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야기

고전게임 젯 셋 라디오 : 매력적인 설정이 재미로 이어지지 못하다

네그나 2016. 2. 25. 08:00

세가는 최근 '사랑 말고 전쟁' 이벤트로 그들의 게임을 무료로 풀어놓았습니다. '와! 공짜다.' 해서 좋아했더니 정작 스팀 라이브러리에 다 있었습니다. 이 게임을 다 언제 샀을까? 왜 있는지 몰랐지? 놀랍지도 않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플레이도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구입하려 했던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를 있어서 굿!



충동구매가 없다면 경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한 경제학자가 있었는데, 게임 업계 역시 충동구매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 생각됩니다. 판단의 근거로 이성보다는 감성에 기대고, 게임을 이모저모 따져가면서 구매하는 사람은 없겠죠. 하지 않아도 사는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것이고.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2000년에 발매된 이제는 고전이라고 불러줘야 되는 게임인데. 세가 최후의 콘솔 게임기인 드림캐스트(Dreamcast)로 발매되었습니다. 드림캐스트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해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플스2와 달리 드림캐스트에 많은 게임이 출시되지 않았으니까.



젯 셋 라디오는 저에게 카툰 랜더링이라는 그래픽 기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게임입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카툰렌더링을 사용해서 제작된 게임이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격투게임 버파만 하기에 지겨웠고 독특한 그래픽이라 발매되자 마자 구입했습니다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중인데 어디에 있더라.. 정확하게 그 당시에 구입한 가격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식유통이 아닌 보따리 상품이라 비샀고 아마도 6~8만원 정도 주지 않았을까 싶군요. 보따리 이제는 다 지난 추억일 뿐입니다. 지금은 6만원 쓰는 것도 고민하는데 그 때는 겁도 없이 척척 쓰던 시절... 6만원을 주고 샀던 게임이 지금은 공짜로 풀리고 CD가 아닌 다운받아서 설치하는 시대입니다. 당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 힙합이 가요의 대세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스팀 버전에서 실행문제 해결법


스팀을 통해서 플레이 할 경우. 'jsrsetup의 작동이 중지되었습니다.'는 메시지가 나오며 실행이 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이 해결하세요. 스팀 라이브러리에서 속성을 클릭하고 로컬파일-로컬 콘텐츠 파일을 클릭. 두개의 실행파일이 존재하는데 Jetsetradio 파일을 클릭하면 실행할 수 있습니다.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지금봐도 괜찮은 그래픽과 설정


2000년에 처음 해본후 (정확하게 말하면 그전에도 몇 번 해보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잡고 플레이하지는 않았기에 )16년이 지난 후 봐도 그래픽이 촌스럽지 않습니다. 젯 셋 라디오는 그래피티, 힙합을 주제로 삼고 있어 카툰렌더링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젯 셋 라디오는 동서양의 특이한 조합입니다. 게임은 일본, 네오 도쿄를 배경으로 합니다.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카툰렌더링으로 묘사된 일본 시내를 돌아다는 것만으로 재미있습니다. 물론 그 놈의 시간제한 때문에 여유롭게 즐길 수 없는게 문제입니다. 배경은 일본이지만 벽에다 그래피트를 하거나 해적방송, 춤으로 배틀을 하는 듯한 미국의 힙합 문화를 게임에 적용시켰습니다. 



그래서 특이합니다. 미국의 배경으로 힙합, 그래피티하는 게임이라면 인상에 남지 않았을테지만 일본에서 미국스러운 행동을 하니까. 무엇보다도 젯 셋 라디오에서 음악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이 좋다면 게임이야 어떻건 간에 높게 평가해 줍니다.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해적방송 DJ 프로페서 K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춤추며 등장하는 라이벌 갱. 힙합 배틀 문화를 보는 듯.


게임 방식



게임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지정된 장소를 그래피티를 입히면 됩니다. 다른 갱들이 입혀놓은 낙서에 자신들의 그래피티를 덧입히는데. 스프레이로 우리 구역이야 뿌리는 장면은 개들이 영역 표시를 소변으로 하는 것처럼 본능적입니다.



게임은 전형적인 고양이와 생쥐 구조로 플레이어가 생쥐입니다. 막아서는 존재는 갱이 아니라 경찰입니다. 공권력을 따돌리며 임무를 완수하는게 목적입니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GTA에 비교하면 젯 셋 라디오는 경찰에 대항할 수단이 없이 낙서만 하고 돌아다니니 얌전한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그래피티는 범죄라며 게임 시작전 친절하게 경고도 해줍니다.



공권력에 대항하는 게임은 서양에서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중국처럼 콘텐츠를 검열하는 나라는 당연히 안되고 일본은 한 번 나올법도 한데 없고, 한국은 당연이 안되고요. 범죄자들이 경찰을 죽이는 게임이 나왔다고 하면 언론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개발사는 출시도 못할겁니다. 언론이든 정부 권력, 심지어 가족이든 거침없이 아무나 디스를 할 수 있는 문화 혹은 사회만이 GTA 제작을 가능하게 할 겁니다. 물론 미국에서도 GTA를 악의 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호의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플레이어를 막아서는 오니시마. 낙서하는 놈들 잡자고 총을 사용.


