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엔진의 시대 : 당신에게 차는 어떤 의미인가?

네그나 2017. 8. 17. 00:30


엔진의 시대  /  폴 인그래시아

자동차의, 자동차에 의한, 자동차를 위한 세기


이제는 다 잊어 버렸지만 수능 영어 공부하면서 기억에 남는 지문이 있습니다. 자동차 운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운전은 어른으로 진입하는 관문이다." 주제였습니다. 왜 이 지문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문을 골똘히 보면서 영어 공부하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남자임에도 자동차에 흥미가 없는 타입입니다. 저자 서문에서도 "35세 이하에게 자동차는 아이패드, 아이팟, 휴대전화, 각종 앱, 퍼스널 컴퓨터, 블랙베리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는데 딱 "나잖아" 전자기기가 21세기를 휩쓸였다면 "20세기의 자동차는 가족여행, 첫 번째 차, 첫 번째 성경험 등 강렬한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그럴겁니다.


자동차



여기서 개인 성향이 나누어집니다. 저는 차를 사도 뭐. "샀네" 하고 끝났거든요. 흐음 오래된 중고차라서 그럴까요. 새차사면 기분이 다를까요? 아니요. 딱히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새차사고 싶은 욕구도 없으니까요. 반면에 처음으로 8비트 컴퓨터를 만졌을 때와 아버지가 사준 닌텐도 패미컴(nes)는 생생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전자에 관심을 둔 사람과 기계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죠.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차에 강렬한 기억을 가지는게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첫 차 산날을 잊을 수 없다거나, 아예 차에서 잠을 잣다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차는 소유주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합니다. 책임보험에 가입을 해야하고, 내 명의로 국가에서 세금 내라고 고지서도 날라옵니다. ( 조그만 차 가지고 있는것뿐인데 세금이 왜 이렇게.) 게다가 차는 주행, 유지, 정비하는데 돈이 탈탈 깨집니다. 정비할 때마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을 보면...


다시 말하면 자동차의 소유에는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반면 전자기기에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지는 않습니다. 값싸게 구입할 수 없고 소유하고 버리는데 큰 짐을 짊어지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영어지문이 맞았습니다. 차는 어른으로 진입하는 관문입니다.


차로 보는 두 형태의 사람


앞서 밝혔듯이 전 차에 관심이 없습니다. 차는 운송수단으로 정의합니다. 자동차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사람과 짐을 운반하는 기계동력 장치다' 여기서 더 안 나갑니다. 다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지 않습니까? 저에게 차가 딱 엘리베이터 수준입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도 못느끼고 흥미도 없습니다. 주위에서 차를 사고, 의례적으로 좋다 해주고 끝냅니다.


가장 신기하게 여겼던 부류가 수능 끝나자 마자 운전면허 따는 애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들은 나를 이상하게 여겻을 겁니다. '저놈은 왜 운전면허를 안따지?' 아니 대부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더군요. 차에 관심이 없으니.


첫번째 유형은 자격 요건이 되면 바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입니다. 저는 지금 당장 운전할 것도 아닌데 '운전면허 딸 필요 없다.' 였습니다. 면허는 필요할 때 취득하면 된다는 사고. 일반적인 유형은 아닙니다. 이런 타입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편이고, 보통 덕후과(?)들이 그렇더군요.


주위 친구들 마저 차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들 차 보유 시기가 결혼 즈음에 했으니. 보통 사회로 나가면 차들 많이 구입하니까요. 여전히 운전면허 미취득자도 있습니다. 집이 있는데 차는 없는 아주 특이한...(아! 특이하지는 않나?)


대조적으로 제 동생은 아주 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차를 몰려고 안달복달했었습니다. 물론 운전면허도 빠르게 얻었습니다. 군 전역하자 마자 일했고 곧 차를 뽑았습니다.


