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모토글램 다시 꺼내보니. 참 시간이 흘렀음을

네그나 2017. 3. 8. 23:32


서랍에서 잠들어 있던 모토글램을 꺼냈습니다. 이 기기가 처음 사용한 안드로이드폰 이자 모토로라폰입니다. 사용할 당시에 아주 좋지는 않았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이기도 했고, 당시 안드로이드가 안정적이지 않았었습니다. 위세를 떨치던 아이폰과 비교하기에는 모자랐지만.



그래도 모토글램 재미있게 사용했습니다. 스마트폰 초장기라 재미 있었고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던 혼란기라 그랬을지도 모르지만요. 지금 모토글램을 다시 꺼내는 건, 미군이 유사시를 대비해서 사막에 보관중인 전투기를 꺼내는 일과 비슷할까요? 아니 더 할지도 모르겠군요. 전투기와 수송기를 꺼내서 사용하기도 한다지만 옛날 폰을 다시 꺼내서 쓰는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물론 지금도 갤럭시S2, 갤럭시S3를 사용중인 사람이 있습니다. S3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 현재도 사용하고 있으니 확실합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사용하니까요. 저렇게 돈 많은 사람이 구닥다리 폰을 사용하는 것도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미지만 보자면 휴대폰 나올 때 마다 바꿀 것 같은데.



모토글램 깨끗하게 사용했지만 변색은 어쩔 수 없습니다. 칠이 여기저기 다 벗겨진 모습은 시간이 흘렀음을 말해줍니다. 이 놈을 다시 꺼낸 이유는 전화용도가 아니라 라디오 때문입니다. 라디오 되는 기기를 찾아 보다가 모토글램을 불러내게 되었습니다.



배터리는 당연히 방전되었습니다. 충전을 하고 다시 보니 옛날 생각이 나는 화면이 등장. 지금은 사용하고 있지 않는 GO런처와 어플이 깔려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초장기에 많이 사용하던 앱이었습니다. 흠. 느리기는 느립니다. 어플서랍을 열었을 뿐인데 버벅임이 느껴집니다.



FM라디오 기능은 잘 됩니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비행기 모드로 적용하면 라디오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유가 뭔지?



전파로 잡는 라디오가 듣고 싶어서 모토글램을 부활시켰습니다. 지금은 당연히 팔수도 없고 그냥 버려야 하는데. 라디오 용도로 사용한다면 나쁘지 않겠죠. 데이터를 사용해도 라디오를 듣을 수 있지만 요즘폰에 FM라디오 기능이 없다는게 불만입니다. FM라디오는 재난 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 넣어주면 좋을텐데요. 




모토글램을 보면서 흘러감에 대해서 생각을 해봅니다. 케빈켈러의 인에비터블(The inevitable)를 읽고 있습니다. 기술의 사상과 사고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낡는 다는 것은 손에 잡히는 사물만이 아니라 무형의 것들도 그렇습니다. 앱은 사용할 수록 느려지고 윈도우는 오래 사용할수록 비만이 되어 뚱뚱해져버립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는 출시되자 마자 낡아져 비틀어져 버립니다.




기술은 우리들에게 업그레이드를 하기를 요구합니다.  업그레이드를 미루는 행동은 곤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보안헛점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것처럼. 기술의 업그레이드는 일종의 위생조치일 수 있습니다. 시각에 따라서는 원치않는 일을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는 강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기술 생활이라는 것은 연속된 업그레이드이니까요.




게임도 낡아서 부서집니다. 게임의 중고판매를 비판하는 주장을 보았습니다. 게임의 컨텐츠는 누가, 얼마나 사용하든 변하지 않고 동일하기 때문에 중고판매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형은 변하지 않으니까 가치가 동일하다는 관점. 정말 그럴까요?



실제로 게임은 출시되자 마자 가치가 붕괴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머지많아 할인이 시작되고, 종국에는 아예 무료로 뿌릴 정도로 저렴해집니다. ( 이 때 사람들은 공짜로 줘도 하지 않습니다. 더 재미있는 게임이 잔뜩 있는데 구닥다리를 할리가.)  이를 막기 위한 과정은 건축물 보수와 비슷합니다. 끊임없이 업데이트. 그렇다 해도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데 출시되자 마자 게임을 사는 건 바보짓일까? 그건 아니죠.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을 같은 시간에 한다는 것은 시대를 따라잡는 의미도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지금 겨울왕국 Let it Go를 아무도 말하지 않듯, 지나간 컨텐츠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격은 감정과 감흥을 나누려 하므로 같은 일을, 감정을 경험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걸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최신 아이폰과 갤럭시를 사용기를 올려야 공감받을 수 있지 이런 모토글램 글은 보지도 않을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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