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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그리고 상황의 힘

네그나 2014. 2. 24. 23:50

전패진출자와 다승자의 결승



TVN 예능 프로그램 <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 >가 지난 22일 결승전을 방영했습니다. 승리가 단 한 번 도 없음에도 살아남은 전 프로게이미 임요환과 촉의 승부사 이상민이 결승전에 붙었습니다. 임요환의 능력에 의구심이 많았었는데 유정현과 데스매치에서 승부사 다운 모습을 보여줘 호구가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이상민이야 게임의 이해도가 높고 뛰어난 상황 판단력이 장점이지만 데스 매치에 떨어진적이 없어 1 대 1 능력은 물음표였습니다. 시청전에는 임요환이 조금 더 우세하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1 대 1에는 더 강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첫 게임 인디언 홀덤을 보니 프로 겜블러는 달랐습니다. 사실 지니어스 자체가 도박에 뛰어난 사람이 유리하죠. 두번째 게임에 진실 탐지기에서는 이상민은 정공법으로 경우의 수를 줄여나갔지만 임요환은 달랐습니다. 아이템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으니 같은 방법으로는 승부가 안난다고 판단했는지 예상을 뛰어넘는 방식을 보였습니다. 임요환은 스타 경기를 할 때도 기발한, 예상을 뛰어넘는 전략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지니어스에도 그런 모습이 묻어나오는게 흥미로웠습니다. ( 임요환은 사파 느낌이 물씬 나죠. ) 결승전 마지막 게임은 콰드로였는데 지니어스를 마무리하는데 가장 적합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니어스 2 임요환



지니어스에는 협력과 배신이라는 딜레마가 관통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이익.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배신할 수 있지만 신의를 잃어버리고 협력자를 잃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협력만 한다면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기 쉽습니다. 게임의 참가자는 누구를 신뢰하고 누구를 배신을 할 것인가? 딜레마에 처합니다.



결승전만은 1 대 1 게임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런 게임이 있음으로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업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살아남는 과정에서 탈락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면 결승전에서 더 많은 협력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승전에 가기 위해서는 게임에 승리해 생존하는일도 중요하지만 신의 마일리지를 쌓아가는것도 중요합니다. 길게 보자면 승리를 위해서 깽판만 쳐서는 배신만 해서는 안 되는겁니다. 결정적인 순간인 결승전에 자신이 했던 행동이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시즌 1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준 홍진호는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했습니다.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적다면 그동안의 행동을 뒤돌아 봐야 합니다. 스스로의 행동의 만든 결과이죠.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아니면 게임을 비슷하게 맞춰주기 위함인지 몰라도 조력자들이 반으로 갈렸습니다. 사실 콰드로 게임도 탈락자들의 마음을 전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시즌 2 결승이 시즌 1보다는 보기 좋았습니다. 김경란과 홍진호가 대결했던 시즌 1 결승전은 일방적인 승부라 맥이 빠져 흥미가 없었습니다. 제작진은 마지막 게임이 결승전 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몰라도 '결합' 같은 어려운 게임을 준비했었는데 이해하기 어렵웠습니다. 참가자가 팽팽하게 맞붙어야 보는 사람이 흥미를 느끼는데 홍진호의 능력이 뛰어나고 조력자까지 뛰어나니 결승전 무게에 비해서 내용은 싱거웠습니다.



시즌2에서는 지나치게 어려운 게임은 배제하고 간단한 게임만 해서 좋았고 임요환과 이상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흥미진진하게 보았습니다. 우승을 하고 기뻐하는 이상민의 표정을 보니 정말 이기고 싶었나 봅니다.  




지니어스 2 이상민




상황의 힘을 보여주는 지니어스



지니어스 시즌 2 6화에서는 이두희 신분증 절도 사건이 일어나 넷심이 들끓었습니다. 인터넷의 반응과 별개로 저는 감흥이 없었습니다.  게임의 규칙으로 신분증이 나오는 순간 대여나 절도를 활용할 수 있을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만약 폭력을 행사했다면 제작진이 제지 했겠지만 눈치챌 수 없는 절도는 허용하리라 보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뜨거워져 참가자들이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지니어스에서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참가자가 없습니다. 지니어스의 게임이 모두가 승리할 수 없는 게임이고 살아남는게 중요합니다. 참가자들은 이기심 증폭 장치 위에 서 있는데 보통의 사회라면 권장되지 않는 배신의 활용도 중요합니다. ( 연속해서 배신당한 이두희는 멘탈이 걱정되기는 했습니다.)



