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받는 지배자 : 왜 한국인들이 미국 학위에 목을 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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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받는 지배자 : 왜 한국인들이 미국 학위에 목을 매는가?

네그나 2015. 8. 29. 08:00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한국이 미국에 유학을 많이 보내는 나라입니다. 2012∼201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은 7만627명입니다. 중국인 23만5000여 명, 인도인 9만6000여 명에 이어 세계 3위입니다. 인구 비례로 보면 순위가 바뀌는데. 중국(인구 13억 명), 인도(12억 명)에 비교할 때, 인구 5000만명인 한국의 미국 유학생 비율은 중국의 7.8배, 인도의 17.5배 달합니다.

주위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있습니까? 없지는 않지만 제 주위에 쉽게 찾을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한 다리 건너야 찾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정말 가까운 지인들은 미국을 포함해서 유학 경험이 없습니다. 유학 보내는 일이 가정경제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중산층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책 내용에서 계층 격차가 느껴지던 인터뷰가 있습니다.

" 제 주변에서 돈이 없어서 유학을 못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학자금 대출에 이용할 수 밖에 없었고 돌이켜 보면 대학도 쉽게 다닌 편이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유학이나 어학 연수는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뭐. 유학을 갈 정도로 뛰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전 나은편 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졸업하는 학생들 보면 학자금 대출을 일,이 천만원 그 이상 끼고 졸업하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학을 간다는 것은 안정적인 계층에 속해 있음을 뜻하고 엘리트들 대다수가 미국 유학파 출신입니다. 재벌 자제들이 어디 출신인지 보세요. 대다수가 미국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책 <지배받는 지배자>는 이 미국 유학파 엘리트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왜 지배받는 지배자일까? 이 말은 원래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지식인 계층을 부를 때 쓴 단어로서 저자는 미국 유학파 출신들이 한국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나 다시 미국 지배층의 지배를 받는다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저자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50명 미국 유학생을 직접 인터뷰 했습니다. 6년 뒤인 2011년부터 4년간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졸업 후 직업 전선에 뛰어든 유학생 80명을 면접했다. 그들이 왜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게 됐는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맛보는 좌절감. 영어

인터뷰를 보면 미국 유학생, 교수, 미국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영어 때문에 느끼는 좌절감입니다. 당연히 이들은 한국에서 영어를 배워서 갑니다. 그렇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인들만큼은 아닙니다. 대학 수업에서 영어를 완벽하게 알아듣지 못해서 좌절합니다.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종사한다고 해서 영어를 완벽하게 알아듣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유수의 대기업에 일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격고 좌절합니다. 한국으로 비교해서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데,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국어를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닙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글을 쓰보라고 하면 난색을 표합니다.더군다나 깐깐하게 심사를 해야 하는 논문이라면 맞춤법, 논리, 구성등 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토론 수업에서 말을 하는 것은 일반 회화와 격차가 큽니다.

문제는 바로 영어다

대학 수업에 쉽게 따라갈 수 없음, (조교나 교수시) 미국 학생들을 상대로한 영어 강의에 자신 없음, 교수나 대기업에 몸을 담고 있지만 혹시나 있을지 모를 의사소통 오해로 인한 불이익에 대한 걱정.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상 영어로 인한 어려움은 끊임없이 붙잡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엘리트 대우를 받다 미국에서 좌절한 자신을 보고 열등하다고 느낍니다.

마침내 이들은 현실과 인정하고 타협을 하게 됩니다. 자신들이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미국인들처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는 사실과 미국 사회의 주류로 편입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차선책을 도모합니다.

영어가 부족한 사람들이 선택. 그들의 돌아가기

미국 유학생(출신)들은 자신들이 영어 실력을 부족함을 느끼고 다른 방안을 모색합니다. 사회적인 교류를 통해서 이루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유학생들 상대적으로 수학에 강하므로 수학, 통계, 데이터를 다루는 쪽을 선택합니다. 미국인들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좌절감을 겪는 쪽보다 숫자나 기계를 다루는게 더 편합니다. 또, 문호도 외국인과 유학생들에게 더 열려 있습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유학생, 아시아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이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도 나올 정도이니 빌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유학생들에게 비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생각을 해봅시다. 유학생들이 높은 수요가 있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이쪽으로 가지 않으려 한다는 뜻도 됩니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상대적으로 더 쉬운 길이 있다는 뜻일겁니다.

유학생들이 이러한 선택. ( 즉, 의사소통과 사회적인 교류를 요하는 일보다 혼자서 수학을 하고 기계를 만지는 일을 선호하는 것) 미국인들에게 아시아인들은 수학을 잘하고 머리가 똑똑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영어에 대한 자신 없음과 사회 인맥 만들기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인상은 흑인도 똑같다고 봅니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것이지만 인터넷을 보면 흑인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놀라운 신체적인 능력을 보고 흑인들이 가진 천부적이고,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칭찬하는 뜻으로 흑형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흑인이라고 모두가 신체적인 능력이 뛰어나지 않습니다. 아시아인들이 다 머리가 좋을까요? 한국인들도 수학만 보면 질색하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초·중·고생 절반이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수학시간에 학생들이 어떤 수업태도를 보이는지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과 아시안들의 진로 선택은 의사소통에 어렴움을 겪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계산쪽으로 기회를 도모하기 때문입니다. 흑인들 역시 상대적으로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운동으로 빠지는 것이라고 봐야할겁니다.

