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한국의 맥주는 무슨 맛으로 먹는가?

네그나 2017. 12. 21. 06:00

유명 셰프 고든 램지가 한국에 와서 한국 "카스는 한국 음식에 잘 어울리는 맥주"라고 말했고 "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고 말한 영국 기자를 만나면 엉덩이를 차주겠다"라고 말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고든 램지가 카스 광고 모델이어서 광고주를 의식해 립서비스를 한 게 이유일테고 실제로도 라거 계열의 맥주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한참 지나간 이유입니다. 시기 적절하게 글을 써 올리는 것도 능력이거늘. 요즘 한창 게을러져셔 블말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게 뜸합니다. 흠. 제 글을 보는 사람은 없을듯 싶군요. 독자는 게으린 글쓴이를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쨋든 맥주 맛 논쟁을 보고 생각해 왔던 한국의 식문화의 견해를 밝혀 보려 합니다.




한국 식문화의 두가지 특징


제가 보기에는 한식, 한국의 식문화에 2가지 특징이 보입니다.


첫번째의 소비자의 그림자 노동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죠? 저도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개념입니다. 그림자 노동은 공짜로 하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을 참고 그림자노동의 역습 : 우리는 왜 공짜로 일을 하게 되었을까?


그림자 노동은 보수를 받지 않고 기업이나 조직을 위해서 하는 일을 말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회사가 직원에게, 기업이 소비자에게, 기술이 사람에게 그림자 노동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조립식 가구 정도를 생각할테지만 스팸 메일 분류와 삭제. 한국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공인인증서 발급과 갱신, 전화상담원과의 통화 대기 등등의 자잘한 일 모두 그림자 노동에 포함됩니다. 세밀하게 따져보면 아주 많은 노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고기 굽기를 문화를 보면 노동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고기를 굽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요리가 완성됩니다.  이케아가 '구입한 가구는 스스로 조립을 하세요.' 요구하는 것과 일치합니다. 노동의 외주화. 반면 서양은 주문을 할 때 미디움, 웰던으로 요구를 합니다. 소비자는 그저 먹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다들 알겠지만 고기를 잘 굽는다는 것은 꽤나 능숙한 스킬을 요구합니다.  저처럼 고기를 잘 못 굽는 사람이라면 동감할겁니다. 사람들이 오지랍을 다 싫어하지만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는 걸 꼽자면 고기 구워주는 오지랖입니다.


소비자가 요리에 참여함으로 자신의 취향의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경영자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문한 고기를 다 구워서 가져온 다면 식당 아주머니들 최소 한 두명 더 써야 할껄요?


스스로 고기 굽는 문화가 좋지 않은 점은 고기 굽다 끝날 수 있습니다. 높은 사람과 같이 앉게 되었을 때 자연히 집게와 가위를 집어 들게 되고, 신경이 쓰이는 건 고기가 잘 익어졌나 입니다. 내가 요리사도 아닌데 말입니다. 소비가 노동으로 끝이 납니다.


한국의 스스로 고기 굽기가 일반화 되었습니다. 글을 쓰다 생각난 건데 언제 부터 이런 문화가 시작되었는지 궁금해집니다. 과거에도 이랬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거든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텐데요.


두 번째는 사용차 참여. 요리를 스스로 완성하는 과정과 관계되어 있습니다. 비빔문화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꼽자면 비빔밥입니다. 비빔밥은 고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 내한공연을 왔을 때 극찬을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서양인들이 비빔밥을 먹는 모습을 묘사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들은 비벼서 먹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란과 나물을 먹고 밥을 따로 먹습니다.




일본인 역시 마찬가지 였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빙수도 그렇다고 합니다. 빙수를 먹는 방식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구분할 수 있는데 한국인은 비벼서 먹고 일본인은 그대로 먹습니다.


한국에서 비벼서 먹는 방식이 흔하게 보입니다. 이 믹스 방식이 음식 고유의 맛을 헤치기 때문에 싫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미식가들에게는.


스스로 고기 굽기에 이어서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 중 하나가 쌈입니다. 고기를 상추나 깻잎에 얻고 밥, 파조림, 마늘, 김치 등등 자신의 취향에 맞게 올리고 싸먹습니다. 전 김치를 싸서 먹지를 않지만 친구는 먹더군요. 쌈이 결정판 아닐까요? 소비자들이 스스로 만들어서 먹고, 고기 고유를 맛을 음미하기 보다는 복합적인 재료를 섞어 넣어 결국 비벼서 먹는 방식입니다.


