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매번 걸고 넘어지는 게임탓은 낭비에 대한 혐오 때문이다

네그나 2015. 5. 16. 10:00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최모(24)씨가 사격 훈련 도중 다른 예비군을 향해서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역이 아닌 예비군에서 일어난 점, 개인적인 원한이 없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 살인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고 이후 조사가 진행중인데 예상했던 언론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다시 용의자(?)로 오른 요인이 바로 게임 중독입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한결 같습니다. 게임중독이 되어 버린 사람은 광인[狂人]이 된다. 그러므로 게임을 때려잡자. 원인과 배경을 세밀히 조사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주는게 언론의 의무이지만 시청률만 높일 수 있다면 정확한 분석은 상관없다는 태도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이 최씨가 게임중독 관심병사? 개인 탓만 하는 대한민국 한국과 미국의 태도 비교하고 있습니다.사건만 터지면 호들갑 떨기 바쁜 한국과 미국은 최고 지도자가 나서서 침착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책임 회피적인 자세를 일관하는 사람/사회와 비교됩니다.



미디어가 조장하고 확산시키고 있는 게임공포에 대해서  <게임 포비아 > 책이 원인과 배경을 잘 분석하고 있습니다. 보수세력과 미디어는 공포와 불안을 조성함으로써 게임의 혐오를 전파합니다.기성세대들은 게임을 잘 모릅니다. 혐오라는 감정은 공포와 무지로부터 시작되므로 게임에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홀리게 만든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게임포비아




중독이 문제라고 하지만 한국사회는 중독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밤 늦게 까지 공부하는 모습과 새벽까지 일하는 직장인을 보고 한국 사회는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의 고등학교에 온 이방인 이 모습에 충격을 받지만 ( 다음글 참고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자유방임과 압력밥솥형 ) 한국인들은 심각하다는 인식조차도 없습니다.



사회는 일중독과 공부중독에 관대하고 대하고 오히려 권하기까지 합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기 마련인데 중독에 대한 인식이 없습니다. 오히려 특정 중독 되기를 권장하는 사회입니다. 물론 그것은 공부 아니면 일입니다. 즉, 생산적인 활동이 아닌 일들은 무가치하고 낭비라는 인식입니다.



게임 공포는 낭비에 대한 강한 혐오



<게임포비아>에서 이와 같은 인식에 대한 배경에설명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무조건 가치없고 쓸모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밑바탕에는 노동과 근면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놀이이기 때문에 게임을 한다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벗어나는 일이다.


시간을 죽이는 게임은 시간과 함께 노동과 학습을 죽인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게임포비아가 심각한 이유는 가치강박에 있다. 모든 일과 시간은 공리적, 실용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증은 경제성의 원리에 기인한 것으로 놀이와 여가의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라면 무가치한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중독, 일 중독에 대해서 별다른 터치가 없습니다. 여가 자체도 여가 그 자체를 즐기는게 목적이 아니라 경제성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최대한 효율을 뽑아 내려 합니다. 그래서 행군이나 다름 없는 여행 계획을 세워서 고생을 사서 합니다. 여가활동도 도구로 대합니다. 여가 활동후에는 일터로 학업으로 돌아와서 생산성이 증대되기 위한 목적이라야 권장받습니다.




사실, 삶의 대부분 시간이 낭비되고 무의미하게 소비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까지 했던 일과를 천천히 살펴 보세요. 엄청난 효율이 나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관점을 달리 보면, 삶에서 낭비되는 시간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시간은 바로 수면입니다.경제성의 원리는 수면도 내버려 두지 않아서 현대인의 수면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이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겨서 많이 회자가 되는데, SNS가 뿐만 아니라 인터넷 활동 자체가 낭비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업무, 학습 같은 생산적인 활동도 이루어지겠으나 소모되는 시간을 놓고 봤을 때 얼마나 생산적일까요? 큰 의미도 없는  뉴스나 영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요? 배용준 결혼 소식이 나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음에도 관심을 보입니다.



베스트 셀러 작가인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쌀농사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근면한 태도를 지녔고 수학 학습에서도 유리한 배경을 가졌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은 근면, 성실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사회입니다. 이 가치관에 충돌하는 행동에는 아주 배타적입니다. 게임은 근면,성실 가치관을 위협하므로 타도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교화시켜야 합니다.




중독만이 아니라 게임에 대해서도  이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문화 컨텐츠 수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게 게임입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게임 규제에 찬성했다가 지스타가 벡스코에서 개최논란이 일어나자 곧 자세를 바꿨습니다. 부산발전연구원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지스타 개최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252억원, 취업유발효과 195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생각보다 돈이 되니까 태도를 바꾼것입니다.




삶에는 낭비할 자유도 선택권도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기록적인 성공을 하고 나서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배우기가 일어났습니다. 인문학 배우기 열풍도 일어났는데 관점을 달리해서 스티브 잡스가 서체를 배우고 명상을 한게 의미가 있었을까요? 지금이야 성공과 결부시켜서 좋은 해석하지만 그 시절도 돌아가서 보면 경력쌓고 스펙만들 시간을 낭비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미래에 반드시 어떤 것과 적용시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배우지는 않았을 겁니다. 지금도 인문학을 배워서 경영에 적용하고 삶에 적용하겠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자기 개발서나 아니면 투자서를 보는게 더 나을 겁니다.




세상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당시에는 쓸모가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시간이 지나 재평가를 받는 일들이 많습니다. 미술과 예술작품이 그렇고 과거에 천대 받았던 일이 재조명받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요리하는 사람들이 방송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식의 전환입니다.



미래에도 이 같은 일이 많이, 반복해서 계속 일어날 겁니다. 지금 필요하지 않은 특성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항상 필요한 일만 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비할 수 있을까요? 항상 현재만을 사는 사회는 미래에 도태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인생에 큰 의미를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GTA5같은 게임이 권장할만 하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저 역시 게임을 참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게임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 보지 않습니다.



게임이 유용하냐,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어떤 행동이든 반드시 의미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근면과 성실로 만든 감옥이 한국 사회에 일으키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들이 늘 피곤한 이유도 생산강박증이 한 이유라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을 조금 낭비할 선택권도 자유도 있습니다. 가치 있는 행동만을 위한 삶은이 선이고 나머지는 낭비라면 인생이 불행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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