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로 열풍을 일으킨 철학자 마이클 샌델에 생명공학 윤리를 다룬 < 완벽에 대한 반론 >을 내놓았습니다. 책은 시작부터 흥미로운 사례를 듭니다. 한 레즈비언 커플이 아이를 가지기를 원했습니다. 그들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커플이었습니다. 청각장애를 장애로 생각하지 않았고 고유한 정체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수소문 끝에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의 정자를 받아서 원하는 대로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얻었습니다. 이 일이 뉴스에 소개되자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습니다.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사람들의 분노에 놀란 것은 그 커플이었습니다. 장애가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를 원하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일까? 정당할까? 반대의 경우를 봅시다. 아이비리그 교내신문에는 키 175cm 이상, 늘씬한 몸매, 가족 병력이 없고, SAT 점수가 14,000점 이상 여자 난자를 5만 달러에 산다고 광고하지만 이에 대해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특성을 선택한다는 점에서는 다를바 없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왜 성형에 대해서 불편함을 가질까? 자연스럽지 않아서?
우리나라는 성형에 대한 광고를 너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연예인들도 한 때 성형사실을 숨겨야 했지만 이제는 당당히 밝히는 편을 택합니다. 지나친 성형수술을 인해 위화감이 드는 사람을 가르켜 성괴( 성형괴물) 이니 강남미인 이라고 말하며 비하하기도 합니다.
성형이 꼭 개인이 선택으로 봐야할까? 남자인 제가 보기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피한 면도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좋은 외모로 가지는 이점은 설명하는 일은 구차할 정도입니다. 외모가 비중이 큰 여자에게는 더 합니다. 연예인 '수지' 대스타로 대접받는 이유. 다른 게 없습니다. 빛나는 외모 때문입니다. 수지에게 다른 매력이 있기도 하겠지만 외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사실입니다. 수지가 사고로 지금의 얼굴을 잃게 된다면 그 가치가 유지될까요? 그건 아닐겁니다.
성형에 대해서 왜 불편함을 가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형한 얼굴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할 겁니다. 자연스러움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자연스럽다는 건 어떻게 보자면 굉장히 냉정한 표현입니다.
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연은 평등 같은 것을 모른다. 자연은 천재성과 미, 건강, 활력, 지능 등을 불공평하게 분배하고 있으며, 그런 것들을 가진 사람들을 이 동료들보다 우월하도록 만들고 있다. ... 자연은 평등을 모르는 것만이 아니다. 천지창조 이후로 자연은 언제나 연속적 차별을 통해서, 말하자면 불평등을 심화시키면서 진보를 이루어왔다. 이 과정을 통해 초기의 모호한 세포가 고등한 존재로까지 발전했으며, 이 고등한 존재의 발명들이 지구의 표면을 바꿔 놓았다.”
자연스럽다는 곧 불공평입니다. 어떤 사람이 좋은 외모를 가지고 보다 유리한 점을 차지하는 것, 어떤 자는 전용기를 타고 다니며 인생을 만끽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하루하루 먹고 살일이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는 일 역시 위에서 보고 있자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빈부격차에 대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연스럽다고 인정하는 쪽은 보수이고 인정하지 못하는 쪽은 진보입니다. (그렇다고 항상 진보가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 헛발질을 보자면 그렇습니다.최근 진보 언론이 하는 일을 봐도 알 수 있고.)
인류는 빈부격차에 대한 해답을 내놓기 위해서 이런 저런 사상과 계획을 세우고, 시도를 했지만 사라지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기술이 발달한 지금에도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유행어는 격차가 증가하는 사회에 대한 자조입니다.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인 늘어나는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겁니다. 정말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게 있지 않나요?바로 타고남입니다. 타고난 외모, 타고난 신체, 타고난 성격, 타고난 지능로 출발선이 틀려집니다.
여태까지는 타고남에 대해서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선택할 수 없었지만 레즈비언 커플을 보듯이 점점 선택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게임 캐릭터 만들 듯 강화시킬 수 있는 사회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인간을 강화, 개조할 수 있다면 적어도 출발선 만큼은 동일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인류가 인지, 농협, 과학혁명을 겪어 왔고 유전혁명 앞에 와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로 인류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인간의 유전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게 불공평을 해결하는 길로 보였습니다.
마이클 샌델은 유전적 강화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완벽한 인간을 만들려는 인간은 욕망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완벽함은 왜 위험한가?
유전공학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은 일방적인 승리를 대변합니다. 계획적인 의도가 선물데 대한 감사의 태도를 누르고, 지배하는 자세가 경외하는 태도를 누르고, 특히 있는 그대로의 지켜보는 것에 대한 태도를 누릅니다.
유전적 강화에 익숙해지면 겸손을 위한 사회적 토대도 약해집니다. 재능과 능력이 전저으로 자신의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면 오만으로 치닫는 위험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만드는 인간'이 현실화 되면 재능을 선물로 부여 받는 것에 대한 감사를 하기 보다 자신의 힘으로 이러낸 결과물이고 여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책임감 증폭입니다. 우리는 점점 운을 따르기 보다 더 많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다양한 선택( 직업, 배우자, 국적)을 선택할 수 있지만 책임을 져야합니다. 옛날에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선택권이라는게 많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면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 부모에게 지워져 버립니다.
우리 자신이 자연, 신, 운이 만든 존재로 여기면 자신에 대한 책음을 다른 존재에게 떠넘길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책임 전적으로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불운한 사람과의 연대감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생명 보험을 예로 들어 봅시다. 생명보험은 리스크를 공동으로 부담합니다. 건강하게 병이 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이 평균보다 일찍 죽는 사람을 도와주는 셈입니다.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전하여 각 개인의 병력과 기대수명을 신뢰할 만한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게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보험에 가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건강하지 못할 운명을 지닌 사람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엄청나게 치솟을 겁니다.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나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속한 보험회사에서 탈퇴하기 시작하면서 보험의 사회적 연대성 측면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1
마이클 샌델은
우리의 본성에 맞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대신 세상에 맞추기 위해 우리의 본성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사실 우리의 힘과 자율권을 잃어버리는 행동이다. 우리는 세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숙고하기 힘들어지며, 정치적·사회적 개선을 향한 충동도 무뎌진다. 우리는 새로운 유전학적 힘을 이용해 “인간성이라는 뒤틀린 목재”펴려고 하기 보다 불완전한 인간 존재가 지닌 재능과 한계를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경제적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고 말합니다.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마이클 샌들의 삶은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듯 합니다. 운이 좋은 누군가는 모르겠지만 타고남을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요. 기술적인 해결책이 있음에도 봉인시켜 둘 것인가? 인간의 불완전함을 제도로 보완할 수 있을까? 보완이 된다면 어디까지 될까? 현실적으로 안될겁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능력을 감사하는 태도, 운이 좋았음을 인정하는 일 역시 쉽지 않을 겁니다. 인간의 가진 그 특유의 오만함과 매스미디어의 영웅 신화 만들기는 이런 태도를 부추깁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인간을 강화, 개조하는 유전공학은 군사기술에 먼저 사용이 되고 민간에게 전파될 것입니다. 휴대폰, 항공기, 위성, GPS와 처럼. 유전공학 보물상자를 마침내 인간이 열게 되었을 때, 놀라서 다시 닫으려고 할지 경이로움을 축복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완벽함에 대한 추구가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지만 인간이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미국에서 법으로 금지시키기는 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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