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같은 번호로 로또를 산다는 건. 끝없이 실패에 놓이는 삶.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서 만보기를 많이 사용하시죠? 스마트폰에도 만보기 앱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삼성 s헬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하루 동안 얼마나 걸었는지 보기 좋게 표현해 줍니다. 웨어러블이든 폰이 든 간에 만보기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한 가지 공감할 겁니다. 오늘 하루 만보에 못 미쳤다면, 예를 들어 9000보 걸었다면 '나가서 조금 더 걷고 올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숫자로 보이는 목표는 목표 달성이 이 루어 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애덤 알터가 쓴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는 목표에 대한 헌신(?)하는 예가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계속 달리기 협회가 있습니다. United States Running Strek Association USRSA. 이 단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상을 수여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대단한 사람들이 많네요.
35년 동안 달리면 그랜드 마스터, 40년 동안 달리면 레전드라 칭하고 45년 동안 달리면 창립자를 딴 코버트(Covert)라 부릅니다. 이 들은 서로 응원하고 북돋아 주기 때문에 목표 달성에 헌신적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제왕절개 수술 후 개인 병실을 구해 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태풍의 눈 속에서 달리기를 해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행위를 보면서 그들의 꾸준함과 끈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2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렸던 기록은 포기하기 쉽겠지만 1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5년, 10년이라면 쌓아왔던 기록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목표에 구속되어 버리는 삶입니다. 분명히 꾸준히 달리기는 하는 행위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이제는 달리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으니까. 5년, 10년 동안 꾸준하게 달렸다. 대단하죠. 하지만 그 성취를 즐길 여유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라도 거르면 안 돼' 오히려 기록이 깨어지는 불안한 삶이지 않을까?
친구 중 한명은 매주 로또를 두 장식 구입합니다. 작은 습관이죠. 한 장은 늘 정해진 번호로 찍어서 삽니다. 언젠가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요. 해외에서는 그런 사례가 있더군요. 수십 년 동안 한 번호를 찍어서 결국 1등에 당첨이 되어버린. 그런데 이거 불안하지 않을까요?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고, 바쁘거나 해서 잊어버릴 수 있는데, 구입 기회를 놓쳤다면 그 번호가 당첨이 될지 모르는 불안한 한주(?)를 보내야 될지도 모릅니다. ( 그래서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미 번호의 저주에 갇혀 버린 몸이라. 하지 마라 할 수도 없죠. 그러다 그 번호가 당첨이 되면 원망의 말만 들을테니.)
전 가계부를 몇 년 동안 쓰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가계부에는 매일 10원 단위까지 세세하게 기록을 했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셨다. 자판기 커피에 쓴 돈까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돈을 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왜 그만두었느냐?
가계부를 쓰는 목표를 생각해 봅시다. 무절제한 소비를 통제를 하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기 위함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그럴 필요가 가계부가 쓸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충동구매가 많지고 않고 무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신용카드를 긁어도 선결제를 해버려 빚을 빨리 없애버리는 타입입니다. 그러니 쓸 필요가 없습니다. 남은 건 기록의 용도입니다.
오히려 저 같은 절제형 타입의 인간은 가계부가 나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왜냐? 돈을 써야 할 때는 과감하게 써야 합니다. 돈을 아끼겠다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소액을 아끼겠다고 하다가 오히려 큰돈 나갈 수 있고요. 가계부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필요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파악하는 판다력이 있어야 할 테고요.
수치로 표현되는 목표가 도달하기 명확한 이정표가 되어 주기도 하나 족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꾸준함이라는 성질이 인생에 반드시 좋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보기에 9000보를 걷나 만보를 걷나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항상 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삶은 불행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빠지지 않고 달리기한 사람들. 오히려 그 꾸준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로 보입니다.
삶을 도달해야 하는 일련의 목표로 생각을 하면 끊임없이 실패하는 삶에 놓이게 된다. 늘 성취나 성공으로 규정되는 위치에 못 미치는 상황에 처한다. 설사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도달하는 순간 목적의식을 잃어버리며,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