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일본 반도체 패전 -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몰락하다.

네그나 2011. 9. 1. 18:30

왜 일본 반도체 업계는 쇠퇴했는가?




일본 반동체 패전이라는 책은 히타치 제작사에서 16년동안 근무를 한 유노가미 다카시가 일본 반도체의 쇠퇴원인을 분석한 책입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을 격은 이후로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불황을 겪게 됩니다. 일본의 쇠퇴와 함께 세계를 제패하던 일본 반도체 업계 역시 쇠락하게 됩니다. 한 때 시장 점유율 80퍼센트를 넘기던 DRAM은 엘피다 메모리만 남기고 모두 철수하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의문을 가집니다. 세계를 제패하던 일본반도체 산업은 왜 쇠락을 했는가? 기술력이 떨어져서? 연구개발을 게을리 해서? 일본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일본은 기술력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 역시 기술자 였을 때는 기술에서는 지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술에서 뒤지지 않는데 왜 시장점유율은 떨어지고 DRAM 산업에서 철수를 하고 산업이 쇠락을 하는 것인가? 도대체 왜?




저자는 일본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반도체 산업이 기술력에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잘 못 파악하고 있다는 거죠. 진짜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






일본반도체 쇠락은 과잉기술로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이다.




어! 이 말만 들으면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습니까?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왜 쇠락의 원인이 되지? 생각 할 겁니다. 흔히들 생각하기로는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면, 비싼 가격을 매길수 있어서 수익이 올라가고, 저가제품과 차별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이런 생각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고품질, 극한기술, 오버스펙을 추구합니다. 기술력에 자신이 있고,
거기다가 일본의 장인정신으로 대표되는 모노즈쿠리 정신이 더해집니다. 고성능을 위해서 아이디어를 모두 실현한 결과 공정수가 많아지고 원가를 높이고 이것은 가격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반면 후발주자인 한국이나 대만과 같은 나라는 고품질의 반도체를 내놓기 보다는 저비용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데 뛰어났습니다. 일본 반도체 업계의 패인은 가격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품질이 좋은게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오버스펙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서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일본이  DRAM에서 1위가 된 이유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일본 반도체 업계는 오버스펙, 과잉기술의 제품을 만들어내게 되었나?
이유가 있습니다. 반도체는 인텔인 1971년 1K비트 DRAM을 만들어 낸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이후 일본이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고 히타이, 도시바,  NEC, 후지츠, 미쓰비스등의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1980년대 중반에는 일본 반도체 기업이 시장 점유율이 1위가 됩니다. 반도체 산업은 일본의 자동차 산업과 함께 일본의 기간산업이 됩니다.




일본이 DRAM 점유율 1위가 된 이유는 바로 고품질의 반도체를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성공의 요인입니다. 초기 DRAM의 사용처는 대형컴퓨터 메이커 였습니다. 이들은 반도체 기업에게 “망가지지 않는 DRAM을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본전신전화공사(현NTT)도 전화교환기용 DRAM으로 23년의 품질보증을 요구했습니다. 즉 시장은 고품질의 반도체를 요구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서 고품질의 DRAM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을 앞지를 수 있었습니다. DRAM을 만들어 내었던 인텔이 DRAM에서 손을 떼기까지 합니다. 기존의 제품의 개선에 익숙한 일본은
고품질의 DRAM을 만들어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극한의 성능을 추구하는 기술중심주의 문화가 뿌리 내리게 되었습니다.










후발주자인 한국의 추격과 일본 반도체 산업의 딜레마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서 PC의 출하가 급증하고 PC용 DRAM 을 저비용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반면 일본은 변함없이 고품질의 DRAM을 계속해서 생산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의 주요고객은 대형 메이커 였기 때문입니다.




대형 컴퓨터용은 25년 보증의 고품질 DRAM이 요구되었지만, PC용으로는 과잉품질이었습니다. PC용은 5년 보증이면 충분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고품질을 실현하기 위해서 매수가 많고, 공정이 길어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고비용 구조가 정착이 되습니다.  고비용은 저수익으로 되었고 그 결과 PC용으로 저비용으로  DRAM을 대량생산하게 된 한국에 시장을 다 빼앗기고 가격경쟁력을 상실해 DRAM 비즈니스에서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규칙 부터 파악해야 됩니다. 게임의 규칙이 변했는데 기존의 규칙을 고수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입니다.





하던 대로 하다가 변화에 둔감해지다.




일본 반도체 패전이라는 책을 읽으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실패가 비슷하게 반복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 구글에게 인수된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한 때 무선통신시장의 최강자였습니다. 정확히는 아날로그 시장에 최강자였죠. 노키아도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신 성장동력으로 휴대폰 시장에 진출을 합니다.



모토로라는 디지털 통신에 대한 기술이 있었고, 이 기술을 노키아에게도 라이센스 해줍니다. 모토로라는 디지털 통신에 라이센스 수익이 점점 올라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통신사와 시장은 디지털 통신 휴대폰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를 했지만 모토로라는 응하지 않습니다. 변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이 때  노키아가 디지털 휴대폰을 만들어 서 시장에 내놓고, 이 기회를 발판삼아 휴대폰 시장 1위로 올라섭니다. 그 후 모토로라의 이야기는 안해도..