논란이 된 친목질, 연예인 연합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살아  남을 수 있는 전략이라면 사용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참가자라면? 홍진호처럼 두뇌회전이 빠른 사람과 맞붙어서 머리를 굴려봐야 더 좋은 수가 나올까? 안 나옵니다.노홍철이 머리를 굴러봐야 홍진호보다 더 잘 수 있을까? 안 됩니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전략을 찿아 봐야 됩니다. 홍진호는 두뇌를 활용한 플레이를 보여줌으로서 큰 인상을 남겼는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한 것일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참가자들의 행동으로 인성을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지니어스는 사회라면 용인되지 않을 '개인적 일탈' ( 어디서 많이 들어본 단어)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니 마음껏 해봤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지니어스 PD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 주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비슷하게 봤습니다. 지니어스를 일종의 인간 실험으로 보았습니다. 지니어스가 겉으로는 두뇌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특정한 상황에 처한 인간을 선택과 행동이 보는겁니다.



저에게 지니어스는 영화 < 엑스퍼리먼트 >의 예능판처럼 보였습니다. ( 이런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프로그램 서바이버가 더 적합해 보이지만 직접 보지 않았으니 넘어갑니다. )  이 영화는 1971년에서 실시한 '스탠포드 대학교 모의 교도소 실험'인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보다 직접 감옥 실험을 실시한 필립 짐바르도의 저서 < 루시퍼 이펙트 >를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책을 읽기보다 영화가 편하겠죠. 책의 부제는 '무엇이 사람을 악하게 만는가?' 입니다. 실험을 통해서 평범한 학생들에게 간수와 죄수 역할만 맡겼을 뿐이데 그들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였습니다.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수감자들을 가학적으로 대했고, 그 방법도 ‘창의적’으로 악랄하게 발전시켰다. 점호 시간마다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서투른 수감자들에게 벌을 주고, 조금이라도 반항의 기미를 보이면 독방에 감금했으며, 심지어 성적인 수치심을 갖게 하는 등의 가학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수감자 역할의 학생들 역시 신경 쇠약 증세를 보이고 탈주 계획을 모의하는 등 진짜 수감자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도관의 가학 행위가 극에 달하고, 수감자들의 정신쇠약 증세가 심해져 방면되는 사람이 속출하자 결국 실험은 1주일도 안 되어 중단되었다.


감옥실험은 군대와 비슷한 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점호시간이 정말 지옥처럼 느껴졌었는데... ) 이 실험이 보여주는건 무엇이냐? 상황의 엄청난 힘입니다. 강력한 시스템 안에 있는 새롭고 낯선 상황에서 ‘나는 절대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며, 나쁜 시스템과 상황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굳걷합니다. 사람이 어떤 상황이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일관된 행동을 할거라고 믿습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비슷한 사례는 많습니다. 



루시퍼 이펙트스탠퍼드 대학의 감옥실험 이야기. 인간은 본성은 무엇인가?



폴란드 유대인 학살 부대인 나치의 '101예비경찰대대'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부대의 구성원들은 중년 남성에 나치에 적대적이었던 출신지 사람들 이었습니다. 나치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유대인을 사냥하고 다녔습니다. 이 학살자들을 악마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책 제목처럼 그들은 < 아주 평범한 사람들 > 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행동이 절대 용서받을 수 없지만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의 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부대의 지휘관은 대원들이 원하지 않으면 학살 임무를 빼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으로 임무에 열외된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하기는 싫었지만 동료들의 압력이 두려웠던 겁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결국에 선량한 사람들에 뒷통수에 총알을 박았을 것 같습니다. 부조리한 상황에 저항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학살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운이 좋게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고 그 상황에,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자신있게 '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 불합리한 명령을 거부하겠다' 말하는 사람 얼마나 될까요? 100에 한 명 정도 많으면 5명 정도라고 봅니다. 용기가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보기 힘들겁니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보통 사람들이 왜 학살을 저지를까?



