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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화성 명량 표류기

네그나 2015. 11. 25. 09:00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한 마션은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나사 과학자의 생존 분투기입니다. 문명 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한 인간이 홀로 고군분투하는 내용은 단골 소재입니다. 다니엘 디포의 로빈스 크루소, 무인도에 홀려 남겨져 윌슨 생활하는 캐스트 어웨이( Cast Away), 난파선에서 호랑이와 함께 표류하는 파이이야기 등 배경만 다소 차이가 있을 뿐 고립된 인간이 겪는 절망과 어려움을 묘사합니다.



마션은 화성판 로빈스 크루소라고 할 수 있는데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화성 유인탐사 활동인

아레스 3 탐사대는 화성에서 거주하며 화성 탐사에 나섭니다. 예기치 않은 모래푹풍을 만나 임무는 중단되고 대원들은 서둘러 복귀하지만 마크 와트니만이 사고로 복귀하지 못하게 됩니다. 모두 마크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홀로 남겨진 화성에서  고독한 생존 투쟁을 시작합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의 발생-> 집단에서 이탈-> 생존 투쟁-> 귀환 구조입니다. 마션은 배경이 지구가 아닌 화성이란 것이 특징입니다. 화성은 황량하기 그지 없을 뿐더러 생명체는 커녕 물도 없습니다. 대기도 없고 온도가 0도~-130도로 지구 생명체에게 매우 적대적인 환경입니다.




지구에서 표류할 때는 대충 만든 낚시대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아서 영양 보충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낚시는 힘들지만 표류기에서 낭만적으로 묘사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보트에서 낚시, 무인도에서 채집활동 등 지구의 자연환경은 삶의 여지를 주는 반면에 화성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지구에서는 '죽을래? 살래?' 라고 묻는다면 화성은 그냥 '죽어라'입니다.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인 마크는 막사내에서 감자를 키움으로써 화성의 자원을 이용하는 유일한 예를 보여줍니다. 그외에는 오직 지구에서 가져온 물건을 창의적으로 활용하고 과학자답게 이성적인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마션은 다른 작품과 마크에게 보이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고립된 사람에게 숙명처럼 다가오는 절망과 고독입니다. 다른 표류와 달리 마크에게는 첨단 과학의 혜택이 듬뿍 받았습니다. 음악도 듣고 고전 드라마도 감상하고. 그렇다고 한 들 이 세계에 있는 건 혼자 뿐입니다. 삶의 모든 판단은 자신이내려야 하고 책임을 오롯이 혼자 져야 합니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마크에게는 절망과 고독은 찾을 수 없어서 오히려 '화성 명량 표류기'처럼 보입니다. 우주인을 선발할 때 신체적인 능력과 함께 정신적인 능력도 고려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겪는 고립은 그 어떠한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을겁니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약해지고 무너지는 때가 한 번은 오는 법일텐데 책을 읽는 동안 다소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는 요소였습니다.



표류하는 사람이 반드시 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록입니다.  사람은 왜 기록을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찰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있더군요.''인터넷에서는 행복한 사람들이 글을 쓰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무언가 결핍된 사람들이 목소리를 크게 냅니다. 문명에서 떨어져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는 인간은 글쓰기와 기록을 통해서 결핍을 매우려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션에서 눈에 띄이는 설정은 중국입니다. 나사는 마크를 구조하기 위해서 중국의 로켓을 이용한다고 나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소련)이었을 겁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전통적인 우주강국이었으니까. 시대가 지나 그 파트너가 바뀌었습니다. 부상하는 중국은 미국의 상대역이나 조력자로 등장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탐사대 대장인 루이스는 여자입니다. 전통적으로 탐사대의 대장은 남성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중국과 함께 변해가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강인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현대 여성상.



책을 읽는 동안 들었던 끊이지 않았던 의문 '저런 화성에 인간이 발을 딛어야 할까?' 화성에 가봤자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래폭풍이 부는 춥고 황량한 대지라는 사실을 눈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봐도 우주 탐사에 생명체를 싣고 가는 건 비효율적입니다.  생명 유지에 너무나 많은 자원을 소모해야 하고 사소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으로 다가옵니다. 우주탐사에는 무인과 인공지능이 최종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호평이 많이 보였던 소설 마션은 재미가 있기는 했지만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화성표류기를 명량하게 묘사를 하다 보니 어려움을 극복하는 마크에게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마션의 포인트는 맥가이버처럼 자원을 재활용해 나가며 생존해가는 마크의 모습과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맺는 협력은 볼 만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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