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

군도 민란의 시대 : 초점을 잡지 못해 아쉽다

네그나 2014. 9. 12. 23:15

올해 여름 영화대전은 군도, 명량, 해적이 출격해서 승부를 겨루었습니다. 결과는 명량은 압도적인 승리와 해적의 뒷심 발휘, 예기치 못한 군도의 부진이었습니다. 개봉전 군도가 좋은 평가를 받고 흥행에 성공하리라 예상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의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에게 인정받은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쥐고 출연작 대부분을 흥행시킨 하정우 조합이라 충분히 기대해 볼만 했습니다.



추석에 가족이 모였을 때,군도를 감상했는데 포인트는 '군도가 왜 부진했을까?' 였습니다. 군도의 관객수는 477만명으로 제작자와 감독, 배우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을겁니다. 군도는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었을까?  적절한 평가였을까? 총 대신 칼을 차고 사막이 아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 냄새를 풍깁니다. 영화 장고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좋고 싫음이 갈릴 수 있는데 김치에 버터를 비벼놓은 것처럼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군도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점 중 하나가 잦은 나레이션이었습니다. 나레이션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너무 잦고 배경과 상황묘사를 장황하게 설명하는터라 영화가 가상 다큐먼터리 보는 기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부패한 관리와 탐욕스러운 부호가 결탁하여 백성들을 수탈하고 있다'로 끝내면 될것을 쌀을 빌려줄 때는 물에 불려 부풀리고 갚을 때는 그대로 갚는다 식으로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교과서도 아닌데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설명이 잦다보니 캐릭터 구축이 축소되고 이야기 흐름이 끊깁니다.


군도 돌무치하정우가 연기한 돌무치. 왜 나왔는지 알 수 없을정도로 비중이 없다.




문제가 되는게 바로 이점인데, 광각렌즈를 통해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배경만 보여주니 인물에 캐릭터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군도의 주연은 돌무치(하정우)이나 명목상의 주연일뿐 쩌리가 되어버립니다. 조연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돌무치가 왜 나와야했을까?  관객들에게 억울함과 원통함을 복수로 되갚아 주는 이야기를 들려 주어야 했습니다. 돌무치(하정우)에게 초점이 잡하지 않으니까 배경으로 사라지거나 흐릿하게 보입니다.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으니 하정우가 한 틱 장애 연기도 무의미합니다. 돌무치도 아무런 캐릭터도 못 남기고 붕 떴습니다.



군도에서 가장 잘 잡힌 캐릭터는 조윤(강동원)입니다. 능력과 야심은 있지만 서자 출신의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영화에서 악역을 매력적으로 설정하면 주인공과 펼치는 대립구도가 흥미진진해 집니다. 악역을 잘 맡으면 배우도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류성룡이 후배 박성웅에게 악역을 잘하라고 충고를 하기도 했는데, 신세계에서 박성웅이 역을 잘 소화해내자 곧 주목을 받았습니다.


군도 조윤 강동원강동원이 연기한 조윤. 빛이 너무 커 돌무치를 가려버렸다.



하지만 악역의 설정과 초점이 너무 과했습니다. 비중이 돌무치보다는 조윤에게 더 많이 갑니다. 후반부에서는 누가 주인공인지 누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지도 헷갈립니다. 잘 생긴 조윤과 대적하는 못생긴 돌무치가 그의 앞길을 방해하는 악으로 보입니다. 영화의 제목 군도 민란의 시대입니다. 극의 후반부에는 백성들이 폭정에 항거해서 들고 일어나는 통쾌함이 있어야 되지만 시대를 잘 못 만나 뜻을 펼치지 못한 한 인물의 비극으로 보입니다. 차라리 조윤에게 초점을 맞추고 홍길동전의 이야기를 각색해서 용이 되고자 하는 이무기를 그리는게 더 나았을 겁니다. 



다치바나 우쿄橘 右京(たちばな うきょう)조윤의 검술을 보고 이 캐릭터를 생각한 사람이 많았으리라. SNK의 대전격투 게임 사무라이 스프릿츠의 다치바나 우쿄. 쿨럭쿨럭 모습만 재연하면 완벽하다.





군도는 형편없다라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지만 좋다고 말해주기도 어렵습니다. 시나리오도 특색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군도의 모든점을 나쁘게 평가하면 안되겠지만 연출에 따라 더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겁니다.조윤처럼 되다만듯한 느낌입니다. 군도 민란의 시대 평점은 6점입니다.

 


군도:민란의 시대 (2014)

KUNDO: Age of the Rampant 
6.7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이경영, 이성민, 조진웅
정보
액션 | 한국 | 137 분 | 2014-07-23
글쓴이 평점  



영화산업은 부침이 심해 변동이 큽니다. 인기배우와 뛰어난 감독이 뛰어들더라도 다음에 일어날 일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작년 하정우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별 다른 활약이 없습니다. 올해의 최고는 명량의 최민식이 가져갔습니다. 아마 내년에는 또 달라지겠죠. 언제부터 인지 한국 영화는 같은 배우만 나오고 있습니다. 나쁘다기 보다는 배우풀이 너무 좁아 보입니다. (나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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