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어 중에 일본화(Japanization)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성장을 계속하던 국가들이 일본처럼 장기 저상장 구조로 변하는 모습을 뜻합니다. 일본은 2차대전 패전 이후로 고속성장을 해왔고 1980년 중반에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미국을 따라 잡겠다는 목표를 세운지 40년만에 일입니다.
일본은 떠오르는 태양이었고 이런 일본을 바라보는 미국은 잡아먹힐듯한 두려움을 느겼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영광스러운 시기는 잠시 뿐이었습니다. 90년대 이후로 일본은 경 기침제의 장기화가 이어졌고 이를 의미하는 단어인 '잃어버린 10년'은 20년이 되고 이제 25년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입니다. 초고속 성장을 의미했던 일본화라는 의미가 이제는 아주 나쁜, 마치 창렬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책 제목은 < 세계가 일본화된다>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구조로 바뀔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일본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
일본화의 의미
일본은 장기불황이 고착화되고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습니다. 저축도 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데, 금리가 낮으면 돈을 구하기 쉽기 때문에 대출이 늘어나고 투자나 늘어서 경제에 활력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가계나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가 25년이나 지속 되었는데도 돈을 빌려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빌린 돈을 갚기만 했습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계속 남발하다 보니 정부부채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예산의 24%인 23조엔이 과거에 발행한 국채 이자 지급에 사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경제가 어려워 지면서 빈부격차가 늘어나고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본사회는 고령화가 진행되어 활력이 떨어지고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어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일본이 격고 있는 장기 불황은 디플레이션 1과 유사합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디플레이션, 구조화된 경제위기, 사회 전체의 전환이 결합된 개념으로 저자는 이를 ‘전환형 복합 불황’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전환형 복합불황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닮아가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왜 일본화 되는가?
전환형 복합 불황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되고 상호작용이 일어남으로써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 환경오염
2. 혁신의 한계
3. 사회 양극화
4. 공급 과잉
5. 인구 감소 시대의 도래
6. 부채 사회
7. 글로벌 불균형
8. 인간성의 변화와 과거의 리더쉽
사회가 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기술적 실업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을 하면 고용이 올라갔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성장을 하더라도 고용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동화 기술이 이런 구조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KBS 시사다큐에서 다루었으니 아래 링크를 참고
전환형 복합 불황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갈등이 증가하게 됩니다. 세대간의 갈등이 증가하게 되고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정치에서도 극단적으로 벌어지게 되는데 중도파가 설자리가 좁아집니다. 중간 지대의 소비자 사라지고 고가와 저가만 남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보이는 현상 중 하나가 좋았던 시절의 향수. 과거를 추억하게 됩니다. 최근에 무한도전에서 방영한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복고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문화에서 복고는 여름만 되면 발생하는 마치 태풍 같은 요소이지만 토토가는 조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90시대를 거친 사람들이 소비의 주역이 으로 변한 것도 이유이겠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을 배제하고 설명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사람들은 현재가 만족스러울 때 과거를 다시 들춰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회에서 과거회피, 현실도피 성향이 높아지거나 유럽에서 나치주의자등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모습. 일본사회가 우경화 되는 현상은 과거로의 도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제현상과는 맞지 않는 예이겠지만 저는 일본 게임들이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이 현실 도피로 해석합니다. 서구의 게임들은 리메이크, 리마스터? 그런거 잘 안합니다. 그들은 시선은 미래를 향하고 있지 과거에 있지 않습니다. 추억과 향수만 주기적으로 되풀이 하는 일본 개발사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한국도 일본의 뒤를 따르게 될까?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14년 8월 29일 한 세미나에서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5년차쯤 와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고위관료가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우리도 일본화를 강넌너 불구경 하듯 바라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한국은 국가재정도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5가지면에서 일본과 비교하면 불리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금리, 물가, 투자의 하락속도는 OECD의 국가 중 가장 빠른편에 속하고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릅니다. 측정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나빠지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전화형 복합시대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전환형 복합시대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거시경제, 큰 그림말고 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성장과 사회의 부가 축소되는 시기에는 소유와 성취에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가 있으니 사회 시스템의 지향점을 소유와 욕망의 축소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욕망과 소유의 축소는 금융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에게 쉽게 나올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되는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개인의 경제생활은 성장 시대의 관점에서 벗어나는게 중요하다.’
