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 좋은 화차를 보고 왔습니다. 크게 당기는 영화가 없습니다. '영화관에서는 스펙타클한 영화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생각으로 < 존 카터 : 바숨전쟁의 서막 >보았는데, 존 카터를 보고 있는 내내 이러고 있었습니다.
(-_-)
존 카터는 화려한 효과가 터져 나오더라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라는 생각을 다시 가져 주게 만들었습니다. 화차와 타이탄의 분노를 놓고 고민하다가 타이탄 역시 존 카터와 비슷한 것 같아서 화차 선택했습니다. 영화보면서 생각 안하고 싶은데 생각 안하고 보니까 돈과 시간이 아깝더군요.
영화 보기 전에 블로그글을 읽는 다는 것은 스포일러 감수하겠다는 생각같지만, 화차는 영화 특성상 스포일러가 나올
수 있습니다.
화차는 미스테리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을 영화화 하면 반응이 2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원작을 잘 살렸다.' '소설보다 못하다.' 저는 소설 화차를 안 읽었습니다. 일본 소설이라면 더더욱
관심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모르고 관람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화차(火車)입니다. '왜 제목이 화차인가?' 불타는 열차가 무슨 뜻이지? 궁금했습니다. 제목만으로 영화의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화차란 일본 민담에 등장하는 '악인이 올라타면 절대로 내릴 수 없는 지옥행 수레 '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집중력이 있게 풀어가는 이야기
영화는 초반 부터 호기심을 일으킵니다. 결혼을 앞둔 장문호(이선균) 과 강선영(김민희)는 부모님 댁에 인사가기 시골로 내려가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휴게소에 커피를 사러 갔다 돌아온 문호가 알게 된것은 강선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후로도 강선영은 어디에서 찿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왜 사라졌을까?
문호는 사라진 강선영을 찿기 위해서 전직 강력계 형사인 사촌 형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합니다. 강선영에게 대해서 알아가면 갈 수록 미궁 속에 빠져버립니다. 강선영에 대해서 조사하면 할 수록 모든게 거짓임이 들어납니다. '도대체 강선영은 누구인가? 목적이 무엇인가?' 의문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강선영의 실제 이름은 차경선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차경선은 왜 강선영으로 살아갈려고 했을까? 바로 빚의 노예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사업실패로 빚을 지게 되고, 아버지의 빚은 고스란히 차경선으로 되물림됩니다. 차경선은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면서 인생이 바뀌고 벗어날 수 없는 운명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화차를 보면 자본이 사람을 어떻게 괴물로 만들어 내는지 보여줍니다. 차선경은 괴물을 피하기 위해서 스스로가 괴물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연고도 없는 강선영을 선택해서 제거하고 강선영을 탈을 쓰고 살아갑니다. 화차의 펜션장면은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한 컷도 나오지 않지만 시체를 토막내고 있을 것 이라는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더 섬득합니다. ( 진짜 공포는 난도질하는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상상하게 만드는 거죠.)
차선경의 행동은 괴담이나 소설에 나오는 괴물을 연상시킵니다. 끊임없이 사람의 사람의 육신을 탐하는 괴물. 사람을 잡아먹은 후 그 사람 행세를 하는 괴물. 만화 베르세르크에서 이런류의 괴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빚의 수렁에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낙오되는 사회. 다른 사람의 탈을 써서라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나도 다른 사람들 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내가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명품 브랜드만 걸친다고 사람이 명품이 되지 않듯이 다른 사람의 탈을 쓰고 살아가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자본은 괴물인가? 천사인가?
화차는 자본의 비인간전인 특성에 대해서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자본에 대해서 진보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고,
금융이나 기업에서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합니다.
자본이라는게 그렇습니다. 잘만 이용 하면 부와 새로운 기회 제공합니다. 하지만 자본을 잘 못 다루면 괴물이 되어 버리면 잡아 먹힐 수도 있습니다. 자본이 사람을 유혹하는 목소리는 선원을 목소리로 꾀어서 난파시켜 죽인다는 세이렌 처럼 강력합니다. 돈 때문에 인생이 바뀌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지만 자본이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나쁘면 필요로 하지도 않겠죠.
