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만화를 보았다

불편하고 행복하게 :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네그나 2016. 2. 2. 23:00

귀촌(歸村) 이야기라고 해서 섣부르게 짐작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도 귀촌과 귀농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으니 그저 막연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복잡하고 경쟁이 심한 도시생활에 지쳐서 촌으로 내려가 다소 불편한 생활을 하지만 알콩달콩 작은 행복을 느낀다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제목만 본다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를 계속 넘기면서 이미지가 와장창 깨졌습니다. 과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불편하고 행복하게표지의 그렁그렁하 눈은 무엇을 의미할까?




작가 부부가 귀촌을 결심한 이유는 만화를 그리며 받는 수입으로는 도시에서 집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선택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강요입니다. 촌으로 내려가면 그래도 도시보다 한가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촌에서는 도시보다 해야할 잡일은 더 많아서 자신의 일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만화를 그리고 버는 수입이 적어서 늘 밀린 공과금과 갚아야 할 빚을 걱정해야 합니다.



빠듯한 살림만큼 현실을 어렵게 만드는 건. 만화가로서 현실에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 창조적인 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은 주문하는대로 그려주는 로봇 노동자에 불과합니다. 만화가로 겪는 좌절과 촌생활에 대한 낮설음으로 깊은 절망으로 이어집니다.



만화적인 설정이라면 어려움을 격은 후, 대박쳐서 인생이 바뀌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일어났겠지만 다들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TV나 영화에서는 판타지를 팔겠죠. '이런 일은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으니 돈 내고 여기에서 찾아보세요' 작가 내면이 고통이 암울하게 보여 읽기가 싫어질 무렵 '만화 그리는 거 그만두고 다른 일 찾아 보는게 어떨까요?라고 묻고 싶어졌습니다.



촌에서 겪는 불편함은 이제 익숙함으로 변하고 내면을 괴롭혀 왔던 어지러웠던 마음도 정리되어 갑니다. 시골에서 반려동물도 키우고, 텃밭에서 나온 소소한 행복들이 삶을 채워갈 무렵에 그들은 불편하고 행복했던 시골 생활은 끝이 납니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서 정들었던 시골을 떠나는것으로 귀촌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노라조의 형이란 노래가 생각나네요. 첫 소절. '삶이란 시련과 같은 말이야' 끝날것 같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건 그런 작가를 계속 지지해주는 아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항상 명랑해 보이는 아내는 현실의 어려움을 비껴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을까? 말하지 못할 속사정도 있을거라고 짐작해 봅니다. 



작가가 처한(과거였으니 정확히는 처했던 이라고 해야겠습니다.) 현실은 분명 괴롭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돈이 없어도 부족해도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이상적인 말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안 된다는거 알고 있습니다. 부족함이 짖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서 감당하게 어렵습니다.



이 만화는 귀촌 생활을 다루고 있지만 시골이라는 장소와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상 생활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도시에 있던지 시골에 사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누구와 살고 있느냐입니다. 나를 믿어주고 의지할 만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행복은 당신 옆에 있다는 것. 평범해 보이는 이 만으로도 인생에서 많은 것을 얻은 성공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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