과잉진압의 대표자로 하는 행동을 보자면 없던 시위도 일어날 판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오니시마에게도 낙서가 가능.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이렇게 낙서를 하고 있으면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잡았라! 요놈 하면서 경찰이 뛰쳐나온다. 경찰들의 과장된 움직임이 마음에 든다.




공권력에 대항할 시 보게 되는 일.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방패를 든 경찰과 최루탄은 기본.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경찰 헬리콥터가 등장! 그것도 공격용 헬리콥터. 세상에 낙서하는 놈들 잡자고...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스프레이가 대공용인지. 헬리콥터에 낙서하면 격추도 가능.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스왓팀도 부른다..공수까지...이쯤되면 완전히 테러범 취급


젯 셋 라디오(Jet Set Radio)


도를 넘어가는 설정. 낙서 때문에 탱크까지 등장. 이제는 전쟁


매력적인 설정을 받쳐주지 못하는 게임 플레이


음악이 뛰어나고 분위기를 받쳐주는 그래픽도 좋지만 정작 본 게임은 실망스럽습니다. 무엇보다도 게임의 난이도가 극악이었습니다. 제한 시간내에 임무를 완수하는 방식으로 그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낙서를 다하지 못해서 좌절하기를 여러번. 게임을 만들어 놓고 검수를 해보지도 않았는지 처음부터 게임이 어렵다고 생각하지도 않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세가 답다고 생각했지만.


난이도 때문인지도 몰라도 아주 많이 팔리는 않았습니다. 겁먹을 필요가 없는게 PC판에서는 제한시간이 아주 넉넉해져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왜 생각을 못했니?)


젯 셋 라디오드림캐스트 버전에는 짧은 제한 시간이 문제


손노리가 호러게임 화이트데이를 모바일로 리메이크하면서 세이브 제한 설정을 다시 가져왔더군요. (지금은 패치로 수정) 무언가 제한적인 상황을 설정해놓고 그 속에서 완수하는 방식. 이게 딱 90년대식 올드함입니다. 인터뷰를 보면서 옛날 사람이라 개발자로 감이 떨어졌구나 생각했습니다. 지금 시대에 행동을 제한하는 방식이 통할거라고 생각하는지.복고가 유행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그대로 가져오면 안되고 시대에 맞게 수정을 해주는 건 기본인데. 요즘은 조금 덜하지만 일본게임에서 이런 모습이 자주 보여주었는데 그들은 플레이어를 어떤 틀에 가두어 놓는 걸 좋아합니다.




젯 셋 라디오는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액션 게임이지만 시원스럽게 움직이는 경쾌함이 없습니다. 대쉬도 끊기고, 달려 나가도 장애물이 부딪히기 일수. 무엇보다 조작이 불만입니다. 물론 못해서 그런게 느낄수도 있지만 조작이 좋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재미도 없고 짜증만 나는 라이벌 갱과의 배틀>



게임 디자인의 허술함도 점수를 까먹는 요인입니다. 경찰을 피해다니며 낙서를 하는 단조로운 구성.

중간에 라이벌 갱들과 배틀을 벌입니다. 배틀이라고 해봤자 등짝에 스프레이 뿌리는게 다인데. 이게 엄청 짜증입니다.


똥개 훈련시키는 것처럼 이놈들이 잘 도망다니고 따라 잡았다 싶으면 다시 도망가기를 반복. 저 멀리서 춤추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약올리는 것 처럼 보입니다.  짧은 플레이 시간을 늘리려고 만들어 놓은 미션으로 재미도 의미도 감동도 없습니다. 글쓰기에서 할 말 다했다면 마침표를 찍어라는 건 게임에도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할게 없지만 더 이상 만들지 마라는 것.



젯 셋 라디오 막장 난이도를 자랑했던 드림캐스트 버전을 포기하고 다시 하고 있지만 재미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추억을 불태워 가며 하는 것일뿐. 그 때나 지금이나 젯 셋 라디오는 좋았던 첫인상 만큼이나 허술한 게임 구성으로 실망만 커져갑니다. 안 팔릴만한 게임이었단 생각만.



매력적인 설정이 게임의 재미로 연결되지 않는 젯 셋 라디오를 보고 있자면 게임의 세계관 설정을 만드는 만큼이나 레벨 디자인과 게임 구성이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어쨋든 게임은 게임이니까.  젯 셋 라디오 점수를 주자면 7점. 그래픽과 음악 때문에 받은 점수. 게임자체만 놓고 보면 6점정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재미가 있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게임입니다. 지극히 세가스러웠던 게임. 허술한 구성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한 가지 그리운 점이 있다면 지금의 세가에서는 과거의 나사 하나 빠진 듯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 이거 하나이군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