운전면허도 주위의 성화에 밀려서 겨우겨우 땄습니다. 여기서 또 두 유형으로 나누어지는데요. 운전면허 따고 슬슬 차에 관심을 보이는 타입과 땃으니 "이젠 됐다"고 하는 선언하는 타입. 물론 전 후자입니다. 취득한  운전면허는 빛을 못보는 장롱면허가 되어버렸습니다. 나중에 운전을 할 때 다시 연수를 받아야 했습니다. 기초적인 지식은 다시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제 경우는 예외적일 뿐. 대부분 차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연봉이 올라가 경제력이 상승하면 차부터 바꾸고 봅니다. ( 동생만 해도 몇 번이나) 차는 운송수단을 넘은지는 한참 전 일이고 지위상승을 의미하는 신분재 역할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합니다.


차에 대해서 관심이 없으니 잘 모르지만 차로 인해 사회변화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습니다. 차라는 렌즈를 보는 미국현대사인 이 책만 해도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차는 포드의 모델 T와 자동차의 미래로 소개된 도요타 프리우스입니다.


자동차의 아이폰이라고 할까. 포드의 모델T


포드는 자동차를 모든 사람들에게 줘야한다는 발상을 했습니다.

내가 만드는 자동차는 대중을 목표로 한다. 웬만큼 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대씩 가질 수 있게 하겠다.  가족과 함께 대자연에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게 하고 싶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대중화시킨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 그러했듯, 포드의 유산은 엄청납니다. 제조 혁신으로 이동식 일관 작업라인을 도입해 대량생산을 시켰습니다. 그 뿐인가? 주위의 엄청난 반발에도 노동자의 일당을 5달러로 올렸고 이는 평균 공임의 2배였습니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포드의 조치를 뒤따라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대중화를 시키면 대중화를 시킨 장본인은 엄청난 부를 얻음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박제시킵니다. 사회적으로 파급되는 효과도 엄청납니다. 중간계급의 탄생, 주거지가 교외로 이전되는 것은 자동차가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쇼핑몰과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 자동차는 윤리의식까지 흔들어 놓았는데 " 그 시절 태어난 아기 대다수가 모델 T에서 잉태되었다. 차에서 태어난 아기도 적지 않다. 앵글로색슨인의 가정 이론은 크게 왜곡되었고, 결코 다시 원래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와는 조금 다를 듯 하지만. 자동차에서 경험은 많지 않을 듯. 교외로 모텔로 가면 되니까. 모텔 역시 자동차가 없다면 안되는 것입니다. 


초장기 포드가 연이어 실패했다는 그런 것보다 포드의 노동정책이 눈길을 끕니다. 포드는 노동시간을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였고 22세 이상의 근로자가 최소 5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았습니다. 다른 사업가들은 포드를 비난했고, 윌 스트리트 저널은 "사회사업이랍시고 저지른 일은 범죄가 아니라 해도 경제적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 실책이 부메랑이 되어, 그와 그가 대표하는 산업, 그리고 사회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최소임금 상승이 지옥으로 가는 길인양 선동하는 현재 언론을 보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포드가 천사라서 그런건 아닙니다. 그는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자로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일 뿐. 임금을 돌리는 대신에 가부장적인 통제가 따랐습니다. 포드는 사회부서라는 것을 만들어 직원들의 가정을 수시로 방문해 정리 정돈 청결 상태를 점검했고, 음주나 매매춘 기타 방종한 생활을 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사규 위반자들은 면담을 통해서 생활방식을 고쳐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고 될 수 도 있었습니다.


그렇다 하러다도 포드는 영웅대접을 받았습니다. 노동자들의 감사편지가 쇄도했습니다. 입에 풀칠을 할려고 자식들을 하인으로 보내는 쓰디쓴 경험을 더 이상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포드로 구직자들이 쇄도했고 다른 기업들도 뒤따랐습니다.


포드는 국민차를 탄생시켰고 대량생산 방식을 고안했으며, 노동자들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았습니다.


여기서 아이폰과 포드의 차이가 보입니다. 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의 차이입니다. 포드의 시대에는 흔히 말하는 낙수효과가 일어나는 시기라 황금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시대는 승자독식사회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도 대규모 고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IT는 본질적으로 부가 소수에게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전 IT는 일자리 창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쪽입니다.


