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에디톨로지 : 창조는 편집이다

네그나 2015. 1. 9. 09:45

2012년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블링크>,<아웃라이어>를 쓴 베스트 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편집이야 말로 스티브 잡스 창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위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디자인이나 비전이 아닌 기존의 제품을 개령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편집 능력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포인트는 창조입니다. 창조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주 흔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창조하지 않으면 뒤떨어질 것처험 호들갑 떠는 사회입니다.  그렇다면 창조는 무엇이야 책의 저자인 김정운은 '편집이 창조'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칭하는 새로운 단어 에디톨로지(editology)라는 만들었습니다.  에디톨로지는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에디톨로지는 편집학. 세상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한 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자가 원고를 모아 지면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 영화 편집자가 거친 촬영 자료들을 모아 속도나 장면의 길이를 편집하여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과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이 같은 편집 방법론을 통털어 나는 ‘에디톨로지’라고 명명한다.


창조는 새로운 게 아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 편집이라는 의미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왜 인기 작가가 되었을까? 현상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무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려운 표현이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기술은  대단한 능력입니다. 어려움을 해체시켜 쉬움으로 재구성하는 작업도 탁월한 편집입니다. 반면에 똑똑한 사람이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걸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 봤습니다. <아웃라이어>의 예를 들면,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 중에는 1년 중 1분기에 태어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에 주목했습니다. 왜 그럴까?  유소년 아이스하키 리그가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육이 조금이라도 더 이루어진 1~3월생이 코치 눈에 들기 쉽고 그래서 양질의 훈련을 받는다는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IT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거물들의 출생연도는 1955년생이 많습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구글의 CEO에서 현 회장인 에릭 슈미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모두 1955년생입니다. 20대가 되어 사회에 나오게 되었을 때는 가정용 컴퓨터가 태동하는 시기였습니다. 시기를 잘 맞게 태어났고 사회에 나왔기 때문에 성공의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의 19955년생 이론은 한국에서 86학번 전산학과 출신의 성공으로 설명됩니다. [각주:1]86학번들이 사회로 나오게 되었을 때 PC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설명과 달리 둘러싸고 있는 배경에 주목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사진가가 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하나의 사물을 두고 다양하게 구도와 관점으로 찍어보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각, 새로운 관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말콤은 카메라로 비유를 하자면 매크로 렌즈가 아닌 광각 렌즈로 넓은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창조의 본질은 낮설게 하기라고 설명하는데 말콤은 현상을 다르게 보았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으로 돌아와서 에디톨로지는 편집의 중요성과 의미에 관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편집에 대해서 이렇게 조사를 많이 했나 싶습니다. 편집은 관점에서 시작됩니다. 관점은 영어로 perspective 원근법과 같습니다.




서구 문명은 왜 그토록 강해졌을까?



현대 세계는 문화, 예술, 정치, 경제,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구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동양은 왜 늦어졌는가? 기차, 총, 대포, 총을 만드는 능력이 뒤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과학적 사고의 부재 때문입니다. 과학적 사고에는 객관성과 합리성이 기초가 됩니다. 과학적 사고는 원근법 으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서구 원근법의 전제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세 상을 바라보는 눈이 하나였다. 소실점에 대칭되는 위치의 시선이다. 서구 객관성의 신화의 시작.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오직 하나여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두 번째는 3차원 세상은 소실점으로부터 떨어진 거리에 비례하여 2차원 평면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합리성의 시작이다. 하나뿐인 소실점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물체는 거리에 비례에 따라 객관적 좌표가 정해진다.


원근법은 미술 회화의 기법이 아니라 인식의 차이입니다. 좌표가 생기다 보니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 집니다. 반면 동양의 그림은 하나의 시선이 존재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시선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의 경우는 한 그림에 다양한 시선이 존재해서 어느 각도로 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동양은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다니 보니까 객관성과 합리성은 뒤쳐져 과학적 사고가 늦어졌습니다.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다양한 시선이 있는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그림을 돌려봐도 상관없다. 기준이 하나가 아님을 보여준다.




21세기는 하나가 아닌 다양한 관점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풍요롭게 변한 것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지금은 무언가 부족해서 곤란을 겪는 경우는 드물어졌습니다. 다들 힘들다고 말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잘 살고 있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자신들은 불행하다고 느낄까? 하나의 기준만 놓고 매달리나까 그런게 아닐까요?  하나의 기준으로 놓고 일렬로 세우는 사회와 다양한 기준과 시선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양한 관점과 시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 너의 생각과 태도는 무엇이냐?'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한 태도를 편집할 수 있는게 중요해집니다. 지금은 하나의 기준을 놓고 편집당하지만 스스로 편집할 수 있으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 전체적인 경쟁력도 올라갈 겁니다. 다양성이 확보된 생태계는 충격에 버티는 힘이 더 강하니까요.




무한도전의 재미는 자막과 연출. 결국 편집 때문



MBC 예능 무한도전의 재미중 하나가 바로 자막입니다. 무한도전식 자막은 풍자와 현실세계의 비유로 웃게 만듭니다.


박명수 : (유재석에게) 무한도전이 네 거야?

정준하 : (나직하게) 얘 걸 수 는 있어...

박명수 : 반 이상은 얘 꺼 이기는 하다.


(자막) 최대 주주 앞에 꼬리 내린 개미투자자. < 투자로 비유 >



토토가 무대 준비중, PD가 박명수에게 무대 끝으로 가라고 하자.

박명수 : 드러워서 못해 먹겠네. 조금 만 돈 더 벌고 뜬다 이 바닥.


