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풀 프루프 : 안전함으로서 더 위험해진다?

네그나 2017. 7. 28. 21:53


풀프루프 (Fool Proof)

/ 그레그 입(Greg IP)


세월호 같은 초대형사고가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은 주요한 이슈입니다. 어떤 사고가 일어나게 되면 언론은 반드시 안전불감증을 질타합니다. '예고된 인재'라고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웃긴 말입니다. 정말 예고된 것인지 아니면 사고가 일어난 일에 원인을 끼워맞춘건지 모를일입니다. 


사고 발생 후, 원인을 찾고 재발방지를 위해서 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사고 후 조치는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듭니다. 그것으로 끝인가? 풀 프루프 이 책에 주장하는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뒤집습니다. 안전에 대한 소홀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는게 아니라 그동안 너무 성공적으로 재난을 막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후쿠시마 원전 누출, 뉴올리언스 제방 사고는 성공이 실패로 되돌아 왔다는 것입니다.


금융위기는 20년 이상 이어진 경제적 안정의 결과였고 유로화 붕괴 위기는 영구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허리케인 카트라나와 후쿠시마를 덮친 쓰나미가 입힌 피해의 원인은?  근본적인 원인은 그간 엔지니어와 정착민들이 성공적으로 자연재해를 막아냈기 때문입니다.


쓰나미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해안을 따라 방조제를 만들었습니다. 안전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해안가를 따라 도시가 들어서고 핵발전소가 들어섰습니다. 위험을 초래하게 된 것입니다. 해안가에 몰린 도시들은 스스로가 자연재해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은행과 규제기관들은 주택가격이 하락한 적이 없다는 사실과 몇십년을 지속한 모델을 근거로 담보대출이 안전하다고 평가합니다. 이는 방조제와 비슷합니다. 방조제를 통해서 그 지역이 안전해지면 도시가 건설되어 인구가 유입됩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 경우에는 큰 재난으로 이어집니다. 주택담보대출이 안전하다고 평가받으면 대출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주택가격의 거품을 부채질합니다.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깨지게 되고 실질적인 하락이 나타납니다.


책에서는 안전하다는 느낌 때문에 더 큰 사고를 부른는 다양한 예시를 듭니다. 과격한 풋볼 경기에서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헬멧이 과격한 행동을 유발하고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안전한 제동을 위해서 도입된 자동차 ABS 브레이크가 오히려 운전자들의 과신을 부르고 과속을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저축은 언제나 옳은가?


독일에서는 빚을 뜻하는 '슐트(schuld)'라는 단어가 죄책감이라는 뜻도 가진다고 합니다. 저축은 좋은것이고 빚은 나쁜 것이라는 독일인의 사고를 보여줍니다. 저축을 높게 평가하는 태도는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도 비슷합니다. 소비는 흥청망청으로 저축은 근면한 자세로 바라봅니다.


경제학에서는 도덕관념이 조금 다릅니다. 어떤 사람이 돈을 빌리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저축을 해야 합니다. 한 나라의 부채는 다른 나라의 자산입니다. 유럽의 위기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사람들의 돈의 빌린 결과이기도 했지만 독일인들이 저축을 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문제로 미국에게 닥친 위기는 세계 다른 나라들의 지나치게 많이 한 저축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저축을 많이한 원인을 보면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1997년 태국으로 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는 이웃나라를 차례로 삼켰고, 한국도 IMF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일을 겪었습니다. IMF 사태는 한국인들에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왔습니다. 기업  민명화를 해야 했고, 재벌에 대한 대출도 중지했습니다. 수 많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실업자가 발생했고 시민들은 평생고용 시대가 끝났음을 알았습니다.


금융위기는 가라앉았지만 IMF 구제의 굴욕과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은 똑같은 일을 겪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 IMF 이후로 대통령에게 매일 외환보유고 상황이 보고된다고 합니다.) 수출을 진작시키고 수입을 막기 위해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합니다.


외환위기라는 쓰나미기를 막기 위해 제방을 높기 쌓기 시작했습니다. 다시는 긴급구제 조치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필자의 말대로 한국을 비롯한 중국의 여러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이 다른 나라의 금리를 끌어내림으로써 금융투기를 부추기고, 다음의 위기를 잉태할 씨앗을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가 개별적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때 세계는 이전보더 덜 안전해진다고 말합니다.


챕터 2에서 표현한 '내 구역에서만 일어나지 않기를' 제목처럼, 예능 프로에서 자주 보이는 '나만 아니면 돼' 사고처럼 모두를 위해서 자발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을겁니다.


스케일을 좁혀서 국내로 좁히면 또 달라집니다. 경제관료들은 국내소비 부진을 걱정하며 더 많은 소비를 일으키도록 유도하려 합니다. 데칼코마니입니다. 국민들은 경제위기 이후 스스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높은 제방을 쌓기로 결정합니다. 일본 베이비부머들도 은행에 돈을 쌓아두기만 할 뿐 좀처럼 소비를 안합니다. 그들은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지는데도 요지부동입니다.


과잉저축이 거시경제라는 큰 시각으로 보면 옳지는 않겠지만, 갈 수 밖에 없는 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IMF가 개별국가들을 안심시키고, 정부가 국민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어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될거 같지는 않으니까요. 두려움을 누가 없애 줄거냐는 질문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할 주체가 없습니다. 때문에 역사는 되풀이되고 위기가 재발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일지도 모릅니다.


풀프루프 (Fool Proof)  / 그레그 입(Greg IP)


반하는 통념

위험에 노출되는게 오히려 안전하다?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경제적 안정성이 안주, 그리고 결국은 불안을 일으키는 것을 "안정성은 안정을 위협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해법은 이렇습니다.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는 완전하게 위험을 제거할 수 없습니다.


과하지 않은 안전을 추구하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 빨리 회복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제방을 무작정 높이는게 아니라 저치대는 침수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복구를쉽게 하는 것입니다.


재난에 대한 위험을 제거함으로서 성공을 기틀을 마련했지만 후에 큰 화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약간의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더 큰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안전한 삶이란 고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론유도기관에서는 창업을 통함 위험감수를 유도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 대다수는 실패로 끝을 맺겠지만 성공한 소수는 살아 남아 사회를 더욱 번영시킵니다. 물론 남일이니 위험을 감수하라고 쉽게 말합니다. 내가 위험에 뛰어들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흠. 글쎄. 성공한 기업인이 자신의 경력을 자랑스레 포장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렇습니다.


책에 논하는 안전은 성공이라고 표현해도 될겁니다. 사실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 성공이 실패를 잉태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아날로그 카메라에 안주했던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에 쓰러진 예처럼. 역사는 돌고 돈다고 디지털 카메라 기업들은 아이폰 비롯한 휴대폰 카메라에 일격을 맞았습니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국가 기업이나 단체,사람들은 성공을 축하하겠지만 언제 물이 넘쳐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일입니다.


<유튜브에 Fool Proof라고 입력하니 나오는군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풀 프르푸는 안전과 시스템에 대해서 금융, 자연재해, 기술등 다양한 사례를 들어서 설명합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이 과연 옳은 것인가?[각주:1]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책이므로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1. 물론 이는 안전이 확보된 이후이므로 안전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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