더 나가서 인공지능이 모두의 예상처럼 도입된다면 차이는 더 벌어질겁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새로운 혁명이 일자리를 더 늘어나게 만들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긴 하겠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실직 위협을 받지 않을테니까.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들릴까?


퇴행적으로 트럼프 같은 인물이 대통령이 되고, 제조업을 되살린다고 하지만 이것도 답이 아니라는게 문제입니다. 어떠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현실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면죄부를 팝니다. 도요타 프리우스


도요타 프리우스는 배터리를 이용해 저속으로 달리다가 48Km이상일 경우 휘발유 엔진이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프리우스의 작동방식이 흥미로운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프리우스는 연예게 엘리트 사이에서 지위의 상징물로 부상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경우에도 (2002년 경우 )  프리우스를 4대나 보유했다고 합니다. 토요타는 2003년 오스카 시상식에 배우들의 리무진으로 제공했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고자 하는 남녀배우들이 프리우스를 선택했습니다. 환경주의자들에게 프리우스는 우상이었습니다.


친환경 좋아요. 우리 인간은 소비를 해야하고 어떤식으로든 환경을 파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환경피해가 덜 가는쪽으로 소비하는게 맞습니다. 현대의 연예인들에게는 사회적, 도덕적 인물로 비춰지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일회용 컵대신 머그컵을 가지고 다니기? 쉽지 않죠? 자동차 이용 대신 걸어다니거나 자전거 이용?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소비를 줄이는 삶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차를 대여섯대 가진 사람이 또 다시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도요타 프리우스는 지극히 현대적인 방식, 물질문명 방식으로 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소비함으로써 환경 살리기. 이건 '먹어서 다이어트 한다' 환상과 같습니다. 내가 프리우스를 타고 다는 것만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야. 이 얼마나 간단한 사고방식입니다. 유명인사라면 호화생활, 흥청망청한 소비 이미지가 따라 다니는데, 그들이 가진 죄책감을 말끔히 씻어 주는 겁니다.


사우스 파크에서도 프리우스가 가진 친환경 이미지를 비꼬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하니 이런 생각을 했던건 저만이 아닌가 봅니다.


어차피 차를 이용할 거라면 친환경 차가 좋을 것이고, 유명인의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서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나쁘게 볼 필요는 없지만. 그것이 다시 소비라는 욕망을 채워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고, 프리우스를 사고 타는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겠죠.



자동차의 미래, 전기와 자율


이 책에서는 자동차의 미래로 프리우스를 꼽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테슬라나 자율운행차를 제격입지다. 전기차로만 바뀌어도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얼마전 뉴스에서는 제주에서는 전기차가 많이 운행중이기 때문에 정비센터가 일거리가 없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엔진오일도 정비할 일이 상당히 줄어들어 버린다는 겁니다. 과장된 뉴스라고 보지만 전기가차 대중화된 시점에 닥칠일이 짐작케 합니다.


자율운행차는 어떤가? 상당한 엄청난 사회 변화가 동반될 걸로 예상합니다. 자동차 시대, 정보화 시대 변화 그 이상일겁니다. 쉽게 빌려쓸 수 있기 때문에 소유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빌리는게 아주 쉬워지겠지만 소유도 계속 이루어질 겁니다.


내가 관리하는 차가 내 마음에 듭니다. 담배연기에 찌든 차나, 지저분한 차를 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물론 관리를 잘 한다면 다를 수 있겠지만, 그게 될까 싶기도 하고, 소유의 대한 욕망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음반, 게임패키지가 존재하는데 하물며 차도 '내차'라는 사고는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소유에 대한 욕구는 줄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은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사지 않아서 걱정이라고 합니다. 호황기 시절의 일본 젊은이들은 자동차부터 샀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자율운행이 가능해지만 지금보다 대중교통이 편리해질 가능성이 크고 소유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늘어날 겁니다.


자동차로 보는 미국 생활사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의 시대는 저널리스트 답게 글이 아주 재미있고 읽기 쉽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사례도 작지만 등장합니다. 비빔밥과 세계화의 상징으로서. 차에 관심 없는 저에게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사회변화양상을 보면서 미래에는 사고방식과 윤리, 사회상이 이렇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예측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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