모토로라와 노키아의 사례와 일본 반도체산업과 한국 및 대만은 비슷합니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똑같습니다.
선도자였던 모토로라와 일본은 기술이 있었습니다. 모토로라는 노키아에게 라이센스 해주었고, 일본은 한국 및 대만에게 라이센스 해주었습니다. 돈도 있었고 기술도 있었지만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것도 똑같습니다.




선도자가 추락하는 걸 보면 재있습니다. 하나 같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산업의 선도자들은 누가 자기 목을 칠지 모릅니다.



휴대폰에서는 모토로라가 노키아에 당하고, 노키아는 애플에게 당합니다. DRAM은 인텔이 처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밀려서 퇴출됩니다. 그런 일본 역시 한국 및 대만에게 밀려서 퇴출됩니다. TV시장을 볼까요. RCA가
세계 최초로 컬로TV를 만들어 냅니다. RCA는 흑백TV가 곧 끝날줄 알고 기술을 소니에게 넘겨주는데 이게 실수입니다. RCA에사 기술을 전수받은 소니는 RCA를 죽이죠. 그런 소니역시 삼성, LG등에 밀려서 TV사업에 포기해야 한다는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세상사가 돌고 도는게 재미있죠. 여기서 문제 하나를 내자면.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서 떠들썩 하죠. 언론들은
구글이  뒷통수를 칠 수 있다면서 호들갑을 떠는데요. 삼성의 경쟁자는 누가 될까요? 단순하게 생각을 하면 모토로라를 인수한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용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과잉기술, 고품질 병의 일본





저자는 일본 반도체 업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지금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국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득이 늘어나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는데, 일본 기업들은 무관심하다는 거죠. 이들에게 먹힐려면 가격을 맞추고 품질을 떨어뜨려야 하는데 일본기업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소니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예전 에는 소니하면 고품질의 대명사 였습니다. 하지만 경쟁기업들의 품질이 높아지고 차이가 없어지자 소니는 쓸데없이 비싼 브랜드로 바뀌었습니다.시장의 요구 보다 높은 스펙의 만들어낸 일본
반도체 업계와 똑같습니다. 그 틈을 경쟁기업이 차치한 것도 같습니다.
 

nokia 101저가 시장도 무시 못한다. 저가시장에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일본이 저가시장에 밀려서 패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노키아가 3만원 밖에 안하는 노키아 100 같은 모델을 왜 내놓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 그런 노키아도 애플을 보지 못했지만요.)





시간 앞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일본 반도체의 패인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성공에 도취되어서 변화에 무관심했습니다. 하던 대로 하자고 생각을 하면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고 말을 하면 누가 토를 달겠습니까?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흐리르고 세상은 변하는 법입니다. 어제의 성공공식이 오늘에는 실패공식이 됩니다.




고품질이라는 성공공식을 믿다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 틈을 경쟁자들이 낚아채는 거죠. 영원히 통하는
필승전략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어떤 때는 품질이 중요할 수 있고, 어떤 때는 가격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디자인이 중요할 수도 있겠죠. 필승전략을 있다고 믿는 사람은 필패합니다. 사업전략이든 인생에서든지간에요.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사람과 기업만이 계속 생존합니다.




다윈은 적자생존이라는 이론을 만들어 냈는데, 여기서 적자는 변화에 잘 적응하느 생물입니다. 강한 종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게 적자생존의 요지입니다. 강하면 일본반도체 업계 처럼 됩니다. 이 말은 SNK 쇠락때도 적었습니다. SNK, 일본반도체, 소니, 일본게임 다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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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끝일까요?  시계는 계속 돌아가는 법이고 자리에 앉아 있는 한 게임은 계속 됩니다. 일본 반도체가 코스트 관리를 못해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기회는 없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기술에서는 강하기 때문입니다. 유럽 반도체 개발 컨소시업(IMEC)파견되어 있는 대만 및 한국의 기술자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 이제, 일본의 반도체 메이커는 전혀 두렵지 않다.”
“ 단, 역시 일본 반도체 메이커의 기술은 훌륭하다.” “만약 일본 반도체 메이커가 코스트를 포함한 전체 최적화를 하게 되면 위험이 될 것이다.”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입니다. 영원히 통하는 공식도 없습니다. 옮긴이는 일본의 반도체는 결코 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답니다. 만약 일본이 각성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 하면 그 때는 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성공하게 되면 성공에 도취되게 쉽습니다. 성공의 모든 이유를 자신의 능력으로 돌리고, 운을 과소평가 합니다. 특히 언론에서 그렇게 되도록 부추깁니다.그걸 믿고 자만하게 되면 운과 실력을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합니다. 반면 패자는 다릅니다. "이런 점은 좋았는데 이건 나빳다." 식으로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을 합니다.




일본이 저렇게 냉정하게 분석을 할 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감역자인( 하이닉스. 그러고 보니 옮긴이도 하이닉스 소속이군요.)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입니다. 쌩떽쥐베리의 소실 야간비해행에서 나온 말입니다.




“승리는 한 민족을 약하게 하고, 패배는 한 민족을 각성하게 한다.”



일본반도체 패전이라는 책은 기술적인 이야기는 크지 않아서( 몰라도 상관없어 보입니다.) 읽기 수월합니다. 일본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반도체 관련 분야의 사람이라면 읽었을 테고, 관련 없어도 한 번 읽어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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