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TV

론 서바이버 : 전장에서 묻는 윤리적 딜레마

네그나 2014. 8. 8. 23:55


패권국인 미국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육,해,공군 전력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고 ( 오히려 과한 수준)  세계 곳곳에 미군 기지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미군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 이야기로 풀어낼 만한 그림이 나오지 않습니다.



최종적으로 미군이 승리하더라도 몇 차례의 위기 구조가 있은 뒤에 승리를 해야 보는 사람이 흥미를 가질 수 있지만 누가 현실에서 미군을 위기에 빠뜨리겠습니까?  러시아를 붙잡고 늘어지다가 그것도 안되면 지구 방어를 위해 외계인과 싸우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미군은 싸울 대상이 없습니다. 부상하는 중국이 잠재적인 적국이고 국방력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가 중국에서 벌어 들이는 돈이 만만치 않으므로 중국을 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을겁니다. 미군은 여전히 싸울만한 대상이 없습니다.



영화에서 미군이 위기에 빠지는 경우는 미군 전체가 아니라 소규모로 고립되었을 때입니다. < 블랙 호크 다운 >에서는 소말리아 민병대를 얕보았다가 모가디슈 시가지에서 고립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 론 서바이버 >도 블랙 호크 다운과 비슷합니다. 

론 서바이버는 2005년 아프가니스탄에 벌어진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아래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론 서바이버 Lone Survivor , 2013



 


론 서바이버 (2014)

Lone Survivor 
8.4
감독
피터 버그
출연
마크 월버그, 테일러 키취, 벤 포스터, 에밀 허쉬, 에릭 바나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4-04-02
글쓴이 평점  




전장에서 묻는 윤리



네이비실 정예요원 4명이 탈레반 부사령관인 '아마드 샤'를 제거하기 위한 '레드 윙'작전을 실행합니다. 마이클 머피(테일러 키치 분) 대위와 ,정찰 전문 매튜(벤 포스터 분), 통신 담당 대니(에밀 허시 분), 의무병이자 저격수 마커스(마크 월버그 분) 하사는 작전을 위해서 숲에서 잠복합니다. 작전이 순조롭게 수행되는가 싶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양치기가 잠복해 있던 군인의 발을 밟게 되면서 미군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됩니다. 은밀하게 수행되어야 하는 작전인데 낭패입니다. 작전의 성공 여부보다 위험이 더 크게 다가오게 됩니다.



'양치기를 죽여야 할까? 살려야 할까?'  이들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민간인을 죽이면 안되는 교전 수칙을 지켜야 하겠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양치기 일행 중에서는 탈레반 첩자로 보이는 사람이 있고 풀어주게 된다면 임무가 실패할 뿐만 아니라  아래에 있는 탈레반 군인들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어 그들의 목숨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통신마저 두절된 상황이라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없습니다. 격론을 벌인 끝에 그들은 원칙을 지키기로 하고 양치기를 풀어주지만 곧 원칙을 지킨 대가를 치릅니다.



풀려난 양치기 소년이 탈레반 군인에게 미군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은 추적자에게 쫓기는 신세로 변합니다. 네이비 씰 최정예 요원이지만 숫자의 차이를 극복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상황은 점점 절망스럽게 변해갑니다. 전투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탈레반에서 쫓기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장면인데, 공처럼 굴러가는 그들은 모습에서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져 옵니다. 배우들이 실제로 굴렀다고 하는데 '너무 위험한거 아냐'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론 서바이버 Lone Survivor , 2013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



 네이비 씰 요원 중 마커스가 유일하게 살아남고 아프가니스탄 마을 사람들에게 구조가 됩니다. 죽어가는 마커스를 끝까지 보호하면서 ‘ 집에 온 손님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낸다’는 아프가니스탄의 ‘파시툰왈리’ 전통을 지키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모두 탈레반에 찬성하지 않을테지만 그렇다고 미국인을 위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을까? 미군을 보하는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전통을 따르기도 합니다.


론 서바이버 Lone Survivor , 2013 위험을 무릅쓰고 손임을 지키는 마을 사람들.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레드 윙 작'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실패한 작전을 영화로  재현하기 위해서 미 육해공군의 전적인 협조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미군은 실패에서도 배우나 보다 ' 생각했었지만 속내가 있습니다. 작전은 실패했을 지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원칙을 지키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언론에 민간인 사살, 학살 뉴스만 나오다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건 미군들' 뉴스는 군의 이미지를 향상 시키는데 더 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입니다.



<론 서바이버>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민간인을 사살하지 않은 군인과 마을의 전통을 고수하는 마을 사람들. 모두 원칙을 지키는 결정을 했고 그 결정으로 위험에 빠집니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네이비 씰 부대원이었다면 그렇게 했을까?' 쉽게 '예'라고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 경험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질문에서는 누구도 쉽게 대답을 못 할겁니다. 그들은 '예'라고 답하고 행동했습니다.



<론 서바이버>는 극한 상황에서 처하게 되는 딜레마에 대해서 묻습니다. 이 소재는 마이클 센델의 <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나오는 질문입니다.


1) 당신은 전차 기관사입니다.  전차는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는데, 선로 앞에 인부 5명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브레이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고장이 난 것이죠. 이대로 라면 인부 5명이 죽게 될겁니다.  절망적인 심정인데 오른쪽에 비상철로가 보입니다. 그 비상철로에는 인부 1명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핸들은 고장나지 않았고, 마음만 먹으면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상황입니다. 비상철로 가면 인부 한명을 희생시키고 5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2) 당신은 전차선로가 내려다 보이는 다리 위에 있습니다.  기차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상황이고, 철로에는 인부5명이 있습니다. 어쩔줄 몰라하는 상황인데, 옆에는 뚱뚱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을 밀면 기차를 세울 수 있고 뚱뚱한 남자는 죽겠지만 5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남자를 밀어서 5명을 살려야 할까?




'양치기를 풀어주야 하는가?' 논쟁할 때 CNN 같은 언론이 있다고 말하는 대목도 인상적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양치기를 죽이고 파묻다 하더라도 사실 누가 알겠습니까?  죽이고 입을 닫으면 됩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언론이 진실을 밝힐 것이라는 걸 염두해 두고 있습니다. 네이비 씰이 양치기를 죽었다면 언젠가는 수면으로 올라왔을 겁니다. 언론이 진상을 파헤칠 테고 베트남 '미라이 학살'의 '윌리엄 켈리'처럼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기록되고 교본이나 위키피디아로 영원히 기록되어 사람들에게 전해졌을 겁니다. 누군가가 반드시 밝혀낸다는 인식만 심어주어도 사람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의 중요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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