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올랜도 나이트 클럽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49명의 사망자와 5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오마르 마틴으로 IS와 자생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추측되며 범행전 수차례 나이트 클럽을 답사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총기난사는 낯설지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미국의 총기 보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나오고, 인구보다도 많은 총기 갯수와 이런 저런 논란이 있다가 잠잠해지는 패턴의 반복입니다. 총기 소지와 금지된 한국에서는 총기난사를 외계에서 일어나는 일로 바라보지만 그거 아세요? 한국에서도 총기난사 사고가 근래에 있었습니다. 1982년에 일어난 우범곤 살인 사건입니다.
62명의 살인하고 영원히 이름과 사진을 남기게 된 우범곤
우범곤 한 명이 6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49명의 사망자가 나온 미국에서도 최대의 총기난사 사건이라고 떠들썩한데 그 보다 많은 수입니다.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많은 사망자가 나올 수 있었을까? 한국은 총을 가지기도 어려운데? 우범곤은 경찰, 순경이었습니다. 경찰 신분이니 총을 구하기 어렵지 않고 총을 들고 있더라도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경북 의령군 일대 4개의 마을로 인적이 많지 않은 시골이다 보니 총기를 난사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습니다. 세월호처럼 빠지지 않은 경찰의 무능력한 대응도 있습니다. 만약 대도시에 발생한 사건이라면 더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도시 특성상 더 많은 사람이 모이기 쉬우니 많은 피해가 났을지도 모릅니다. 지하철 역, 차량안에서만 난사를 해도 백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으니.
경찰이 왜 저런 짓을 했을까?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동거녀가 몸에 붙은 파리를 잡기 위해서 때렸고 이에 말다툼을 했다고 합니다. 파리 때문에 62명의 살인하지 않았겠지요. 그건 방아쇠일 뿐. 청와대 경호에서 제외되었고 결혼 전 동거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마을 사람들, 열등 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봐야겠지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범인이 죽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복수도 아니고 단지 분노해서 대량살인을 한다는게.
우범곤이 살인이 경악할 것이. 분노에 차서 사람을 죽인다. 순간 이성을 잃을 수 있으니 그렇다 치고. 상가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잘 어울리다가 다시 총을 난사합니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 정도 시간이라면 분노가 식어지고 절제가 가능만 할데.
우순경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개와 늑대의 시간>. 제목을 단 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라는 동물은 집을 지키고 인간을 도와주는 동물이지만 그 개가 늑대로 변했습니다. 늑대를 개라고 믿은 양은 속절없이 쓰려져 갔을 뿐이고. 노르웨이 연쇄테러를 일으킨 브레이빅도 경찰 복장을 했습니다. 경찰로 위장해서 청소년들의 의심을 사지 않은 이후 가까이 오라고 유인하고는 총기를 난사했다고 합니다. 브레이 비크의 잔인함도 더해서 사람들을 향해 총격을 하고 쓰러진 사람들을 향해 확인사살까지 했습니다. 그에게는 청소년들이 완전히 소각해 버려야할 쓰레기 처럼 보였을까? 1
책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동네 쉰 여섯명을 총으로 쏴죽인 순경은 불 켜진 집만 노렸다고 한다. 빛이 어둠을 불러들인 셈이다.' 빛과 어둠이 혼재한 올랜도 나이트 클럽과 다르지 않습니다.
나이트 클럽의 빛은 많은 사람들을 불려들였고 그 사람들을 잡아 먹기 위해 오마르 마틴이 총을 장전했습니다.
작가인 김경욱은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을 때 공항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고가 일어나면 가해자 중심으로 보기 마련인데, 소설은 각기 다른 피해자의 삶을 바라봅니다. 처음에 사건과 관계 없는 미국이 배경으로 등장해 어리둥절해 했는데 왜 그런지 나중에 나타납니다.
한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범곤 처럼 경찰이 미쳐버려 발생할 수 있고, 수렵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 라면 군인이 아닐까? 총과 실탄을 가지고 탈영한 군인, 의심을 받지 않을 장교, 부사관이 행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면 제대로된 대응이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사고도 경험이 쌓여야 제대로 된 조치가 가능하지 쉽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위기 발생시 경보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느냐 일겁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봉변당한 세월호 탑승객 처럼, 우순경 살인사건에서는 비상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습니다.
면장은 우순경이 두려워서 사건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변소로 숨어버렸습니다. ( 이해할만합니다. 늑대로 변한 경찰이 총을 가지고 다니며 살인을 하는데 경고할 만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래도 면장은 그래서는 안되지.) 그는 승객을 버리고 나가버린 세월호 선원들처럼 행동했습니다. 온천 접대를 받을 줄만 알았지 그저 참호만 파서 두더지 처럼 숨어버리는 서장.( 서장의 참호 파기는 아주 우습게 묘사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력구제를 했습니다.
총기 난사건, 배침몰이건, 건물 붕괴인건 간에 늑대가 나타난 위기의 순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경보를 믿어야 하는가? 정말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움직어야 하는가?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려운 한국은 강준만의 표현대로 각개전투를 해야하는 것인지.
- 늑대가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생각만큼 위험한 동물은 아니라고 한다. 늑대가 위험한 이미지의 동물로 된 것은 기독교의 영향이 크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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