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아날로그의 반격 : 디지털 시대에는 무엇이 가치가 있는가?

네그나 2017. 9. 7. 21:47

아날로그의 반격(The Revenge of ANALOG)

데이비드 색스(David Sax)


디지털이란 단어는 일상화된지 오래이고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세상은 디지털 기술로 둘러 쌓여져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입하고, 음악과 라디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 아날로그가 차례로 죽어가면서 디지털이 부상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음반, 필름사진, 서점 등등.


이 책에서는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다시 아날로그가 떠오르는 트렌드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음반과 달리 영화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해도 잘 살아 남았습니다. 극장도 큰 타격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사람들은 어두운 동굴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감상하는 습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미디어를 읽는 자세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장점이 뭐겠습니까? 파편화 시키기와 바로가기, 링크입니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부분으로 쉽고 건너뛰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와 맞지 않다면 영상 하나를 꾸준하게 보기가 어렵습니다.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스킵해 버리고 흥미로운 부분만 감상합니다. 이것은 디지털 감상법입니다.


TV예능프로그램을 보면 더 심한데. 방송시간을 채울려고 하는 개인기장면 다 넘겨버립니다. 이게 무엇과 비슷하냐면 인터넷에서 글을 읽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정독하기보다는 대충 빠르게 읽어 내려가는 방식입니다. 인터넷에 의존이 심할수록 장문을 읽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이 방식을 요약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세줄 요약. 짤방과 움짤로 요약해 버리면 한 프로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하면요. 내가 지루하다고 느끼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부분도 그래도 참고 보게 됩니다. 만약 집에서 였다면 당연히 넘어갔을 겁니다. 예전에는 재미없는 부분을 스킵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을 절약해 주니까.


그런데 가끔은 나와 맞지 않더라도 참고 보는 일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맞지 않는 부분도 다른 사람과 같이 감상을 하면, 사람이 각자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내가 재미없어 하는 부분에서 웃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슬프다고 느끼는 걸 경험합니다. 나와 다른 나이대, 다른 성을 가진을 사람이 나와는 다른식으로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만 쳐다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없으니 '왜 재미있어 하는지?' '왜 흥미를 보이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희소해지는 경험은 무엇일까?


디지털 라이프 시대에서 아날로그 트렌드가 떠오른다는 것은 진기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자동차를 타는 시대에는 말을 타는 경험이 가치가 있을 수 있고, 모든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시대에는 철처하게 고립되는 경험이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첫 번째장에서 다룬 LP의 부활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완전히 끝장나 버리라고 생각했던 게 LP판입니다.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길이 널려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다운받을 수 있고, 스트리밍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조금만 노력하면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크고 무겁고 돈을 주고 사야하는 LP판이 떠오른다. LP 플레이어까지 사야 하는데? 음악을 공짜로 구할 수도 있는데 왜 그럴까?  2007년에 LP판매량은 저점을 찍은 후 계속 상승중에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LP 앨범의 판매령이 2007년 99만장에서 2015년 1200만장으로 늘어났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종합해 보면 2015년 LP 판매는 전체 음악 판매의 수입의 25퍼센트에 근접했습니다.


LP요즘 아이들은 모를 LP판.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보기만 했지 사용을 안 해봐서.



LP의 부활은 성인들의 추억회상하기가 아니라 10대와 20대도 관심을 보이는게 특이한 점입니다.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그해 LP레코드판의 주소비층은 18~24였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게임 한정판에도 LP판을 구성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책은 태블렛이나 인터넷으로 읽지 않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신경과 집중력을 분산시켜 버립니다. 종이책을 읽는 이유는 한장씩 페이지를 넘겨가는 그 느낌이 좋기도 하지만 바로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으로써 책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은 정말 돈이 되는가?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디지털화 되는 세상에서 핵심적인 질문은 바로 이것입니다. 디지털은 정말 돈이 되나? 음원 시대가 되면서 노래를 어디서든 다운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가수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푼돈입니다.


작곡가인 알로에 블라크는 와이어드지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인 스트리밍된 곡 Wake up Me를 대가로 판도라로부터 받은 돈이 4000달러도 안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판도라는 10억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습니다.


해외 사례는 잘 와닿지 않으니 국내로 돌려보면. 2012년 메가 히트곡이었던 강남 스타일이 3,6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강남스타일 처럼 기록적인 히트를 기록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이 고작 이정도입니다.


아이패드, 태블렛이라는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고 잡지와 뉴스는 대번에 디지털로 변화할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디지털 잡지와 뉴스에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디지털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뉴욕타임스와 경제지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명성을 쌓아 왔던 언론사만이 성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디지털이 가치를 떨어 뜨리는 것은 컨텐츠를 헐 값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필자 조차도 공짜로 글을 실어줄테니 유명세를 얻으라고 하는 메일을 수도 없이 받는다고 합니다. 진중권도 허핑턴 포스트로도 비슷한 메일을 받았다고 하죠. 진중권은 이미 유명할만큼 유명한데도 그렇습니다. 진보를 표바하는 매체가 당당하게 열정페이(도 아니죠)를 요구하는 것 보면 웃긴일입니다. 글쓰기로 먹고 살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디지털 상점은 또 어떤가? 쿠팡, 티몬등 소셜커머스 사업이 돈이 안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서비스는 돈을 먹는 하마로 언제 수익이 날지 궁금해 집니다. SK는 돈이 안되는 11번가를 매각하려 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수익을 내는 곳은 이베이가 소유한 옥션과 G마켓 뿐이라고 합니다. 아마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존은 책과 상품을 팔아서 수익을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디지털 시장은 장악하기만 한다면 엄청난 수익을 낼수 있지만 대기업조차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반면 아날로그는 돈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이 매체라는 이유만으로 몇배나 되는 가격의 lp판을 구입합니다. 작가와 출판사들에게 돈을 입금시켜주는 아날로그 시장입니다.


물론 디지털이 더 잘어울리는 시장도 있습니다. 게임 스트리밍, 스트리머는 디지털과 아주 궁합이 좋고 만화와 웹툰도 그렇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을 했던것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에서 돈을 벌 기회를 발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두가 디지털을 말할 때, 가만있자. 아날로그도 돈이 되는데 말야. 하는 사람들.


IT가 과연 일자리를 늘려줄까요? IT는 그 속성상 사람을 적게 유인하고 편하고 저렴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애플이 그 기록적인 수익을 기록하고 고용하는 사람들 숫자를 보세요. 실리콘 밸리는 기술 낙관주의에 빠져 모든게 다 잘될꺼야 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말이 정답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서 빛나는 아날로그의 불편함


앞으로도 디지털 시대는 계속이어질 겁니다. 디지털의 거센 흐름은 변하지 않습니다. 디지털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보급시키는 강점은 어마어마하니까요.


아날로그는 음악을 건너뛸 수도 없고, 검색도 힘들고,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아날로그의 매력이 나오는 겁니다. 다소 불편함. 그 불편함이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에 집중할 수 있고, 공부와 독서에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이 편함이라면 아날로그는 불편함입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묻습니다. 편한 것은 항상 좋고 옳은 것인가?


읽고 난 뒤에 말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읽기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요.


답은 아니요. 입니다.


이책은 과거는 그저 좋았다고 하거나 아날로그에 대한 찬양만 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기술을 파괴하자는 러다이트적인 관점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이 분법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정말 중요한게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사실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면 아날로그건 디지털이건 상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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