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는 연쇄살인마로 등장해 잔혹한 범죄를 저지릅니다. 현실에서 '너는 사이코패스야'라는 말하는 건 '넌 개새끼야'라는 말과 다르지 않을겁니다. 사이코패스는 사회의 안녕과 번영을 저해하고 가까이 하기에는 두려운 괴물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사이코패스일까?
양들의 침묵의 연쇄살인마 버발로 빌. 7명의 여성을 살해해 등가죽을 벗기는 행동을 태연하게 하는 사이코패스이다. 사이코패스 답게 놀라운 정도로 정상인으로 위장을 잘한다. 주목할만한 설정.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창녀출신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 알고보니 나의 현재와 과거는
뇌학자인 제임스 팰런은 흉악한 범죄자들의 뇌스캔 사진을 연구함으로 그들의 가진 공통점을 찾으려 했습니다. 범죄자들은 일반인의 뇌와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제력과 공감력을 담당하는 전두엽, 측두엽이 부분의 기능이 떨어졌습니다. 범죄연구와 별개로 알츠하이머를 연관 유전자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그는 가족의 뇌 스캔 사진을 분석하다가 눈에 띄는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진은 사이코 패스 범죄자의 뇌사진과 많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제임스 팰런)이었던 겁니다.
살인자, 연쇄살인자들에 안와피질 손상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의 집안을 조사해보았더니 폭력으로 얼룩져있었습니다. 조상에는 살인자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미국 식민지에서 첫 번째로 일어난 모친 살해 사건에 조상이 있었습니다. 특이하게도 그의 집안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들의 일족을 살해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먼 할아버지인 존 래클랜드(John Lackland)왕은 군주 가운데 가장 잔인한 왕으로 알려져 있고, 조상 중 존 피철런(John Fitzalan)은 군사작전 도중 한 수녀원에서 여정을 풀었고 거기서 부하들은(아마도 그 역시) 그곳의 모든 여자들은 강간하고 이웃한 브류타뉴를 약탈했습니다. 해안을 떠나자 마자 부하 몇 명을 폭풍에 겁을 먹었다는 이유로 살해했습니다.
자랑스럽게 내보일 집안 내력이 아닌 건 확실합니다.
■ 사이코패스란 무엇인가?
사이코패스는 이제 일반인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완벽하게 통일된 기준은 없다고 합니다. 정신의학자 파비오 미치아르디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라는 정신의학적인 진단명은 없다고 합니다. 많이,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으로는
1. 대인관계 : 피상성, 과대망상증,사기성
2. 정서 : 가책의 부재, 공감의 부재, 행동에 대한 무책임
3. 행동 : 충동성, 목표의 부재, 낮은 신뢰도
4. 반사회적 : 성급함, 청소년 비행전력, 전과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진술은 이렇습니다. '나는 약삭빠르고, 간사하고, 음흉하고, 교활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기만적으로, 비양심적으로, 불공정하고, 부정적할 수 있다.
종합하면 사이코패스는 사람들이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면 꺼리는 것은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자신을 숨기는데 매우 능숙하고, 연기도 잘하는데다 사람을 즐겁게 하고,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 만약 스티브 잡스가 학대를 받았다면?
범죄자와 똑같은 뇌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성공한 뇌과학자로, 폭력전과도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과학자가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어떤 현상을 관찰해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요소를 찾아 정리해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검증해보고 맞으면 이론으로 정립됩니다.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원인인 유전이나 뇌구조라면 범죄자가 되지 않은 자신의 사례로 인해 부정당합니다.
어떻게 괴물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게 되었습니다.저자가 생각하기에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어린 시절의 학대입니다. 범죄자들 대다수가 어린 시절 지속적인 학대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키우는냐 따라 한 아이가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이에 양육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저자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뇌과학자인 김대식은 대학 교수보다 유치원 교사가 더 많은 봉급을 받아야 한다면 그 이유로 어린 시절이 인간에게는 결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린 시절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스티브 잡스가 사이코패스적인 특성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교묘하게 조종하는 듯한 능력과 끌어들이는 매력,자아도취적, 무정함, 끊임없는 자극을 추구하는 특징 등.스티브 잡스 전기에는 전 여자친구가 스티브 잡스에게 소시오패스 특성이 보인다고 말한 대목이 있습니다.흥미롭게도 저자도 주변 사람들에게 '넌 소시오 패스야'란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왔다고 말합니다. 사이코패스이지만 반사회적 사이코패스가 아닌 친사회적 사이코패스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성공 이후, 스티브 잡스를 배우는 자는 열풍이 불어닥쳤을 때 웃기게 보였습니다. 비정상적인 사람을 따라하고자 보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비정상적인 요소를 넣자가 말이 될까?
