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거림

글쓰기의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책은 읽기가 싫어진다

네그나 2017. 3. 21. 00:13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웬만큼은 읽었습니다. 요즘은 책이 잘 안 읽히기도 합니다.집중력도 떨어졌고, 책도 잘 안 읽고, 블로그도 방치하고 사는 재미가 떨어졌습니다. 블로그에 나이를 먹어서 사는 재미가 없어요. 라는 글은 올리기 싫은데 말이죠. 큰일입니다.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읽었다고 표현을 해야 할까요?



의식적으로 독서습관을 들일 때에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 읽은 권수가 늘어난 지금은 보고 건너뛰기합니다. 많이 알려진 일화나 에피소드가 나오면 다시 또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건너뜁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의 맞는 독서법일지도 모릅니다. 웹에서 장시간의 내용을 움짤, 한장의 사진으로 압축해서 말합니다. 순차재생밖에 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시절과 달리 디지털은 스스로가 하는 편집이 미학입니다. 



최근 흥미로운 제목 때문에 책 한권을 집어들었습니다. 제목은 좋았는데 본문을 읽어볼껄 그랬습니다. 흥미는 곧 지루함으로 변했습니다. 내가 이미 아는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니 패스, 패스 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해서 책장을 넘겼습니다.



구성도 소단락으로 나눈.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구조라 흥미도는 더 내려갔습니다. 그 책이 자기계발서라면 처음부터 집어 들지도 않았을 겁니다. 흥미로운 내용이 있을까 기대를 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입니다. 이제는 책장을 한 장식 넘기는게 아니라 책을 들어서 옆으로 넘겼습니다. 그러다 결국 끝까지 갔습니다. 넘기다 보니 벌써 엔딩이네요.




책을 덮으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책에 글쓰기의 고민이 느껴지지 않아."





물론 저자는 이 책 한권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겁니다. 어떤 일이든간에 직접해보면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글이 주가 되는 블로그를 하게 되면 글쓰기의 어려움을 아주 잘 알게 됩니다. 문장의 처음을 시작해서 마침표를 찍는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니고, 작가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도 저절로 듭니다.



글쓰기의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누구나 익히 아는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으로 스티브 잡스 에피소드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업적이 대단하기도 하고 유명인을 사례로 들면 주의가 집중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전체를 그런식으로 채우게 되면 스스로의 생각이 안보입니다.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성공한 경영인, 정치가 하는 이야기 또하고 또하는 식입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자료는 찾기가 쉽습니다. 인터넷에서도 검색 몇 번만 하면 다 나옵니다. 그런 사례로 책을 채웠다는 것은 적당히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했다는 겁니다. 블로그는 그렇게 해도 됩니다.  ( 아니 오히려 권합니다. 블로그는 고민을 많이 하면 오히려 더 어렵기에.) 적어도 한권의 책 형태로 나온다면 지양해야 하는 방식이 아닐까?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풀어놓으면 생생합니다. 듣는 사람도 재미있고 호기심도 자극됩니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일을 경험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의 경험을 참고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을 찾아서 발굴해야 하는 사람은 이미지나 글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한정된 사람을 만나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글을 쓴다는 사람. 교수, 기자, 작가들은 발로 뛰어서 사람을 찾고 이야기를 찾아볼 생각을 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여기서 글의 고민과 무거움이 느껴집니다. 이 사람이 글을 정성을 들여서 썼구나 하는 감탄이 나오는 순간. 발로 흘린 무거운 땀과 마우스 클릭의 가벼움. 인터넷과 복사 & 붙여넣기로 결코 나올 수 없는 내용입니다. 논문 같은것도 그래요. 말콤 글래드웰이 대중적으로 알린 '1만시간의 법칙'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대부분 저자들이 거의 그대로 붙여넣습니다. 정말 그럴까? 다른 의견도 분명히 있을텐데요. 새로운 생각, 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부류의 사람들은 ( 기자, 교수, 작가 ) 그럴듯하게 창의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룹입니다. 이 사람의 생각은 새롭다. 참신하다. 신선하다 라고 느낀 저자는 별로 없습니다. 항상 나오는 건 외국의 사례, 논문을 붙여넣는 수준. 생각과 주장에 동의를 하고 말고를 떠나서 다른 생각을 듣고 보고 싶은데 그게 잘 없습니다. 한국이 처한 현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요. 평균적인 주장과 모범적인 답을 강요하는 사회말입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글을 쓰고 싶어서 쓴 것일까? 아니면 스펙한줄 만들어 놓으려 쓴 것일까? 말하는 그 주제에 대해서 정말 관심이 있었을까? 더 많은 고민을 했다면 정말 흥미로운 내용이 되었을텐데.



저 같은 경우는 게임관련 주제가 가장 글이 잘 나옵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주제에 관심이 있고, 흥미있어 하기 때문에 조사도 많이 하고 자료를 찾는 일도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가 부동산에 글을 쓴다면 전혀 다른 글이 나올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고, 내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말한 내용을 붙여넣는 수준에 그칠겁니다.



제가 책을 잘 못 선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목표로 하는 독자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그 내용이 유익하게 보이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죠. 가벼운 책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책 한권이 주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기 보다 좋은 책 한 권을 골라 오래 읽는게 좋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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