(자막) 9년째 사직서 품고 다니는 아버지. < 직장인의 현실 >



자막은 pd의 관점과 시각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자막 하나만으로 똑같은 그림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도 글 하나만 바꾸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아래는 탈모 갤러리 강퇴 짤방이라고 올라온 그림입니다. 민들레 홀씨가 사라지는 것을 머리가 빠지는 탈모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관점만 바꾸면 평범한 그림도 다른 시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 물론 탈모인 분들에게는 마냥 웃을 수는 없을겁니다.)





자막 하나로 달라지는 그림들







자막은 작가진과의 공동 작업이지만 PD 책임이고 중요성이 큽니다. 자막의 중요성이 왜 이리 커졌을까? 한 때 신문에서는 TV프로그램의 자막 과다사용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만화에서 비롯된 편집효과가 적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식 자막은 한국과 일본에서 나온다.자막은 시장은 말풍선이다.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 자막이 이토록 화려한 까닥은 자막의 기원이 일본 만화. 망가의 말풍선이기 때문이다. 망가의 특별함은 화면 편집에 있다. 원근법을 무시한 우키요예의 인상파 화가들이 큰 충격을 주었던 것처럼 일본 망가는 화면 편집상의 특별함으로 세계의 만화 시장을 제패했다. 



미국 만화의 편집은 단순하다.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화면수가 거의 정해져 있다 한 페이지를 비슷한 크기의 사각형으로 분할한다. 그 안에 그림을 그려넣는다. 물풍선 속에 들어있는 글자 크기도 통일되어 있다. 읽어야 하는 텍스트의 양도 상당하다. 그림이 만화의 중심이라기 보다는 말풍선 속의 텍스트가 중심으로 보인다. 정보 처러의 부담이 책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본 망가는 다르다.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장면의 수가 각각 제각각이다. 페이지를 빨리 넘겨야 할 만큼 내용이 다급하게 전개될 때는 장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한 페이지가 하나의 장면으로 채워지는 일도 있다. 읽어야 할 텍스트도 거의 없다. 아주 간단한 의성어, 의태어인 경우가 많다. 독자의 마음도 급해져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덩달아 빨라진다.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만화와 같은 편집을 합니다. 출연자 위로 무언가 떨어진다던가 번개나 비가 치는 CG는 만화같은 느낌을 주는 연출입니다.




K리그가 재미없는 이유로 카메라의 부족이라며 선수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더 많이 투입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뭐, 축구 실력 부족이 카메라 때문이겠습니까. 축구 리그의 인기가 올라가면 중계 화면과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테고  전체적으로 리그 수준이 올라가는 선순환 구조를 뜻하는 것입니다.



이 말도 맞는게,  무한도전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기 때문입니다. 무한도전 이전 예능 프로그램에는 한 사람당 카메라 한 대로 촬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출연자 한 명당 카메라 한 대를 붙여놓았습니다.



출연자들의 표정이나 말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카메라가 부족하면 이 순간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출연자 한 명당 카메라 하나는 당연히 제작비 상승을 뜻했고 윗선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수락했습니다. 이제는 카메라 한 대씩 따라 붙는 일은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촬영하는 카메라가 많아졌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 많은 화면을 다 쓸 수 없으므로 구성과 배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편집해서 재구성하는게 중요해졌습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감독의 의도가 중요한데 예능도 영화와 비슷해 졌습니다. 1박 2일의 연출했던 나영석은 자리를 옮겨 꽃보다 할배, 삼시 세끼등 연달아서 히트를 치고 있는 걸 볼 수 있듯이 최근 예능의 흐름은 PD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편집하는 자의 의도와 역할이 커진것입니다.




노트와 카드의 차이, 편집 가능 유무



독일학생과 한국학생들의 공부방식은 노트와 카드의 차이입니다. 한국 공부 방식인 노트는 받아쓰기라는 것을 다 알테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독일 학생들은 자신이 공부한 것을 요약하는 카드를 작성합니다. 여기서 어떤 차이가 나오는가?



받아쓰는 노트는 공부를 더 많이 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편집 할 수 없습니니다. 노트는 노트에  그치고 맙니다. 알파벳과 주제별로 분류된 카드는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요약된 카드를 이리 저리 섞어 보다가 호기심과 새로운 의문, 흥미가 뚫리는 것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구상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최근 일화.  14년전 알리바바에 2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상장하자 60조라는 초대박으로 돌아왓습니다. 바로 손정의입니다. 손정의는 300여장의 카드를 만들고 그 카드를 2~3장 뽑아서 무작위로 연결했습니다. 카드 연결 방식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독일 학생들의 공부 방식과 차이가 없습니다.



손정의




말콤 글래드웰도 편집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설명해서 유명해진 '1만 시간의 법칙'은 말콤이 처음 발견한 사실이 아닙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한 분야에서 탁월함을 가진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연습량이 필요한데 그 시간이 바로 1만시간. ( 하루에 3시간식 연습 한다면 10년이 걸리는 시간 )입니다.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턴이 내놓은 연구 결과입니다.



말콤 이야기 전개는 심리학 논문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사례를 곁들입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와 비틀즈를 예를 듭니다. 재구성하고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이해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말콤은 스티브 잡스가 탁월한 편집자라고 주장했지만 그 또한 아주 탁월한 편집자입니다.




에디톨로지

저자
김정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4-10-24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유쾌한 인문학으로 돌아온 김정운의 신작!에디톨로지Editolog...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에디톨로지는 편집에 관해서 탁월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작가의 통찰과 깊은 사고가 느껴지며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설명이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도 재미 있고 인문학 서적이니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책을 읽어보기 어렵다면 KBS에서 '오늘 미래를 만나다' 강의를 참고하면 됩니다. 책을 읽고 난 다음에는 다음 문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다른 편집이다! 


  1. 인터넷, 게임업계 창업에서 86학번이 많다. 김정주 (넥슨의 지주회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김범수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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