흑인의 신체적인 능력이 뛰어남만 보기전에 그들이 학사나 석박사 학위를 받더라도 사회에서 활동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분명히 이들(흑인이나 아시아인)들도 사회의 주류와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면 노력을 조금 덜해도 되는 쪽, 더 쉬운 길로 걸어갔을 겁니다.

미국 유학파 지식들은 탁월한 연구를 하지 못하는가?

미국 유학파 지식들은 연구성과를 내는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는데 한국 대학의 연구 자원에 대한 투자 및 연구 인력의 전문성의 부족, 학문적인 뿌리가 미국에 있음,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양다리’를 걸쳐야 하는 학문의 트랜스내셔널 상황으로 인해”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창의적 연구를 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가 이 대목입니다. "한국에서 공부가 정말 좋아서 교수하는 사람이 없다(흔하지 않다)" 미국의 교수는 오직 공부와 연구에 미쳐있다는 것, 물론 한국에도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연구에만 매진하는 교수는 주목받기가 어렵운 현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수 사회에서 교수라는 위치 매우 우월합니다. 평생 교용이 보장되고 사회적인 명예와 높은 보수를 받습니다. 독창적인 연구 업적이 없더라도 인맥과 지식 중개상 역할만 하더라도 얼굴 알리기가 수월합니다. (그렇게 보입니다.) 반면, 미국의 교수라는 직업이 굉장히 경쟁적이고 지적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이는 다시 미국 대학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미국으로 유학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외에도 가부장적이고 수직적인 한국 문화, 교수 사회의 뿌리 깊은 파벌,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잡다한 업무와 과도한 수업 등. 한국과 미국의 비교해보면 미국이 월등해 보이기는 합니다.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파 엘리트들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무엇일까?

저자는 미국 유학파 엘리트들에게 시종일관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합니다. 우수한 대학에서 유학을 했지만 독창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 학계의 서구 추종적인 자세. 결정적으로 이들은 한국 사회, 기업, 학계에서 부조리를 목격하고 갈등하지만 자신들 역시 기득권에 포함되어 있기에 바뀌지 않으려 한다는데 있습니다.

이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현실이 만만치 않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이 시스템과 문화를 바꾸는데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고 또 한국이 근대화를 시작한지 오십년에 불과한 점도 고려해야 할겁니다. 물론 바뀌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를 하겠지만 누가? 어떻게? 언제?라고 물으면 마땅한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도 없고.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미국 유학파 엘리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들은 미국 학계,기업,사회에서 좌절감을 맛보았지만 그 고난 경험으로 한국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경쟁력은 바로 영어와 문화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유학생활 경험입니다. 왜 한국인들이 미국 학위에 목을 매는가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영어입니다. 유학생활을 경험한 모두가 영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성공적으로 유학 생활을 마친 사람도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영어를 지목할 겁니다. 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영어가 중요합니다. 영어에 트라우마를 가진 정도로 유학생활이 힘들었떤 사람 역시 영어가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성공과 실패에 모두 영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성공 경험, 트라우마는 어떤게 전수될까? 바로 자녀의 영어교육입니다. 우리 사회에 불어 닥쳤던 기러기 아빠, 부모는 이들이 주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학생 인터뷰 중에 영어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농담삼아 말합니다. "부모님이 저를 미국에 낳아 주셨어야 했어요"

여건이 되는 중산층은 미국에 조기유학이나 연수를 보냅니다. 자신들의 성공을 이어나가고 경험했던 실패를 반복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아래 계층 역시 이들의 성공을 모방합니다. 가계에 무리가 가더라도 유학을 시킵니다. 유학을 지원할 수 없는 그 아래 계층은 영어 학원으로 만족합니다.

한국 영어 광풍은 미국 유학파 엘리트의 주도와 이를 모방하고자 했던 (신분상승을 꿈꾸는) 그 아래 계층이 만들어낸 결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한 번 써보지도 않을 영어를 배우기 위해 무의미한 군비경쟁을 벌입니다.

개인적인 생존의 관점에서 말해 보자면. '영어 공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엘리트들과 영어로 경쟁해서 우위에 설 수 있겠어요?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유학, 연수 경험이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유학생들이 미국들과 비교해서 좌절했듯이. 영어 경쟁력은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뛰어남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 엘리트들이 미국 사회에서 계산이라는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면 한국에서 엘리트가 아닌 보통사람이라면 돌아가야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영어를 완전히 모를수는 없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모른다는 건 결코 자랑이 아니니까.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영어를 하되 그 이상의 노력을 쏟아붇는 일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영어외에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다른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는 어쩔 수 없기도 한 일입니다. 돌아가는 선택은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지배자로 설 수 있는 영어교육은 결국 돈문제로 환원됩니다. 영어 교육은 한국 사회에서 교육비를 건들이고 높은 교육비는 낮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칠겁니다. 한국인들의 미국 학위 우대, 영어우대는 출산율에 영향을 끼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현재의 출산율 높이기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데는 영어 광풍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봅니다. 높은 교육비가 영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가장 큰 효과를 내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