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파나소닉 휴대전화 사업 축소, 일본 사회는 학습된 무기력 상태일까?

네그나 2012. 10. 28. 12:30



시장 조사기관인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스마트폰 시장 1위는 삼성, 2위가 애플, 3위가 림, 4위가 ZTE 5위가 HTC 입니다. 허전하지 않나요. 노키아가 안보입니다.노키아는 순위권에도 못 들고 others로 분류되었습니다. 세계 1위에서 기타 등등으로 되어버렸습니다. 모토로라와 LG 역시 보이지도 않습니다. 스마트폰 양상이 소수의 거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 형태로 변해버렸습니다. 잘되는 놈은 더 잘되고 안되는 놈은 더 힘들어집니다. 애플이나 삼성은 함박 웃음을 짓겠지만 나머지는 따라조차 버거울 겁니다.


2012년 3분기 시장점유율



스마트폰 레이스에서 또 한 주자가 탈락했습니다. 일본의 전자 기업인 파나소닉이 유럽에서 철수하고 휴대전화 사업부를 축소합니다. 파나소식의 스마트폰 축소는 삼성과 애플이라는 2강구도에 밀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이 비정한 레이스에서 한 번 뒤로 밀리게 되면 따라 잡기기 힘듭니다. 파나소닉 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른 전자 기업들도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각을 나타내는 건 신흥 강자인 ZTE같은 중국기업입니다. 스마트폰은 전자기술의 집합체인데 일본 전자기업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까요?


panasonic

'개미'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인 베르베르가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94년 첫 방한 때는 한국사회에서 성공에 대한 열망을 봤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그동안 많이 바뀌었다. 94년 당시 젊은이들은 일본 문화에 빠져 있었지만 최근엔 그 틀을 완전히 벗어난 인상이었다. 한국은 미래와 테크놀로지에 호기심이 강한, 젊은 나라이다. 내 소설도 이성과 미래를 다루는 소설이기 때문에 한국 독자들이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90년대는 일본의 영향력이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일본만화, 일본게임, 일본음악과 같은 문화가 강한 영향을 끼쳤습니다.소니를 비롯한 전자 기업도 여전히 강세였고 일본을 배우자는 분위기도 강했습니다. 베르베르가 한국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보았습니다. 일본 문화에 빠졌던 한국은 일본에서 벗어 낫습니다. 일본 제품을 갖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사고 싶은게 없습니다.



일제라고 하면 최고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변했습니다. 일본 게임도 영향력이 줄어들었습니다. 여전히 소니와 닌텐도 같은 일본기업이 콘솔게임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게임 개발사들은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고 뒤쳐지는 모양새입니다. 뒤쳐지니까 '과거가 좋았다' 식으로 추억팔이나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잘 나가는 게임 모방이라도 해보지. 과거작이나 되팔고 있다니.'  생각밖에  안듭니다. 추억팔이가 모방이나 표절보다 더 안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과거로 향해있다는 걸 뜻하니까요.




일본 사회는 학습된 무기력 상태인가?




일본이 어떻게 하다가 저렇게 되었을까? 항상 거론되는 엔고 문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점,  자신 만의 규격을 고집하다가 세계 적인 흐름에 고립된 점도 있습니다. 더 높이 봐서 일본 사회의 분위기의 문제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개개의 문제도 있겠지만 일본의 구조적인 분위기나 흐름이 저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대중의 직관> 이라는 책을 보면[책리뷰] - 대중의 직관 - 미래를 알고 싶은가? 집단의 분위기를 읽어라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있는 분위기가 특정 사건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의 분위기를 침체로 만든 결정적인 사건은 부동산 거품 붕괴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에 일어난 붕괴 사태로 인해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더 나아가서 잃어버린 20년의 장기불황 상태로 갑니다. 일본은 늘 안좋은 소식만 들리고 작년에는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까지 일어났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기업의 파산과 감원,축소.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인 소니, 샤프, 파나소닉등 하나 같이 좋지 않은 소식만 나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잘 나가는 사람과 기업도 있습니다.올해에도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활력이 없고,

침체라고 느껴집니다.



10년, 20년동안 침제 분위기에서 살면 어떤 사고가 생길까요?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볼까요? 심리학에서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1960년대 Seligman이 동료들과 함께 개를 대상으로 한 고전학습이론을 실험 중, 피할 수 없는 전기쇼트를 받은 개들이 후속 실험에서 셔틀박스 속에서 장애물을 뛰어넘어 쇼크를 피하는 기술을 학습하지 못하는 현상에 명명한 것입니다.


셀리히만은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상자에 넣고 전기충격을 주었다. 제1 집단의 개에게는 코로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제2 집단은 코로 조작기를 눌러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고, 몸이 묶여 있어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받았다.