장기 저성장이 지속된 일본에서는 소유와 욕망을 절제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토리 세대의 등장입니다. 이 들은 저성장 시대에 적응한 새로운 인간 유형으로 소유욕을 버렸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을 목표에 억지로 매달리지도 않습니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이렇게 일본 경제가 어려운데도 20대의 70.5%가 설문조사에서 현재 행복하다고 답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도쿄(東京)지국장 마틸 파클러 “일본 젊은이들은 이렇게 불행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왜 저항하려 하지 않는가?” 의아하게 생각 했는데 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는 오랜 경기불황, 격차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이처럼 만족하는 이유를 알아보려고 했습니다. 답은 일본의 젊은이들은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간은 언제 ‘지금 불행하다’ ‘지금 생활에 불만족을 느낀다’고 답할 것인가? 바로 ‘지금은 불행하지만 앞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할 때다. 오히려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을 때, ‘지금 행복하다’고 답하게 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다’고 믿지 않는다. 그저 ‘끝나지 않는 일상’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을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큰 희망을 가질 수 없기에 자신만의 작은 현실에 만족하는 세대, 욕망하지 않는 무욕(無慾)의 ‘사토리 세대’인 것이다.
만약 한국이 장기 저성장 구조로 들어가게 되면 일본처럼 득도세대가 등장하게 될까요? 이미 조짐은 보이고 있습니다. 자기계발 열풍, 힐링이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봅니다. 이 다음이 바로 사토리 세대의 등장이 될겁니다. 한국인은 타인의 시선과 평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속에서 살고 있는데 그 사고마저 바꾸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복합형 장기 불황이 올지 안 올지는 모르겠지만 욕망, 소유, 성취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사람들이 하는 흔히 말중에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기 어렵다.’ 반대로 ‘개천에서 용이 나와야만
좋은 사회인가? 물을 수 있습니다. 서구 선진국에서 개천용
더 안 나옵니다. 그들 사회에는 계급이 고착되어 변동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용으로 승천하는 사람들은 뜨고 짐이 빈번한 IT분야 아니라면 찿기 쉽지 않습니다.(그외에 연예인, 운동선수가 있기는 합니다.)
성공과 신분 상승이라는 개념에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한 끝이 없는 경쟁과 모든 것을 서열화 시킬려고 하는 사고는 사라지지 않을테고, 현실에 만족할 수 도 없으니 행복해지기도 어려울겁니다.한국인들의 포기를 모르는 근성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을지 몰라도 스스로에게 불행의 족쇄를 채우는 면도 있습니다. 그 이런 시각이 누군가에서는 패배자 같은 ‘포기’로 다른 누군가에는 현실에서 득도한 ‘만족’으로 보이겠지만 이만큼 했으면 그만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미래학자 최윤식은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삼성이
스마트폰 사업부를 빠른 시간안에 중국에 팔아야 하고 그 돈으로 미래 신성장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기는 다르지만 전체적인 맥락에는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인데. 삼성이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에 세거 될 날은 제조업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그 순간일겁니다. 이 순간은 반드시 오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이 끌리는 이유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다가올 위협같은 부정정인 모습은 잘 그리지만
긍정적인 전망은 만들어 내기 어려워 합니다. 미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유토피아식
묘사 말고 현실적으료 묘사한 긍정은 의외로 찿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보상보다 위험에 먼저 반응하니까 다가올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세계가 일본된다 / 홍성국 / 경제 경영
전세계가 전환형 복홥불황에 빠지게 된다는 부정적인 예상은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제로어떻게 구현될지는 시간이 지나서 뒤돌아 봐야 될겁니다. 국제 유가가 이렇게 떨어질지 누가 예상해겠습니까? 유가가 상승 곡선을 그릴 때는 상승에만 배팅하면서 그럴듯하게 설명하더니 지금은 하락 소식만 보입니다.
미래에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질문을 할 수 있겠지요. '과연 우리는 일본화를 피할 수 있을까? '
- 디플레이션(영어: deflation)이란 한 국가의 경제에서 재화와 용역의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물가의 하락을 의미한다.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본문으로]
'책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황 10년 : 지금은 안전벨트를 매어야 할 때 (2) | 2015.02.11 |
---|---|
에디톨로지 : 창조는 편집이다 (3) | 2015.01.09 |
제2의 기계시대 : 신세계가 만들 가능성과 풍요 그리고 격차 (4) | 2014.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