차선경은 아버지의 사채로 인해서 인생이 망겨져 버립니다. 좋은 의도로 만들었더라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결국 괴물이 된 시스템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입니다. 당초 서브프라임은 빈민들에게 자기집을 제공하겠다는 이상적인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본 금융회사들 탐욕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개인의 탐욕이 결합되어서 서브프라임은 대량살상무기로 변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자본을 좋은 의도로 설계하더라도 나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니다.자본이라는 천사가 악마로 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악마를 잘 길들이면 큰 힘을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길들여진 자본이라도 호시탐탐 다시 지배하기를 노립니다. 잠깐 방심 하면 주인과 종의 관계가 역전이 됩니다.
화차는 자본의 병폐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만, 영화 화차 역시 자본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본을 통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자본의 문제점에 비판할 수 있다는게 아이러니입니다. 엥겔스의 후원으로 부르주아식 삶을 살면서 자본론을 만든 마르크스가 생각난다고 할까요?
화차의 영어제목이 Helpless(무력한, 속수무책인)인데 차선경에게는 현실 자체가 지옥이었을 겁니다. 차라리 화차라는 지옥행 수레를 타는게 현실지옥을 벗어나는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차, 시대정신에 맞는 영화
화차의 배경은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입니다. 한국 역시 IMF 이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고 대출사회가 되어가고 있어서 공통점이 많습니다. 뉴스에서는 가계대출액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나오고 어떤 사람은 일본 처럼부동산 거품 붕괴를 걱정합니다. 빚으로 인해 두딸을 죽이고 자살하지 못해 붙잡힌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이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
화차 제작비가 18억 밖에 되지 않은 저예산 영화인데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성공할줄 모랐던 영화가 성공하게
되면 항상 나오는 말이 '이렇게 잘 될줄 몰랐다.' 입니다. 화차는 왜 성공을 했을까요?
< 대중의 직관 > 이라는 책에서는 집단내에서 형성된 분위기는 사건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을 합니다.
집단이 미래를 낙관할 때는 과시하기 위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짓습니다.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정치 지도자를 교체합니다.( 그 정치 지도자가 어떤 행동을 했던간에.) 이 책은 특정한 사건이 발생해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통념부정합니다. ( 예를 들면 911테러가 일어나서 사회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인식입니다.
저자는 사건이 사람들의 생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사건을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왜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느냐? 저자의 주장대로 분위기가 사건을 만드는 사례가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 이기때문입니다.
화차는 신자유주의 종말, 양극화, 대출사회의 대한 사람들의 문제의식이 공유된 시점에 개봉했습니다. 만약 화차가
'여러분 부자 되세요'로 대표되는 부자되기 광풍시대에 나왔다면 지금 처럼 흥행했을까요? 대중의 직관에서는 불황기에서는 가볍고 경쾌한 영화가 아닌 진지하고 의미가 있는 영화가 인기를 끈다고 지적합니다.
최근에 흥행한 영화를 살펴보세요. 성폭력 사건을 다룬 도가니, 사법제도를 비판한 부러진 화살, 이어서 화차까지 시대정신이 보입니다. 사람들의 생각에 '지금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흥행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꼼수다 인기를 끌고 이슈를 생산하는 것도 시대정신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직관> 에서 주장하는 바처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면 영화 역시 적절한 분위기에 나와야 흥행을 할 수 있습니다.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도 타이밍, 비지니스의 성공도 타이밍, 인생도 타이밍, 영화도 타이밍입니다. 적절한 시점에 러쉬가야 성공합니다. 그 적절한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문제지만.
영화는 이야기,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맞아 떨어져야 완성됩니다. 김민희가 괴물이 되어가는 연기가 좋았습니다.
이선균의 목소리는 남자가 들어도 참 좋더군요.조성화는 황해 때도 좋았지만 이번에도 좋습니다. 역시 영화배우는
연기만 잘해서는 안되고 영화복이 있어야 됩니다. 연기를 잘 하더라도 영화가 받혀주지 않으면 희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화차는 스릴러 장르 영화 답게 강한 흡입력을 가지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영화입니다. 화차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9점을 줍니다. 추천 할만한 영화입니다. 소설도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 겠습니다.
번외로 화차라고 하면 다른게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일본의 화차는 지옥의 수레바퀴를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군사무기 입니다. 화차(火車)는 조선시대 때 수레 위에 총을 수십개 장치하여 이동이 손쉽고, 한번에 여러 개의 총을 쏠 수 있게 한 무기입니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인기프로그램인 미스버스터(호기심 해결사)에서 화차를 직접 만들어서 시험한 적이 있었죠.다음 영상을 보면 됩니다. 화차를 직접 상대했다면 적군에게는 지옥이었을 텐데, 지옥을 보여준다는 의미라면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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