이 등장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없습니다. 골수 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면요. 배틀필드V에서도 굳이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싶었다면 동유럽이나 소련여성을 등장시켰어야 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전장에 나가서 싸우고 목숨을 잃었으니까요. 현실적이지만 서구 시장에서 매리트가 없을겁니다. 전장에서 활약하는 여자 판타지를 팔 수 없게 되니까.


사소한 디테일에 신경을 쓰느냐 아니냐. 자연스럽냐 아니냐 차이가 완성도를 가르는 겁니다. 툼레이더도 괜찮았습니다. 여자 주인공인 흔치 않은 게임이지만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예쁘장한 여자가 군인들을 도륙하듯 썰고 다니니 약간 깨긴 했지만. [각주:3]이도 편견일까? 예쁜 여자도 살인하지 말라는 법 없으니까.[각주:4]

  1. 시고니 위버 [본문으로]
  2. 자넷 골드스타인 [본문으로]
  3. 도전과제로도 있는 '저 여자가 우릴 다 죽일꺼야' [본문으로]
  4. 살인연출이 사실적으로 보여서 이기도 할 겁니다. 실제로 법정에서는 예쁜 여자는 관대한 판결을 받는다고 합니다. 동일한 범죄에서도 여자가 남자보다 더 약한 처벌을 받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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