제3집단은 비교 집단으로 상자 안에 있었으나 전기충격을 주지 않았다. 24시간 이후 이들 세 집단 모두를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전기충격을 주었다. 세 집단 모두 상자 중앙에 있는 담을 넘으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제1 집단과 제3 집단은 중앙의 담을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으나, 제2 집단은 전기충격이 주어지자 피하려 하지 않고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전기충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즉, 제2 집단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이 학습된 것이다. 셀리히만은 혐오 자극으로 회피 불가능한 전기충격을 경험한 개들은 회피 가능한 전기충격이 주어진 경우에도 회피 반응을 하지 못하는 사실을 보고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 하였다.




개가 전기 충격을 피하지 않고 무기력한 상태에 계속 있는 것 처럼 일본 사회도 그렇게 보입니다.일본 사회 분위기를 보면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받습니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이 어떤 사고를 할까요? '할 수 있어, 열심히 해보자' 이것도 1, 2년입니다. 길어야 5년이겠죠. 오랜 시간동안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쓸데 없이 불필요한 노력은 하지 않는게 좋다'는 체념이 들겁니다. 사회 분위기기가 침체되겠죠.



학습된 무기력은 포기입니다. 한 때,일본에서 하류열풍이 불었습니다. 하류 열풍이란 하류식 사고입니다. 열심히 노력을 해서 신분 상승 하거나 무언가 성취를 하기보다 노력하지 않고 포기한 상태로 있는 겁니다. '어차피 해도 안 될거 하지 말자.' 입니다. 유행에도 둔감해지고 소비도 줄입니다. 있는 걸로 만족을 합니다.



도요타가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일본 젊은이들이 차에 대해서 관심을 안가지는 것입니다. 예전에 일본의 젊은이들은 돈을 벌면 자동차 부터 사, 여자를  앉히고 드라이브 했습니다. 지금은 차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고 구매력도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수요가 없고 소비가 부진합니다.




호기심이 순풍을 만든다. 만약 호기심이 사라진다면



베르베르가 한국인들은 호기심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에 온 선교사들이 한결같이 한 말이 한국인들은 호기심이 많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건, 삼성의 안드로이드로 갈아탄 재빠른 상황판단과 과감한 결정, 주요 부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일 겁니다.



배경을 보면 한국의 소비 시장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 열풍이 불어닥치고 스마트폰 열풍이 전염병 처럼 번졌습니다. 너도 나도 스마트폰을 구입했습니다. 스마트폰 열풍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유행에 뒤쳐지면 안된다는 강박, 남들이 하는걸 하지 않으면 웬지 이상하다.한국식 사고가 작용했습니다.





이로인해서 갑자기 스마트폰에 대한 큰 수요가 생겼습니다. 한국 소비시장에서 적응을 하고 나서  세계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열풍은 배가 출항하는데 순풍이 불어준 격입니다. 한국에서 스마트폰 열풍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경쟁력을 회복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의 강한 수요가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어떤 산업이든간에 내수가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내수시장에서 자본과 기술을 축적한뒤에 세계로 나갑니다. 내수에서 활성화 되지 않은 분야인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 생각을 해보면 없습니다. 게임만 해도 온라인 게임은 강합니다. 왜냐하면 온라인 게임은 내수시장이 있으니까요. 콘솔게임 시장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엑스박스를 통해서 콘솔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제국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내수시장 때문입니다.(디지털 시대에  일본을 침몰시키고 표준화에 성공한 이유 이기도 합니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습니다. 국내 개발사들이 온라인, 모바일 게임으로 달려가는 이유도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런 현상이 당연하게 보이지만 한국이 언제까지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한국은 고령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젊은이들입니다. 아이폰,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킨 건 젊은 사람들이었죠. 혁명을 주도하는 것도 역시 젊은 사람들입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도 그랬고, 중동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도 젊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도 이렇게 될까요?  다를 겁니다. 일단 유행의 규모가 크지 않을 겁니다. 스마트폰 열풍처럼국민적인 광풍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굳이 유행을 따라갈 필요성도 느끼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면 이것 저것 해보는게 귀찮아 집니다. 호기심이 사라지고 변화에 둔감해지면 관련 산업도 타격을 받을 겁니다. 미래에도 스마트폰 같은 변화가 일어났을 때, 열풍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만약 국내에서 스마트폰에 철저하게 무관심 했다면 삼성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내수를 무시하고 세계 적인 흐름을 탄다는게 가능할까요?



베르베르가 한국에서 90년대에 성공에 대한 열망을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한국도 일본 처럼 사회분위기가

경직되어 포기와 체념이 조금씩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호기심이 떨어지면 호기심에 기대는 산업도 끝을 맺을지 모릅니다. 파나소닉의 철수와 같이 일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10년, 20년이 지나도 삼성이나 LG가 지금 처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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