그건 처음부터 따라 할 수 없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의 그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요소 때문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비정상이 비범함을 낳는 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양부모가 양육을 잘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IT거물들의 성공이유로 그들이 사회로 진출했을 때, 시대운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자의 사이코패스-학대 가설 대로라면 스티브 잡스의 성공에는 좋은 양부모와의 만남도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넣어야 할겁니다. 스티브 잡스는 금수저를 물지는 않았지만 부모운이 좋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스티브 잡스의 부모가 잡스를 학대했다면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기인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쁘면 괴물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시절이 학대라는 건 평범한 사람도 괴물로 만들소지가 있지만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은 더 어긋나기 쉬웠을 거라고 봅니다.
■ 사이코패스는 왜 남아있을까?
사이코패스는 모든 사회에 존재합니다. 모든 문화권에서 사이코패스가 2% 비율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사람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건 인류에게 바람직함 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사이코패스는 진화적으로 제거되거나 그 수가 줄어들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가 사회에 반드시 나쁘기만 한가? 장점도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유능한 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얼어붙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기꺼이 도박을 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군대를 움직이거나 부족을 새로운 땅으로 이끕니다.
사이코패스는 성공적인 투자자가 될 수 도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폭락장을 경험한 사람은 알겠지만 그 공포는 사람을 압도하게 만듭니다. 그 때의 경험으로 압도라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았습니다. 이성적인 사고회로가 작동을 정지하고 도망치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냅니다. 사이코패스는 혼돈의 상황에서 초연히 행동할 수 있고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직업이 군인입니다. 사이코패스는 강한 전사로 바뀔 수 있습니다. 고대부터 인류는 서로를 죽이는데 꺼림낌이 없고 그건 문명이 발전한 현재도 같습니다. 평상시에는 법과 제도로 살인을 막지만 전쟁시에는 살인이 용인됩니다.
유능한 전사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사람입니다. 살인을 즐거워 하는게 아닌목표물을 제거하는데 어떠한 감정 동요 없이 임무를 수행합니다. 영화에서 기계적으로 임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사이코패스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살인의 심리학>이란 책을 보면 평범한 사람은 실제 전투경험을 충격으로 받아 들이지만 2%의 사람들은 놀라운 정도로 전장에 잘 적응하며 이들은 특수부대로 모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사이코패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가능성도 적습니다.
실베스타 스탤론이 각본과 주연을 맡은 퍼스트 블러드. 외상후 장애로 괴로워 하는 람보를 묘사했다.
람보는 거칠고 마초적인 이미지, 유능한 군인으로 묘사되지만 그는 베트남 참전 후 외상 후 장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전사 모드로 켰다가 일반인 모드로 쉽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책을 읽다 보면 자기 변호적인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나는 사이코패스이지만 건강하다. 흥미롭게도 이 책 옆에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라는 책이 놓여있었습니다. 책을 읽어 보지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 부터 착한 사람이다' 이 말이 맞다면 '날 때 부터 악한 사람 역시
존재할거라고' 만약, 악인으로 타고났다면 운명처럼 범죄자가 되어야 할까? 그 사람은 저주받은 운명에서 피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
사이코패스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들이나 딸이 사이코패스 특성을 가지길 원하는 부모는 많지 않으리라 보입니다. 사이코패스가 개인으로 살아가는데, 사회에서 성공하는데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이코패스로 태어났고, 어린시절 유난스러었던 자신을 인내심있게 봐준 부모 덕분에 나쁜길로 가지 않았다며 양육을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흔한 질문. 천재를 놓고 볼 수도 있지만 사이코패스 또는 괴물을 놓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 받은 카드패가 전부가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 양육과 환경이란 요소가 받은 카드패를 다르게 만듭니다. 학대를 받았느냐?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랐느냐. 이 양극단이라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자랄 수도 있겠죠.
책을 읽는 도중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자신이 사이코패스 임을 그리고 피로 물든 집안내력을 TED로 대중에 알린 필자가 놀랐습니다. 타인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없는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사이코패스 임을 밝힘으로써 주변의 몇몇 사람은 그를 떠나갔습니다. 아마 괴물 옆에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일 겁니다. 사이코패스 답게 그다지 개의치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사이코패스를 대하는 조언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를 분노가 일어나더라도 그 감정을 숨길 수 있고 복수를 미루어 예상치 못한 시점에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피하라는 군요.
TED 강연 : 살인자의 정신탐색 https://www.ted.com/talks/jim_fallon_exploring_the_mind_of_a_killer/transcript?languag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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