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

액티브 엑스는 과거의 눈이 아닐까?

네그나 2014. 3. 25. 10:46

현재 NGC에서 다큐먼터리 코스모스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코스모스는 과학자이자 저술가였던 칼 세이건[각주:1]의 원작을 바탕으로한 다큐먼터리로 시청자들을 과학을 세계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한 번쯤 보기를 추천하는 다큐인데 2부 '생명의 강물'에서는 자연선택[각주:2]과 진화를 다루었습니다. 진화의 강력의 증거중 하나가 바로 눈입니다. 인간의 눈은 굉장히 복잡한 장치로 현대의 과학 기술로도 구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은 진화의 강력한 증거



자연은 어떻게 이처럼 복잡한 눈을 만들어내었을까? 이것은 우연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까?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40억년전 세상을 보는 눈이 존재할 수 없었던 시절에서 또 몇 억년이 지납니다. 한 박테리아의 DNA에서 복제오류가 일어났습니다. 미생물은 그 돌연변이 때문에 햇빛을 흡수하는 분자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복제를 통해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또 다른 돌연변이는 강렬한 빛을 피하는 검은 박테리아를 만들었습니다. 이 변화는 큰 의미를 지니는데 낮과 밤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빛과 어둠을 구분하는 능력은 그 박테리아의 생존경쟁에서 결정적인 강점을 지니게 만들었습니다. 낮 시간의 강한 자외선은 DNA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빛에 민감한 박테리아는 어둠속에서 피할 수 있었고 수면에 있는 박테리아보다 휠씬 많은 수가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이 집중되  단세포 생물의 색소반[각주:3]으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빛을 찿는게 가능해졌고 햇빛을 통해서 먹이를 만드는 생물에게는 엄청난 강점이었습니다.



색소반의 오목한 부분은 작은 입구만 남겨지고 깊어졌고 안와[각주:4]가 발달했습니다. 작은 구멍은 투명한 보호막으로 덮히게 됩니다. 소량의 빛만 통과시킬 수 있었지만 흐릿한 상을 맺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구멍이 클수록 더 많은 빛이 들어와 밝은상을 볼 수 있지만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높은 명도[각주:5]와 선명한 초점을 제고하는 수정체[각주:6]가 등장했습니다. 수정체가 등장함으로써 가까운곳도 먼 곳도 선명하게 볼 수 있게되었습니다.



자연선택은 수천 세대에 걸쳐서 눈을 만들어냅니다. 시각 발달의 경쟁이 일어납니다. 잘 보일수록 먹이와 천적을 구분할 수 있으므로 생존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눈의 경쟁처럼 군비경쟁도 이런식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2차대전 미국과 영국은 레이더를 통해서 ( 먼저 보게 됨으로써) 독일 공군의 공습을 막아냈고 수중탐지기( 역시 먼저 봄으로써)로 날뛰던 유보트를 대서양에 몰아내었습니다. 현대는 스텔스로 레이더를 피하는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겠지요. 창과 방패의 싸움은 끝없이 계속 이어질겁니다.



우리의 눈은 원래 물속에서 발달했습니다. 눈속의 액체가 빛의 굴절효과를 제거해주는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눈을 가지고 육상으로 나와서 보게 되었을 때는 다양한 왜곡이 일어납니다. 양서류가 바다에서 육지로 나오게 되었을 때 물 속에서 진화한 눈이 육상에서 형편 없었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맹점(Blind Spot)[각주:7]이 있습니다. 망막 위에 있는 혈관때문에 그림자가 생겨서 작은 맹점을 만듭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우리의 눈은 조금식 다른 각도로 보기 위해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눈처럼 변해온 액티브 엑스