고기를 싸먹는 방식이 한국의 햄버거라고 봅니다. 차이점은 스스로 한다는 것. 맥도날드에서 빵과 패티, 상추, 치즈 등등을 내주면서 '여러분이 취향껏 패티를 굽고, 햄버거를 만들어 드세요' 라고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아주 낮설게 보일겁니다. 외국인들이 스스로 요리하는 한국인을 보면 신기해 할걸요?


햄버거



한국의 식문화는 스스로 요리과정에 참여하고 (그래서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반영하고 ) 섞어서 비며 먹는 문화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맥주 맛 논쟁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맥주도 비벼서 싸서 마신다


김치를 단독으로 먹지 않고 밥에 싸먹는 것 처럼. ( 따로 먹는 문화인 일본에서는 그냥 김치만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때문에 김치 하나만 내세우는 홍보 방식도 문제입니다. 김치는 싸서 먹여야 된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아니 애초에 김치를 홍보하는게 문제이지만  )


맥주는 단독으로 마시는게 아닙니다. 싸서 마셔야 합니다. 좋은 궁합이 있습니다. 영원한 우정 친구 치킨. 단짝인 소주와 함께 소맥으로. 밥과 반찬 그리고 싸서 비벼서 먹는 문화인 한국에서는 맥주 맛을 단독으로 내세울 필요가 없습니다. 비비는 과정이 빠졌으니까요.



그럼으로 한국의 맥주는 적당하다고 봅니다.  맥주맛을 음미하는 매니아들에게는 불만족스럽겠지만. 문제는 뭘까?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서 다양성이 떨어진다는데 있습니다. 이는 소수의 재벌 기업이 독식한 한국 경제와 겹치는 문제입니다. 정부는 다양한 맛을 내는 맥주가 나올 수 있게 장려를 했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지역명을 딴 맥주가 출시되어 선택권이 늘어났습니다.



두번째는 역시 식문화입니다. 회식 중심의 문화에서는 소수 취향의 사람은 선택권이 제약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직원을 배려한다 하더라도 회식 과정에서 집단의 압력을 무시하고 자신의 취향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혼자서 소수로 마시는 문화가 활성화 되면 취향대로 마실 수 있습니다. 혼술이 늘어날수록 수입맥주 소비 증가하는 현실 역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가? 정말?


고든 램지가 한국 맥주가 맛이 있다고 할 때. 눈에 띄는 반응은 '그럴리가 없다' '돈 받더니 정말.. ' 한국의 맥주는 맛이 없다고.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이상한 반응입니다. 한국의 맥주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만큼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맥주가 팔리겠어요? 망하겠지.


맥주 맛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은연중에 우월의식이 보입니다.  '맥주맛도 모르는'


이런 모습이 어디서 보이냐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1. 나는 질적으로 뛰어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사람이야, 하찮은 모바일 게임이나 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2. 신파 범벅인 한국 영화는 안 봐 ( 난 더 뛰어난 영화를 봐)

3. 공장식으로 찍어 대는 아이돌 음악 따위


현실은 대다수 사람들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음악, 영화, 게임을 잘 즐깁니다. 까다로운 취향이 아니라면. 그런데 소위 매니아란 사람들이 문화적 우월의식을 드러냅니다. 솔직히 저도 위의 3가지를 다 싫어하는 사람이고 마음에 안듭니다.



저에게 맥주가 그렇습니다. 수입맥주 마셔봐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는 돈을 더 줘가며 마셔야 될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맥주 맛을 강조해봐야 와닿지 않습니다. 뛰어나고 우수한 상품을 권할 수 있겠지만 불필요 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쿨의 맥주와 땅콩. 역시 한국에서는 맥주의 친구가 필요하다.>


흔한 말로 '다양성을 존중해라.'라고 합니다.  이렇게 진보적인 고상한 말로 할 필요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니가 싫어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존중해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자신의 취향과 사상, 생각이 존중 받게 되는 시작이 될테니까요. 맥주 맛 논쟁을 보고 든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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