지니어스는 예능이니 극단적이지 않습니다. 배신당해서 탈락하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본업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지니어스를 보고 암 걸린다는 표현을 많이 하더군요.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예능에서 보니 그렇겠지요. 사람이란 참 재미있는 존재입니다.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다르게 받아들이니. 저는 지니어스에서 권선징악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참가자들의 이기심이 증폭되는걸 보고 싶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각자가 취하는 선택과 행동이 궁금했습니다.



이기심을 극도로 끌어내도록 고안된 공간에서 인간이 행동이 이기적으로 변한다면, 이 프로그램이 사회의 작은 부분을 보여준다면 생각해 볼게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가 구성원들의 이기심을 무한정 증폭시키지 않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과 이기심 증폭 장치에 서있는 인간에게 강인한 의지만을 발휘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겁니다. 물론 예능은 예능이니까 교훈까지 이끌어 내는건 오버지만 굳이 의미를 찿자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니어스 3가 나온다면



시즌2에서는 면제권 아이템인 '불멸의 증표'를 도입했지만 흥미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고 봅니다. 제작진의 의도는

'보물찿기'기 아니었나 싶은데, 불멸의 증표를 가진 참가자가 너무 강해져 밸런스 파괴되고 게임의 긴장감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시즌3에서는 적용하지 않는게 좋다고 봅니다. 가넷의 활용에 대해서 연구해 봐야합니다. 가넷으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게임이 나오지만 그 때를 제외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가넷은  최종 승자가 독식하게 되니 힘들게 모으려 애쓸 필요가 없고 가넷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탈락자로 지목하기 좋은 명분만 줍니다. 준결승에서 가넷으로 최종 상금이 결정되는 구조는 아주 좋았습니다. 지니어스가 보여주는 배신과 협력의 딜레마입니다.



지니어스는 정치 행위가 있으므로 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정치는 싫어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거 같습니다. 예로 시즌 1에서는 오픈 패스 게임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오픈 패스 게임을 기발한 방법으로 공략하는 홍진호를 보면서 대단하고 생각했지만 그 편이 다시 돌려볼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좀비 게임처럼 참가자들간의 대화를 통한 상호 작용이 있고 서로의 의도를 알아보려고 탐색하는 행동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여기서 지니어스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겠죠. 게임을 좋아하느냐? 관계를 좋아하느냐?



지니어스가 단순한 퀴즈쇼나 보드 게임쇼가 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정말 머리쓰는거 보고 싶다면 간단합니다. 아이큐 150이상, 명문대학교 출신, 게임에 강한 프로 겜블러들로만 모아놓고 하면 됩니다. 지금처럼 다양한 출신배경을 가진을 사람을 섭외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재미있을까? 재미 없을것 같습니다. 게임도 좋지만 지니어스는 엄연히 예능 프로그램인데 재미가 있어야죠.



지니어스는 나는 가수다와 비슷합니다. 인터넷으로 이야기하기 좋고 많은 사람들이 한 마디식 거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말고 귀를 닫아라'  말 한 마디,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기 보다 생각했 대로 밀고 나가길 바랍니다. 이런 행동은 전 대통령이 잘했지요. -_-;

사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쓰지 않는 것과 귀를 닫는 것도 능력이자 재능입니다. 그게 체질적으로 안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 전 안됨. 팔랑귀라.) 지니어스의 특성상 모든 사람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렇다면 처음에 계획했던대로 나가는데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쨋든 책임을 지는건 만드는 사람들이니까요.



지니어스를 웬만한 영화보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 극장에서 돈주고 보는 영화가 돈 값을 못 한다는 말입니다.) 시즌2는 그런게 있었습니다. 시즌1은 어설픈 모습에서 예능적인 그림이 많이 나왔는데 시즌2는 예능보다는 독기가 많이 보였습니다. 참가자들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알고 임하므로 시즌1과 같은 모습을 바랄 수는 없겠죠. 몰입을 하고 있다는 뜻도 되고요. 문제점을 개선한 시즌3를 기대해 봅니다. 길게 쓰려고 하지 않았는데 쓸데 없이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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