바다에서 육지로 나오게 되었을 때 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면 좋았을겁니다. 하지만 진화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진화는 기존의 있던것을 수많은 세대에 걸쳐서 수정을 가하면서 조금식 적응해나가는 과정입니다. 눈의 진화 과정을 보면서 생각났던게 액티브 엑스(Active X) 기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토론에서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한국 드라마 열풍으로 중국에서 인기인 천송이 코트[각주:8]를 사고 싶어도 액티브 엑스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액티브 엑스를 없애 달라'  대통령이 개선을 지시한 이후에 액티브 엑스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도자가 일일이 제시해야 되는 현실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논의를 통해서 개선해 나가는 방향이었다면 이런 지시받을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



액티브 엑스는 무한한 확장성과 편의성 때문에 은행, 관공서, 쇼핑으로 영역을 끝없이 확장해왔습니다. 액티브 엑스가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이점이 그에 못지 않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PC에 설치된다는 특징을 이용해서 무심코 설치하기를 유도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 크롬, 사파리에서 사용할 수 없고 리눅스와 맥에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렛에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액티브 엑스는 지극히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태까지는 잘 썼습니다. 부작용 편리함마저 부정해지는 안될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생명체가 바다에서 육지로 나왔듯이 IT환경도 변했습니다. 컴퓨터는 점점 더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유선을 떼어버리고 모바일이라는 날개를 달았습니다. 컴퓨터가 작아지고 서로 통신하는 모습은 생명체가 육지로 올라와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장면과 비슷해 보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적응해야 됩니다. 윈도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액티브 엑스는 물 속에서 진화한 눈과 같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눈과 같은 기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액티브 엑스를 기반으로 했던 사회 시스템을 뜯어내는데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발생할겁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과 오징어의 눈왼쪽 그림이 인간의 눈. 시신경 다발을 눈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때문에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들이 존재할 수 없어서 맹점이 생긴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오징어의 눈과 비교해 보라.




인간은 눈은 오징어의 눈과 비교하면 비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오징어는 시신경과 실핏줄이 망막의 뒷면에 붙어 있는 데 비해 인간의 눈은 망막에 구멍을 뚫고 시신경과 실핏줄을 동공 안으로 끌어들여 망막의 내벽에 붙여 놓았습니다. 설계를 제대로 했다면 인간의 눈이 이런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진화는 땜질로 작동하지만 기술은 새로 바꿀 수 있습니다.



더 나은 구조로 새로 만들 수 있는데 비합리적인 시스템을 가져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술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는 진화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창조할 수 있습니다.

  1. 칼 에드워드 세이건은 미국의 천문학자, 천체화학자, 작가이자 천문학, 천체물리학, 그외 자연과학들을 대중화하는 데 힘쓴 대중화 운동가이다. 세이건은 외계생물학의 선구자였으며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계획의 후원자였으며 미국 항공우주국의 자문위원으로도 참가했다. 생애 동안 세이건은 매리너 계획 참가, 하버드 대학교 강사, 코넬 대학교 교수, 파이어니어 계획 참가, 바이킹 계획 참가, 행성연구소 소장, 칼텍 초빙연구원 등의 다채로운 경력을 가졌다. [본문으로]
  2. 자연선택(自然選擇, naturalselection)이란 특수한 환경하에서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지닌 종이, 그 환경하에서 생존에 비적합한 형질을 지닌 종에 비해 생존과 번식에서 이익을 본다는 이론이다. 자연도태(自然淘汰)라고도 한다. [본문으로]
  3. 색소를 함유하고 있는 모반 [본문으로]
  4. 안구, 눈물샘의 부속기 등을 수용하는 얼굴머리뼈의 움푹 들어간 부위 [본문으로]
  5.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 색의 삼 요소 가운데 하나 [본문으로]
  6. 수정체 (lens, 水晶體) 눈 안에 있는 양면이 볼록한 렌즈 형태의 투명한 조직으로 빛이 통과할 때 빛을 모아줌 [본문으로]
  7. 망막에서 시세포가 없어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는 부분 [본문으로]
  8. 별에서 온 그대의 출연 배우인 전지현이 입은 코트라고 한다. (드라마를 안 보는 사람을 위해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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