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드라마는 잘 보지 않습니다. 일단 드라마는 깁니다. 영화는 길어야 3시간이면 끝나지만 드라마는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합니다. 1주일에 한 두 편 방영하는 걸 잊지않고 챙기는 일도 귀찮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챙겨보기 쉽지 않다.' 이것도 이유지만 드라마를 안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의 드라마들이 내세우는 코드들이 저와 안맞기 때문입니다. 현대판 왕조, 왕가라고 할 수 있는 재벌을 배경으로 해서 이야기가 공감이 가지 않고 흥행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막장 코드에도 흥미가 없습니다.
드라마는 문화 생활에서 멀어져갔고 대신 영화를 선택합니다. 그래도 간혹 드라마를 보기도 합니다. 음, 최근에 본 드라마가 뭐였더라? 기억을 짚어보니 < 응답하라 1997 >가 마지막입니다. < 응답하라 1994 > 는 등장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보지 않았고 미드는 < 빅뱅이론 > 이 마지막입니다. 빅뱅이론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홀딱 빠졌지만 늘어지는 전개가 지루했고 결정적으로 주인공인 덕후들이 저주가 풀리고 정상인(?)으로 되돌아 오자 재미가 떨어졌습니다. 미국에서 여전히 빅뱅이론의 시청률이 상위권이라고 하는데 보기를 그만둬서 관심이 없습니다.
최근에 추천받은 드라마는 종편 JTBC 에서 방영 중인 < 유나의 거리 > 입니다. 유나의 거리가 좋은 점이라면 재벌과 막장 이라는
쌍두마차가 없습니다. 재벌의 반대편에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이 생활이 주입니다. 사실 평범한 건 아닙니다.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소매치기 하는 여주인공, 남자 배껴 먹어 인생을 바꾸려는 꽃뱀,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워 하는 건달 아저씨,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인공 등 등장 인물들이 보통 이하의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집에서 차 마시며 출생의 비밀을 의논하는 대신에 돈 몇 만원에 쩔쩔 매거나 벌금을 낼 돈이 없어 노역을 택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소매치기 조차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한탄합니다. ( 돈 벌기 어렵지...)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캐릭터가 살아있다.
등장 인물 중에서 유명한 사람이라면 김옥빈과 이문식 정도. 나머지는 '누구신지?'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유명한 배우는 없습니다. 유명세가 없어서 바로 꽂히지는 않지만 배우들이 역할을 맞는 연기를 잘 해주고 있습니다. 유나의 거리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가 살아있습니다. 양념만 치는 겉저리 캐릭터가 없고 조연들도 캐릭터가 살아있습니다. '캐릭터가 왜 이렇게 잘 그려져 있을까?' 궁금해서 작가를 알아보니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도둑의 딸 쓴 김운경 작가였습니다. (그래서 그랬구나)
소매치기인 강유나(김옥빈)에게 김창만(이희준)이 호감을 느끼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됩니다. 일본 만화에서 흔히 보이는 설정. 평강공주와 온달처럼 누가 맡아주느냐 입니다. 여자가 헌신할 수도 있고 남자가 헌신할 수도 있지만 대중문화에서는 주로 남자입니다.
유나를 거리를 보면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에서 나디아에게 반한 '쟝'이 생각났습니다. 사랑에 눈이 먼 '쟝'은 스스로 호구가 되기를 자처하면서(남자는 사랑 앞에 영원한 호구) 히스테리한 성격의 나디아를 받아줍니다. 김창만은 뭐가 좋은지 소매치기인 강유나를 다 받아주고 있습니다. 뻔하지만 예상을 해보자면 김창만의 사랑으로 유나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주겠지요.쟝이 사랑의 힘으로 나디아를 녹였던것처럼. 대중문화에서 그려지는 내용이 그런게 아니겠습니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드라마의 중심축인 강유나와 김창식. 현재는 창식의 비중이 높은 편.
김옥빈은 강유나 역할을 맞기 잘 한 듯.
김창만은 뭐하는 캐릭터인지 궁금합니다. 나디아에서 쟝은 공학자를 꿈구는 똑똑한 소년이라면 김창만은 할 줄 모르는게 없을 정도로 능력이 있음에도 돈도 집도 가족도 없습니다.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자질구레한 일도 다 처리해 줍니다. 주변사람들에게 평가는 좋지만 실속을 못 챙기는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 창남의 과거가 드러날텐데 과연. 설마 재벌의 잊어버린 아들이라는 설정은 아니겠지요.
유나의 거리
- 정보
- JTBC | 월, 화 21시 50분 | 2014-05-19 ~
- 출연
- 김옥빈, 이희준, 이문식, 신소율, 정종준
- 소개
- 불량한 세상과 진검 승부를 벌리러 나타난 이 시대의 착한 사나이 김창만이 극도로 양심 불량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세대 주택에...
<유나의 거리> 정말 오랜만에 TV앞에 앉게 만든 드라마입니다. 어지간해서는 추천같은거 하지 않는데 보기를 추천하는 드라마입니다. JTBC에 월, 화 오후 11시에 방영합니다. 50부작이니 앞으로 오랫동안 봐야 합니다. 보고 있으면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유나의 거리 1회 무료 다시보기
유나의 거리 2회 무료 다시보기 http://home.jtbc.joins.com/Vod/VodView.aspx?epis_id=EP1002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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