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부산을 보다

부산의 추천길 동해남부선 ㅣ 바다를 보며 걷는 낭만적인 철길

네그나 2015. 3. 24. 17:00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자동차와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기차하면 특유의 흔들림과 철커덩 하며 울리는 소리. 심심할 때 사먹었던 간식. 설레임과 번잡함, 소란스러움입니다. 동해남부선은 울산과 경주를 거쳐 포항까지  47.8 km거리의 철도 노선입니다. 일제의 수탈목적으로 시작된 동해남부선은 2012년에 폐선되어 사용하지  않고 해운대에서 송정 구간이 개방된 채로 있습니다.


동해남부선을 따라 기차를 타고 경주 여행을 갔던 일이 기억이 남습니다.과거를 뒤돌아 보면 시간이 참 빠르단 생각만 듭니다. 추억속에서만 남아있을 동해 남부선은 아름다운 철길 구간이었고 폐션이 된 이후로는 걷기 좋은 길로 명소가 되었습니다. 해운대(미포)에서 송정까지 9km.  반대로 송정에서 해운대로 걷는 것도 가능하고 시원한 바다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기차를 타며 보는 모습은 사라지졌지만 철길에 놓여진 자갈을 밝으며 내는 소리가 그 낭만을 대신합니다. 레일에 두 팔을 벌리고 균형을 잡아보기도 합니다. 쉽지 않군요. 살이 불어나서일까? 한 번 해보세요. 레일에서 떨어지지 않고 빨리 걷기 쉽지 않습니다. 어쨋든 내기는 이겼습니다.


지금은 자동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등 인공적인 환경에 익숙해져 두 발에 전혀져 오는 감각이 획일적이고 균일합니다. 땅에 발을 내딪는 느낌이 사라져 가는 요즘, 긴 시간 동안 철길을 걷어 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커피를 손에 쥐고 걸어 봅시다.



동해남부선을 정답게 걸어가는 두 사람.



한 때는 쉬지 않고 달렸을 기찻길.



미포에서 청사포 구간은 해운대, 광안리와 어우러져 좋은 풍광을 보여줍니다.



철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입니다.



옆에 지나가던 개를 보고 미친듯이 짖던 도베르만. 도베르만을 보면 바이오 하자드가 생각납니다.



산 위에 보이는 장소가 해마루. 달맞이 고개에 간다면 들려보기를 추천합니다.



미역을 말리는 모습.



책 <빨간도시>에서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는 비슷한 경제 규모의 도시들과 비교하면 도시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모호하다. 결연히 자신의 집 앞을 자신의 공간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자기 집 앞은 자기가 차를 세울 권리가 갖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가게 앞에는 자신의 물건을 진열해 놓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국도에서 곡식을 말리는 것처럼 바닷가에 미역을 말리는 모습을 보고 사적,공적공간의 경계가 흐릿한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갈도 쳐가면서 계속 걷습니다.



달맞이재 터널입니다.



뚫인 공간으로 인해 사진 포인트가 됩니다. 구도는 상상이 가죠. 옆 공간에 한 사람씩 서서 포즈를 취하면 됩니다. 사진을 찍고 가려는데 지나가다 아주머니 일행에 붙잡혔습니다. 흔쾌히 사진 촬여을 하게 되었는데 아주머니들의 요구가 너무 많았습니다. 이 포즈도 하고 설정샷도 찍고 한 장만 찍으면 될걸로 생각했는데 순간 사진가 된줄 착각.



기찻길 친구들.


남부선의 정승. 여기 왔다 갔음을 보여주는 낙서가



3.1절 기념으로 만든 바람개비.





철길을 따라 펼쳐진 시원한 바다. 동해남부선을 걷다 보면 53사단 장병들이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 근무하는 사람들은 좋을까? 적어도 민간인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립된 기분은 들지 않을거 같군요.




동해남부선은 중간에서 이탈해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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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해남부선 폐선길은포~청사포~송정으로 어디서 시작해도 무방하지만 유람선 선착장에서 출발하는게 접근하기 쉬울겁니다. 돌아가는 길을 고려하면 송정에서 시작해서 해운대을 종점으로 삼는것도 좋습니다.

2. 가장 풍경이 좋았던 길은 미포에서 달맞이재에 이르는 구간으로, 시간이 없다면 여기만 걸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3. 달맞이재는 사진 포인트.(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에게 사진 촬영으로 시달린 곳.)

4. 청사포에서는 커피숍이 많이 생겼고 조개구이가 유명합니다. '수xxx'로 시작하는 집이 유명하던데 직접 먹어 보지 않아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청사포에 내려와 방파제를 배경으로 사진 한 방!  청사포는 '야광방파제'공사가 진행중인데 공사가 완료되는 6월 무렵이면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낚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5. 송정에서 송일정으로 가서 사진 한 방. 여기도 일몰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동해남부선 폐선길이 개발이나 보존이냐 논의가 진행 중인데 걸어보니 시간이 스며 들어가 있는 그 상태가 좋았습니다. 서울에서 가로수길이니 무슨 길이니 하며 뜨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걷기를 원합니다. 해운대 일대가 개발이 진행되어 독특한 모습이 사라져가는데 이런곳도 남아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풍경만 놓고 보면 해운대 보다 다대포가 휠씬 좋습니다. 해운대 지명의 유래가 된 최치원은 다대포를 가서 보았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해운대에 오게 된다면 '동해남부선 폐선길'을 걸어 보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해운대 해변 걷기 보다 휠씬 좋습니다. 평지라 가볍게 걸을 수 있고 부담이 없습니다. 바다와 철길이 어우러져 낭만적이고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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