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눈의 황홀 : 문명은 직선의 발전이다

네그나 2017. 3. 16. 14:00

 


눈의 황홀 보이는 것의 매혹, 그 탄생과 변주

마쓰다 유키마사


이 책을 알게 된 건 TVN의 비밀독서단의 소개였습니다.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역시나 동적임을 추구하는 방송에서 ( 더구나 예능) 정적인 책과 독서는 소재로서 한계가 있었는지 얼마 가지 못하고 곧 폐지되었습니다. 독서 프로그램은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만 재확인.


책으로 돌아와서. 눈의 황홀은 시각, 본다는 것의 의미를 고찰하는 책입니다. 굉장히 어려울 것 같지만 사진과 그림이 아주 많기 때문에 읽는데 부담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시각 이미지는 나선과 직선이었습니다.






직선의 발견


자연계에서 직선은 바다이 수평선(엄연히 곡선이나)을 제외하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밤하늘의 한 줄기 직선을 남기는 유성, 한 열로 날아가는 새, 무리지어 가는 동물 정도. 자연에서 직선은 희소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산업혁명입니다. 산업혁명 철도의 등장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철도가 등장함으로써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합니다. 기차라는 한 공간에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섞이기 시작했고, 주거지역이 교외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철도와 기차는 직선을, 똑바로 나아감을 지향합니다. 길을 우회해서 가기보다 곧게 가는게 좋습니다. 시내를 가로지르고, 산에 터널을 뚫고, 강에 다리를 놓습니다. 철도가 등장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선이 가져온 추사과 속도. 인간의 감각과 사고를 바꾸어 놓았다.



당시에 나왔던 타자기도 ( 비슷하게 재봉틀도) 선을 연속으로 처내는 기계입니다. 타자기의 등장은 여성 타이피스트를 등장시켰고 여자를 사회에 진출시키는게 계기를 만들어 냅니다. 직선이 제조방식으로 가면 포드의 포드주의가 탄생합니다. 포드는 차 한대의 조립공정을 세분화시키고, 직선으로 놓여진 컨베이어벨트에서 단순한 노동을 통해서 생산의 효율의 높였습니다. 현대의 대량생산은 포드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직선. 효율의 증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을과 도시는 곡선이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현대의 계획도시는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하게 만들어 놓습니다. 이 구조는 자연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격자는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 순간에서부터 밤에 되어 잠들때 까지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것은 스크린의 픽셀입니다.  스마트폰, TV, 컴퓨터는 직선의 산물입니다.



현대사회가 보여주는 풍요로움은 직선이 가져온 공이 큽니다. 당장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는 압도적인 직선에 파묻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철도에서 우주선까지 모두 직선입니다. 문명의 발전은 선과 직선의 증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선의 증가는 환경파괴와 사회갈등, 건조함, 비인간화, 피폐함을 부르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다녀온 감천문화마을 같은 공간이 각광받는 것은 직선에 지친 심신을 곡선으로 달래고자 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선이 주는 황홀과 만취감.



자연에는 나선이 꽤 풍부합니다. 조수, 앵무조개 소용돌이,  해바라기, 솔방울. 인간의 몸에도 나선이 존재합니다. 지문과 머리의 가마입니다. 현상을 확대해서 태풍 역시 나선이고 목성의 대적반도 나선입니다. 은하 역시도 엄청난 크기의 나선입니다. 인간은 도는 모양의 나선을 보고 있으면 만취감과 황홀감을 안겨준다는 걸 알았습니다.  (잠자리 잡을 때 눈 앞에서 빙글빙글 돌리던 기억이.)




바벨탑의 구조도 나선입니다. 창세기에 의하면 탑에는 혼돈을 뜻하는 의미하는 바벨(babel)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각주:1] 나선과 혼돈이라. 잘 어울리지 않나요? 현대에서는 초고층의 빌딩 건설붐이 일어나면 경제불황이 시작된다는 마천루의 저주가 있습니다. 초고층 빌딩은 물론 직선이지만 사람들에게 도취감과 만취감을 주니 (자뻑) 의미상으로 맞다고 해도.. 아니 억지인가...


곡선이 직선으로 변화.


나선이 주는 황홀감을 적극적으로 이용한게 나치입니다. 히틀러도 나선의 만취감을 이용했습니다.  거꾸로 된 만卍자 모양을 45도 기울이면 만자는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배상 문제와 늘어난 실업 등으로 고생을 겪던 독일 민중을 세계 재패라는 헛된 꿈에 취하게 한 계기 중의 하나가 바로 거꾸로 된 만자 모양이었다.


드림캐스트나선을 대표 이미지로 사용한 드링캐스트 게임기. 집에 아직도 잠자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나선하면 쉽게 생각나는 물건이 불로 붙이는 모기향일겁니다. 모기향을 맡고 픽 떨어지는 모기를 보면 이놈들이 만취감에 빠진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겜돌이(였던...) 저는 나선하면 세가의 게임기 드림캐스트가 생각납니다. 드림캐스트 로고는 영락없는 모기향입니다. 나선을 대표 이미지로 삼았던 세가는 드림캐스트로 콘솔게임기 제패는 커녕 시장에서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 나선 이미지가 등장하는 에릭 클랩튼의 스파이얼?



거대기업의 제편되는 게임시장에서 세가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에 불과한 일이었지만 나선은 세가에게 도취감을 주었을까요?

  1. 일반적으로는 바빌론에서 변형된 것으로 추청 [본문으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